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M 집중' 삼성증권이 IB 인력 20% 늘린 까닭은
입력 2019.07.29 07:00|수정 2019.07.30 08:22
    WM 역량 고도화 위해 IB 역량 강화도 불가피
    차이니즈월 완화되면서 'WM+IB' 시너지 탄력
    다만 '보수적' 삼성증권의 IB 성과 확대 '미지수'
    • 증권업계에서 주로 자산관리(WM)에 집중해오던 삼성증권이 최근 투자은행(IB) 부문 확대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증권사 고객들 사이에 WM과 IB의 협업 상품에 대한 니즈가 커지면서, 업계에서 보수적이기로 정평이 나있는 삼성증권 역시 리스크가 높은 대체투자 확대에 나선 것이다.

      다만 일각에선 삼성증권이 ‘산업계’ 증권사라 IB 부문을 키우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과 함께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삼성증권의 IB 부문 인력 규모는 120여명 수준이다. 작지 않은 규모지만 삼성증권은 올해 IB 부문에서만 전년 대비 20%를 늘릴 방침이다. 이에 따라 올 들어 7월까지 20명을 충원한 상태다.

      삼성증권은 IB 부문 중에서도 부동산금융과 대체투자 조직을 강화에 나선 상황이다. 인프라나 신재생에너지 등의 대체투자 상품 라인업을 확대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에는 리스크 관리 인력 충원에 특히 신경을 쓰고 있다는 후문이다.

      삼성증권의 이런 행보는 WM 역량을 고도화하는 것과 연관된다. 증권사들이 과거에는 단순히 금융상품을 판매하는데 그쳤다면, 최근에는 고객 생애 전반에 걸친 재무설계를 하는 개념으로 자산관리 서비스 영역을 확장하는 추세다.

      최근 PB센터에서 인기를 모으는 상품 역시 해외부동산을 포함한 대체투자상품이 주를 이룬다. 기준금리 인하로 예·적금 금리가 현재(연 2%대) 수준을 하회할 전망이라, 대체투자상품에 대한 수요는 더 늘어날 것이란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대체투자 대상이 갈수록 다양해지는 점에서 증권사들의 IB 인력 강화는 중요하다. 특히 부동산금융이나 대체투자 인력에 대한 수요가 좋은 것은 관련 상품의 세분화와 연결된다. 스타벅스가 입점한 빌딩에만 투자하거나, 미국 상업용 부동산 담보부채권에만 투자하는 펀드 등이 해당 사례다.

      대체투자상품은 연 4~7%대 수익을 추구하는 중위험·중수익 상품이 많다. 높은 변동성을 싫어하는 자산가들의 수요에 부합하는 만큼, 대형 증권사들이 대체투자상품 다양화를 위해서라도 IB 역량 강화가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삼성증권이 WM 명가(名家)의 맥을 이어가기 위해서라도 IB 강화는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다른 대형증권사들도 주식자본시장(ECM)과 채권자본시장(DCM) 등의 전통 기업금융 본부 인력보다 부동산금융과 대체투자 조직과 인력이 더 많은 상황”이라며 “증권사에 대한 차이니스월(Chinese wall) 규제가 완화되면서 WM과 IB의 시너지 전략이 탄력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선 삼성증권이 리스크 높은 편인 대체투자를 확대하는 게 ‘의아하다’는 시각도 있다. 삼성증권 IB 부문이 지난 배당사고 이후 몸을 사려온 것을 고려하면, IB 위주의 공격적인 충원이 경쟁사들 입장에선 ‘낯설다’는 지적이다. 또한 중장기적으론 매각을 염두에 둔 ‘밸류업’(Value-up) 작업이 아니냐는 해석도 일부 제기된다.

      삼성증권이  ‘산업계’ 증권사라는 점도 업계 관계자들의 의구심을 들게 하는 부분이란 평가다. 은행계 증권사들이 상업투자은행(CIB) 체제를 구축하면서 전사적으로 IB 딜(Deal) 소싱에 나서는 상황에서, 삼성증권의 IB 확대 실효성이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한 때 IB 인력 규모가 두 자릿수까지 떨어지기도 하는 등 이탈도 빈번한 만큼, 이번 충원이 가시적인 성과로 얼마나 이어질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는 반응도 나온다.

      최근 해외 대체투자 상품의 리스크가 현실화 하고 있는 점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변수다. 최근 KB증권이 발행하고 신한금융투자에서 주로 판매한 독일 해리티지재단 부지개발 사업 관련 채권연계증권(DLS)의 원금 지급이 무기한 연기됐다. 2년 만기에 14% 수익률의 상품으로 고액 자산가들이 많이 가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이제 시작된 것'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역량이 부족한 국내 금융사들이 소싱(sourcing)한 해외 대체투자 상품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다. 자칫 삼성증권에서 비슷한 사고가 발생하면 '그룹'의 성격상 IB 역량 강화를 위해 그간 쌓아왔던 것들이 도루묵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IB업계 관계자는 “리스크가 높은 대체투자 인력을 중심으로 20%나 충원을 하는 것에 좀 놀랍긴 하다”며 “장석훈 사장으로 교체된 데다 삼성증권이 처한 상황상 그룹에 뭔가 보여줄 필요도 있고, 오너의 필요에 의해 그룹에 남든 매각이 되든 밸류업은 필요하기 때문에 IB 역량 강화에 집중하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