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는 ‘메기’, 택배업계는 ‘미꾸라지’라는 쿠팡
입력 2019.07.22 07:00|수정 2019.07.23 07:16
    쿠팡 매출 및 출고량 증가에 유통·택배업계 '관심'
    택배업계 "쿠팡이 시장 물동량 정체 요인"
    유통업계 "택배시장 성장에 오히려 긍정적"
    • 쿠팡은 ‘만년 적자’ 속에서도 여전히 이슈 메이커다. 유통뿐만 아니라 택배업계에서도 쿠팡은 ‘공공의 적’이자 관찰 대상이다. 다만 쿠팡에 대한 평가는 업계별로 차이가 있다. 유통업계에선 ‘메기’로, 택배업계에선 ‘미꾸라지’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두 업계의 평가가 갈리는 대목은 ‘택배시장 물동량 성장’과 관련된다. 유통업계에선 쿠팡의 성장이 택배시장의 성장에 기여한다고 보는 반면, 택배업계에선 오히려 택배시장 물동량 하락의 요인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택배업계에선 현재 택배시장의 물동량이 증가하고 있더라도, 향후에는 쿠팡의 성장률에 반비례로 하락할 여지가 있다고 판단하는 분위기다. 쿠팡이 다른 유통사들과 달리 ‘쿠팡맨’과 ‘쿠팡플렉스’ 등을 통해 자체적인 배송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 쿠팡은 영업적자에선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매출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연초 쿠팡의 올해 매출액을 8조원 정도로 예상됐으나 로켓와우 서비스 론칭 후 매출이 급증하면서 10조원 돌파가 관측되는 분위기다.

      이 같은 매출의 성장은 택배 출고량 증가로 이어진다. 현재 택배시장 물동량 숫자에 쿠팡의 로켓배송 물동량은 반영되지 않는다. 경쟁사 대비 쿠팡의 매출과 점유율이 올라갈수록 쿠팡의 물동량이 포함되지 않는 택배시장의 물동량은 중장기적으로 횡보하거나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쿠팡이 지난해 택배업 면허를 획득하면서 3자물류에 진출한 부분도 ‘눈엣가시’라는 지적이다. 쿠팡은 배송 고정비 부담을 줄이는 방안으로 선택했다지만, 택배업계에서는 어떤식으로든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시선이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올 6월 기준 택배업계 톱티어(Top-tier)인 CJ대한통운의 분기당 출고량이 3억 박스 안팎인 가운데, 쿠팡 로켓배송의 분기당 출고량은 1억8000만개 수준으로 상승했다”며 “이커머스 사업자 중 쿠팡 정도만 가시적인 시장점유율(M/S) 상승을 보이고 있어, CJ대한통운을 포함한 주요 택배사들 사이에서 쿠팡은 관찰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유통업계에선 쿠팡의 매출 성장이 유통시장의 견인뿐만 아니라 택배 물동량 성장을 이끌 것으로 관측하는 상황이다.

      올 2분기 기준 택배시장 물동량은 지난해 동기 대비 8%가량 성장하는 등 이커머스와 온라인 유통시장이 확대되면서 택배시장 역시 함께 성장하고 있다. 쿠팡 역시 기존 직매입 방식뿐만 아니라 오픈마켓(위탁판매) 형태를 병행하고 있다. 각각의 장점을 극대화시켜 수익성을 개선할 방침이라 택배시장 물동량 상승에 긍정적인 작용을 할 것이란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쿠팡이 매출 및 출고량 증가로 ‘쿠팡맨’만으로는 향후 물량 배송을 소화하기 더 어려워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이미 일반인이 자기 차량을 이용하는 택배 배달 서비스인 ‘쿠팡플렉스’를 통해 일부 물량을 소화하고 있지만, 지역과 상품에 따라 한계가 있다. 최근에는 쿠팡플렉스 일손 마저도 부족한 상황이다. 결국 쿠팡도 늘어나는 주문 물량을 감당하고 이익을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직매입보다 오픈마켓 비중을 확대하는 선택이 불가피할 것이란 게 유통업계의 시각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플렉스는 개인이 자차를 이용해 상품을 직접 픽업해 배달하는 업무라 중간에 잠수를 타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하고 관리가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직매입 중심이었던 쿠팡이 2017년 오픈마켓으로 전환하고 몸집을 불리는 상황에서 위탁판매 비중은 더 늘어날테고, 쿠팡과 택배시장이 함께 성장하는 형태를 보일 것”이라고 의견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