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브랜드', 해외 대체투자 시장에선 "글쎄요"
입력 2019.07.18 07:00|수정 2019.07.19 09:51
    해외 대체투자 중요하지만 관리 여력 부족
    새 GP 접점 늘려야 하지만 여의치 않기도
    글로벌 운용사는 국민연금에 "투자기회 주겠다" 고자세
    • 국민연금은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손꼽히는 기관투자가로 성장했지만 진짜 이름값을 인정 받기까진 갈 길이 멀다. 해외 대체투자의 중요성은 커지는데 외국의 실력있는 운용사 중에선 아직도 국민연금과 손을 잡는 데 소극적인 곳들이 많아 국민연금의 고민이 깊어질 상황이다.

      국민연금 운용 규모는 매년 급성장세다. 기금 적립금은 2003년 100조원을 넘겼고 이달 들어 700조원 벽을 넘겼다. 자산 중 채권, 주식 의존도가 절대적인데 높은 수익을 안정적으로 거두긴 쉽지 않다. 대체투자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국내에선 내로라하는 운용사들도 큰 돈을 모으려면 국민연금의 눈에 들어야 한다. SJL파트너스는 모멘티브 M&A에서 국민연금 등으로부터 6억달러를 조달했고, MBK파트너스는 국내 M&A 사상 최대 규모가 될 뻔했던 넥슨 인수를 위해 국민연금으로부터 8억달러 규모 출자확약(LOC)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다른 기관출자자(LP)들은 국민연금의 출자 시기와 전략을 예의주시한다.

      국민연금은 해외 대체투자 시장에서의 위상도 높아졌다. 2000년대 이후 ‘세계 몇 대 연기금’ 등 칭호를 얻기 시작하면서다. 블랙스톤, 칼라일, 블랙록 등 세계적으로 이름난 운용사들과 함께 하는 거래가 늘었다.

    • 결국 해외서 먹거리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런 움직임이 긍정적이지만 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은 상황이다.

      국민연금의 자산 포트폴리오 중 대체투자 비중은 10% 내외다. 비율은 매년 비슷하지만 기금 규모가 급성장하다보니 자산 규모도 덩달아 커지고 시장에 풀어야 하는 돈도 많아진다.

      수 년 전부터 부실채권(NPL), 헤지펀드 등 영역을 다양화 하고 있음에도 건당 1억~2억달러 정도씩 투자해서는 관리할 일손이 부족하다. 한 번에 큰 돈을 맡기려면 실력이 있으면서도 아직 관계가 탄탄하지 않은 글로벌 운용사들과 접점을 늘려야 한다.

      그러나 글로벌 운용사들이 반드시 국민연금을 환영하는 것은 아니다. 명성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반드시 함께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해외에서 오랜 기간 좋은 성과를 내온 운용사들은 지금까지 관계를 맺어온 LP들만 있어도 자금 모집에서 애를 먹지 않는다. 기존 LP 입장에서도 대체투자 시장의 후발주자인 자금이 들어오는 것이 탐탁지 않을 수 있다. 운용사가 아시아 시장 자체에 관심이 없거나, 관심을 보이더라도 고자세인 경우가 있다.

      서버러스(cerberus)는 1992년 설립된 대체투자 전문 운용사로 운용자산(AUM)만 390억달러(약 46조원)에 달한다. 크레딧 투자, PE, 부동산 등 다양한 영역에 강점이 있다. 해외 LP들이 앞다퉈 돈을 맡기고 싶어 하기 때문에 아시아 자금에 대한 욕구는 크지 않다.

      이 운용사는 2017년 사모부채펀드(private debt fund)를 결성하며 아시아에선 일본 우정그룹과 공무원연금만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은 이전에도 서버러스와 관계가 없진 않았지만 이때는 소득이 없었다. 올해 공동으로 대형 펀드를 결성하려다 무산된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연금 외부 자문위원은 “국민연금의 해외 대체투자 욕구는 커지지만 아직 돈을 맡겨보지 못한 알짜 운용사들도 많고 돈을 맡기더라도 사정사정 해서 소액만 맡겨야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며 “한 글로벌 운용사는 국민연금의 규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프리젠테이션(PT)을 왔다는 티를 내면서 ‘제발 돈을 달라’가 아니라 ‘우리에게 돈을 맡기면 국민연금에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