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주 投心 악화에...메가박스, 好실적에도 상장 시점 '고민 중'
이상은 기자 | selee@chosun.com | 2019.07.12 07:00
Edited by 이재영 차장 | leej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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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연속 흥행작 개봉으로 호실적
상장 올해가 적기인데...연내 상장 움직임 '無'
컨텐츠주 주가 급락에 밸류에이션 고민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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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플렉스 운영업체 메가박스중앙(이하 메가박스)가 올해 호실적을 내고 있음에도 기업공개(IPO)와 관련한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증권가에서 '상장 적기'라고 꼽는데도 불구,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모기업 제이콘텐트리와 메가박스에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업계에서는 CJ CGV 등 동종업계 및 콘텐츠 산업 전반적으로 연초 이후 주가가 부진한 게 원인 중 하나일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회사의 이익은 좋아지더라도, 밸류에이션(가치) 척도가 낮아지면 그만큼 주식의 가치가 낮아지는 까닭이다.

1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메가박스는 지난 4월 선정한 대표주관사단과 함께 상장을 위한 실사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상장 일정 등은 아직 제시되지 않았다. 주관사단도 모기업 및 회사의 의사결정을 기다리는 단계다. 이맘 때 실사를 진행하는 기업들이 보통 '연내 상장'을 목표로 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물론 재무적 투자자(FI)에 제시한 상장 시한은 아직 2년 가량 남아 있다. 메가박스의 지분 77%를 보유한 최대주주 제이콘텐트리는 2017년 사모펀드 포레스트파트너스로부터 상장 전 투자(Pre-IPO)를 받으며 2021년 4월30일까지 상장하겠다고 약속했다. 최대 6개월까지 연장할 수 있다.

그러나 상장 공모 준비에 소요되는 시간, 그리고 예측이 어려운 영화관 산업 환경을 고려하면 올해 상장에 속도를 내지 않고 있는 데 대해 의아해하는 목소리가 많다.

메가박스는 올해 4~5월 단 두 달 동안에만 60억여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1분기에도 5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목표인 50억원을 초과했다. 상반기 전체 영업이익은 3년만에 150억여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연간 영업이익 400억원을 초과달성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도 나온다.

올 들어 흥행작이 대거 포진한 것이 실적 개선의 일등 공신이다. 연초 ‘극한직업’이 1600만 관객을 기록하며 역대 박스오피스 2위에 올랐고, ‘어벤저스:엔드게임’도 1390만명으로 역대 4위를 기록했다. 이어 현재까지 ‘기생충’이 980만명, ‘알라딘’도 938만명을 기록하며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흥행작과 더불어 영화산업이 전체적으로 활기를 띠고 있는 점도 상장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보통 2분기는 영화 산업의 비수기지만 올해 국내 영화 관객수는 4~6월 5424만명을 기록했다. 작년 동기 4505만명에 비하면 약 1000만명이 많은 수치다. 증권가에선 올해 국내 영화 관객이 사상 첫 2억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흥행작은 영화관에서 대규모로 상영한다고 나오는 것이 아니다. 메가박스가 개입할 수 있는 부분은 많지 않다. 이미 국내 영화관 산업은 2010년대 초 포화 상태에 접어들었다. 인구 성장세까지 정체된 상황에서 내년에도 극장을 찾는 관객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거라고 내다보긴 어렵다. 오히려 올해 오버슈팅(과열)의 기저효과로 인해 역성장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실적이 꺾인 상황에서 잠재 투자자들에게 후한 점수를 받기는 쉽지 않다.

금융권 전문가들은 영화관을 비롯, 콘텐츠 산업에 대한 전반적인 투자 심리 악화를 배경으로 제시한다. 메가박스가 공모 과정에서 만족스러운 기업가치를 받아들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메가박스의 핵심 경쟁회사인 CJ CGV의 주가는 2017년 초 대비 반 토막 난 상태다. 터키에서의 환손실이 핵심 원인으로 꼽힌다. 최소 올해까지는 순이익 적자도 지속될 전망이다. 모회사인 제이콘텐트리는 물론, 스튜디오드래곤 등 콘텐츠 관련 핵심 기업의 주가도 1년 전 대비 40~60%가량 급락했다.

CJ CGV는 한때 기업가치 대비 상각전 이익(EV/EBITDA) 배수가 17배에 달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는 9배, 현 시가총액 대비 올해 연말 예상 배수는 5배 안팎으로 뚝 떨어졌다.

2017년 FI가 투자할 때 메가박스의 평가 가치는 5800억원이었다. 바꿔말하면 이 선을 넘어야 성공적인 상장이라고 할 수 있다. 메가박스의 지난해 감가상각비는 170억원 안팎이었다. 올해 40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한다고 가정했을때, EV/EBITDA 9배를 적용하면 기업가치는 가까스로 5000억원을 넘는다. 현재 동종기업 밸류에이션으로는 원하는 수준의 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운 것이다.

게다가 근본적으로 영화관 산업은 구조적인 문제인 관람객수 정체와 가격 인상에 대한 소비자의 저항, 인건비와 임대료 상승, 높은 감가상각 비용 등 한계를 가지고 있다.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보편화 등으로 영화 관객수가 줄고 있는 추세 등 영화관 사업을 향한 우려도 없지 않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투자자들은 미래 먹을거리에 대한 민감도가 높다. 글로벌 윤활유 1위업체 SK루브리컨츠가 '전기차 시대에 윤활유 회사는 어떻게 생존할거냐'는 투자자들의 싸늘한 시선에 상장을 철회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이 때문에 제이콘텐트리와 메가박스 입장에서는 주 52시간 근무제 확대의 성과를 시간을 두고 지켜보고 싶을 거란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10~11월 주 52시간 적용 후 주중 저녁시간 관객수 비중은 26.8%로 전년동기 대비 2.5%포인트 증가했다. 올해 52시간제가 본격 확대 적용되면 전반적인 관객수가 증가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한 금융투자업 관계자는 “상장 시기 고민이 많았던 걸로 알고 있는데 최근 실적이 좋아져서 분위기가 좋아진 건 사실”이라며 “일단 하반기에도 호실적을 이어갈 수 있을지가 상장 시점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7월 10일 15:20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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