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잔여지분 매각, 횡보하는 주가·늘어나는 사공 부담
입력 2019.07.24 07:00|수정 2019.07.25 08:19
    완전 민영화 계획 밝힌 후 시장상황 예의주시
    주가 중요하지만 대형 M&A 등 성사 불투명
    사외이사 등 유인책, 매력도 및 효과 미지수
    • 정부가 일찌감치 우리금융지주 완전 민영화를 위한 시장 점검에 나섰지만 현재로선 전망이 썩 밝지만은 않다. 가장 중요한 주가는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데 대형 M&A 등 타개책을 내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투자자를 모으기 위해선 사외이사 추천권 같은 유인책이 필요하지만 이 역시 과점주주간 갈등의 불씨가 될 가능성이 있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지난달 24일 ‘우리금융지주 잔여지분 매각 방안’을 의결했다.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잔여지분(18.32%)을 모두 매각해 완전히 민영화한다는 계획이다. 내년부터 2022년까지 2~3회에 걸쳐 희망수량경쟁입찰을 진행하되 유찰·잔여물량은 블록세일로 처리하기로 했다.

      첫 매각은 내년 상반기에 시작된다. 아직 시간 여유가 있지만 정부는 벌써부터 시장 상황을 살피고 있다. 예보는 자문사들로부터 수시로 우리금융 주가와 관련한 리포트를 받고 있다. 최근엔 한일 무역분쟁 여파가 삼성전자 주채권은행인 우리금융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보다 조기 완료에 무게를 둔다지만 결국은 주가가 가장 중요할 수밖에 없다.

    • 정부는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우리금융에 12조7663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했고, 지금까지 87.3%(1조6259억원)를 회수했다. 최근 주가대로 잔여 지분을 모두 매각한다면 회수율 100%를 넘기겠지만 이는 ‘원금’에 국한된다. 그간의 기회비용을 감안하면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라는 원칙을 아예 도외시하긴 어렵다.

      우리금융 주가는 올해 재상장 후 일시 반등했지만 최근엔 1만4000원을 전후해 횡보 중이다. 2018년말(우리은행), 1분기, 2분기 모두 ‘경상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 있음에도 주가는 화답하지 않고 있다. 소규모 M&A에 성공하거나 손태승 회장이 주식을 사들이는 것도 주가에 큰 호재는 아니었다. 당분간은 ‘최대 실적’ 행보가 이어지겠지만 금융업권 전반의 매력이 하락하는 상황에선 점점 주가를 부양하기 버거울 것이란 평가다.

      가장 효율적인 해법은 대형 M&A를 성사시키고 그에 따른 대규모 이익이 반영되는 것이다. 이 역시 성과가 예정된 것은 아니다. 내년초 자율등급법으로 전환하기 전까진 자본 여력이 없고, 좋은 매물은 점차 줄고 있다. 성에 차는 곳이 없지는 않겠지만 그런 곳들은 다른 금융사들도 눈독을 들인다. 지분 일부는 ‘포트폴리오 확충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 효과’를 누리지 못한 채 팔아야 할 수 있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결국은 대형 M&A를 해야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큰데 시장에 붙일만한 매물은 많지 않고, 그나마 볼만한 곳은 몸값이 비싸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갈수록 과점주주가 늘어난다는 점도 잠재 투자자엔 달갑지 않다.

      우리금융 과점주주(IMM PE·키움증권·한국투자증권·동양생명·한화생명)는 2016년 민영화 당시 5명의 사외이사를 추천했다. 우리은행은 올해 우리카드를 우리금융에 넘긴 대가로 받을 우리금융 신주 5.83%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이다. 대만계 금융그룹 등과 협상하고 있는데 마찬가지로 사외이사 자리가 부여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이번 민영화 작업에서도 투자자에 사외이사 추천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투자자가 받아가는 지분율에 따라 다르겠지만, 전처럼 4% 인수시 추천권을 부여한다면 사외이사 4명이 늘어난다. 신한금융(12명)보다는 적어도 KB금융, 하나금융(각 8명)보다는 많아진다.

      우리금융은 지금까진 정부가 공언한 대로 이사회 중심의 경영이 잘 이뤄졌다. 각 주주 회사들도 사외이사를 통해 목소리를 내기 용이했다. 다만 앞으로 주어지는 사외이사 자리는 예전처럼 금융그룹을 주도한다는 상징성이 희석될 수밖에 없다.

      사외이사가 늘어나는 만큼 내부 의견을 조율하는 데도 애를 먹을 가능성이 크다. 주주들이 기업가치를 높인다는 면에선 뜻을 같이 하겠지만 그 방법론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 들어오는 곳이 전략적 투자자(SI)냐 재무적투자자(FI)냐, 장기 투자자냐 단기 투자자냐에 따라서도 입장차가 갈릴 수 있다.

      그나마 사외이사 자리가 얼마나 후하게 주어질 지도 의문이다. 정부는 기존 과점주주 및 지주 경영진 협의를 통해 사외이사 추천권 등 투자 유인책을 확정하기로 했다. 기존 과점주주 입장에선 사외이사 부여 조건이 까다로운 편이 영향력을 유지하는 데 유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