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지원 '실적'에 몸달은 정부, 산은·캠코 혈세 투입에 골몰
입력 2019.07.19 07:00|수정 2019.07.23 07:16
    산은 출자용 추경안에 야당선 “불법 소지 있다”
    캠코 역할 확대 법 개정 추진…재정 투입 불가피
    ”정부 기업지원 실적에 급급한 것 아니냐” 평가도
    • 정부가 기업 지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예산 따내기에 분주한 가운데 잡음도 이어지고 있다. 산업은행 출자금을 추가경정예산(추경)에 담았는데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역할과 자본금을 확대하는 안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 역시 재정 투입이 불가피하고 기대 효과도 불분명하다.

      정부가 기회가 될 때 최대한의 실탄을 확보하는 한편, 정책 성과를 채우기 위해 무리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지난 4월 6조7000억원 규모 추경안을 제출했다. 여기엔 금융위원회가 올린 산업은행 출자에 대비한 1050억원도 포함됐다. 올해 시작한 산업구조 고도화 지원 프로그램, 환경·안전투자 지원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대출 손실을 보전하기 위함이다.

      산업은행은 먼저 자체 자금으로 정책성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이후 손실이 나면 예산으로 보충받곤 했다. 정부는 2015년 기업투자 촉진 프로그램에서 산업은행에 2조원 규모 주식을 현물출자 했고, 이듬해는 중소·중견기업 저리지원 손실 보전 등 목적으로 증자를 해준 바 있다.

      추경안의 취지 자체는 타당한 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법적 요건은 충족하지 못했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산업은행이 추진하는 프로젝트들은 올해부터 진행됐다. 그에 필요한 예산은 2019년도 예산안에 담기지 않았다. 국가재정법은 ‘이미 확정된 예산에 변경을 가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만 추경을 편성할 수 있도록 한다. 애초 예산에 담기지 않은 경우엔 추경도 할 수 없다.

      아울러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가 발생한 경우, 경기침체 등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한 경우 등 추경이 가능한 법적 상황 요건도 충족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산업은행의 BIS자기자본비율은 14%대로 여유가 있고, 실제로 손실이 확정되는 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야당 쪽에선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5월까지만 해도 경기 낙관론을 펴더니 상황이 급해지니 편법 예산을 올렸다며 비판하고 있다. ‘경제 지표상’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는 추경안을 오는 19일까지 의결하기로 했는데 해당 예산의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정무위원회 소속 야당 국회의원실 관계자는 “이번 추경은 당초 강원도 산불사태 이후 재해 예방을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취지로 시작됐는데 전혀 맞지 않는 것들도 함께 올라왔다”며 “경제 지표상의 문제를 해결하기 때문에 기회가 될 때마다 돈을 마련하려고 편법을 활용하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다만 금융위 관계자는 “기업투자 부진이 심화하기 때문에 과감하게 전방위적 수단을 동원할 필요성이 있다”며 “시중은행이 몸을 사리는 분야에 정책금융이 적극적으로 역할을 다하겠다는 취지기 때문에 법에 저촉될 사안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 별개로, 캠코는 캠코대로 재정 투입이 예고돼 있다.

      금융위는 이달 들어 기업설비투자촉진 및 유동성공급, 소상공인 지원 등 내용이 담긴 16조7000억원 규모 정책금융 지원 과제를 발표했다. 하반기 경기 하강국면에 총력 대응하겠다는 의지다. 여기엔 캠코의 구조조정 역할 확대 방안도 담겼다.

      캠코는 원래 캠코법(자산관리공사법)에 따라 부실채권 등을 보유한 기업만 지원할 수 있었다. 역할 확대 방안을 모색한 끝에 작년부터 캠코법 개정 작업이 진행 중이다. 법이 개정되면 보다 다양한 구조조정 업무를 할 수 있게 된다. 기존엔 금융사의 건전성 제고에만 초점이 맞춰졌다면 앞으론 ‘경제주체의 재기’로까지 영역이 확장된다. 자금 소요에 대비해 수권자본금도 1조원에서 3조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문제는 재원 마련 방안이다. 당장 전부를 늘리진 안겠지만 결국은 정부 재정 투입이 불가피하다. 주주 구성상 최대주주인 정부(기획재정부 56.84%)가 모든 부담을 져야 하는 구조다. 벌써부터 수천억원의 자금이 투입될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캠코의 역할 확대가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어려운 기업을 살리겠다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그만한 전문성과 역량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과 차별화한 영역을 구축하기 위해선 오랜 기간 시행착오가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당장 캠코의 역할 확대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법 개정 여부와 별개로 하반기부터는 시범적으로나마 예정한대로 자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가 승인하는 경우 ‘공사의 설립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부대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현행법 규정을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대형 법무법인 구조조정 전문 변호사는 “캠코가 하반기부터 금융위의 승인을 받아 기업 지원 업무를 늘려 나갈텐데 이것이 법적으로 가능한 지에 대한 해석은 별개 문제”라며 “기존의 기업구조혁신펀드 등 수단이 있음에도 금융위가 업무 실적에 급급해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