자산운용사 '일석이조' 먹거리로 떠오른 '시총<순현금' 기업
최예빈 기자 | yb12@chosun.com | 2019.07.11 07:00
Edited by 현상경 부장 | hs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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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반 유행했던 저PBR주 투자와는 달라
투자기업에 적극적으로 현금자산 운용법 코칭에 나서
EPS 올려 차익 실현하고 OCIO 영업 등 다양한 수익 창출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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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이 요동을 치면서 주식형 펀드들이 맥을 못추는 가운데 시가총액보다 순현금이 많은 기업들이 자산운용사들의 새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쌓아둔 현금이 많은 기업에 투자한 뒤 현금자산 운용법 코칭까지 도맡으며 기업가치를 높이는 시도다. 이에 만족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외부위탁운용관리(OCIO) 영업에 나서면서 자산운용사 입장에서는 ‘일석이조’ 타깃으로 삼기도 한다.

주주행동주의가 시장에 확산되면서 이를 매개체로 삼은 자산운용사의 새로운 투자법으로도 평가받고 있다.

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알짜 중견회사임에도 투자나 배당을 하지 않고 현금을 정기예금에 넣어만 둔 기업들이 100곳이 넘는다고 입을 모은다. 아직 현대적인 재무관리법을 접하지 못한 기업들이 그만큼 시장에 많다는 방증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금리 인하 기조가 뚜렷한 상황에서 현금을 은행에 맡겨 놓는 것의 기회비용이 막대하다는 설명이다.

대신증권에서 발표한 리포트에 따르면 코스피 기업 가운데 78곳, 코스닥 기업 가운데 116곳이 순현금이 시총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피에 상장된 기업 중 시총 대비 순현금 비중이 가장 큰 곳은 세원정공이었다. 세원정공은 지난 1분기 말 기준, 시총 대비 순현금 비중이 485.59%에 달했다. 코스닥 기업 중에서는 씨케이에이치의 순현금/시총 비중이 1000%를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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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운용사들은 이런 기업 중 가치가 오를 만한 곳을 선별해 투자하고 있다. 즉 단순히 외부에서 코치하는 수준이 아닌, 해당 기업 '주식'을 매입한 후 이로써 맺은 관계를 기반으로  현금자산을 효율적으로 굴리는 법을 적극적으로 코치하는 데 나서기까지 한다. 그 결과, 현금을 쌓아만 놓고 있던 기업들에 금융수익이 추가됨에 따라 자연스럽게 EPS(주당순이익)이 늘어난다는 설명이다.

자산운용사는 그런 기업들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가 EPS가 늘어 기업가치가 제고되면 차익을 실현할 수 있게 된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2000년대 초반 저PBR(순자산비율)주를 골라 주가가 오를 때까지 무작정 기다렸던 것이 유행했는데 당시 투자법과는 다르다”라며 “저평가된 기업에 투자를 하고 전문성 있는 주주로서 현대적으로 재무를 관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굳이 따지면 다른 형태의 주주행동주의 사례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자산운용사 대표는 “우호적인 방식으로 기업에게 다가가기 때문에 외부에선 알 수 없도록 조용히 주주행동을 하고 있는 사례가 많다”며 “요란하게 다투기보단 서로 상생하는 주주행동으로 기업도, 운용사도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기업들은 자산운용사들의 코칭에 만족스러워하며 아예 CIO(최고투자책임자) 자리를 아웃소싱 맡기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고 전해진다. OCIO 시장이 1000조원대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자산운용사들이 주주로서 접점을 늘리고 있다. 투자 후 OCIO 영업까지 하면서 현금 많은 기업들이 자산운용사의 다양한 수익원이 되어주고 있다는 평가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7월 04일 11:18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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