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 2년, 이루지 못한 중금리·카드·상장..."아직은 기존 은행 답습"
입력 2019.07.30 07:00|수정 2019.10.14 18:18
    자체 중금리 대출 차일피일...8월 출시? '실력 나올 것'
    고신용 예대마진은 점차 어려워져...중금리가 실적 이정표
    주주사별로 엇갈린 이해관계 성적표...'체리피커' 지적도
    • 출범 2주년을 맞은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는 '혁신'을 하고 있을까. 외형적 부분은 그간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이며 궤도에 올라섰다는 평가가 많다. 비대면 서비스를 금융권 전체에 확산시키는 데에도 공을 세웠다는 분석이다.

      다만 인터넷은행 인가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자체 중금리 대출 상품 출시는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주주들과의 약속 중 하나인 신용카드업 진출 역시 일정을 미뤘다. 자체 자본 조달을 위해 기획 중인 기업공개(IPO)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다.

      카카오뱅크는 최근 계좌 개설 고객 수 1000만명을 돌파했다. 지난 1분기엔 창사 후 처음으로 분기 기준 65억여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총 수신 17조원, 총 여신 11조원으로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기 시작하는 모양새다. 출범 2년만에 제도권 은행 중 하나로 안착했다는 평가가 뛰따른다.

      카카오뱅크의 현재 주력 수익원은 마이너스통장(한도대출)을 중심으로 한 신용대출과 전월세자금대출이다. 비대면 방식으로 기존 은행권 대비 비교적 신청이 간편해 급격히 사용자가 늘어났다는 평가다.

      다만 이는 기존 은행권의 주력 사업 영역이기도 하다. 은행권에서 카카오뱅크가 초기 설립 취지와는 달리 은행과 똑같은 수익구조를 답습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말 그대로 '혁신'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정부에서 인터넷은행을 육성키로 한 핵심적인 배경은 1금융권에서 소외되고 있는 신용등급 4~7등급 고객을 대상으로 한 '중금리' 시장을 맡아달라는 것이었다. 기존 신용평가 모델로는 대출 적격성 평가가 어렵기 때문에 IT전문기업과 금융의 융합을 추구할 수 있도록 인터넷전문은행 특별법이 도입됐고, 카카오가 카카오뱅크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는 승인도 이뤄졌다.

      카카오뱅크 신용대출의 70%가량은 1~3등급 고신용자를 대상으로 이뤄지고 있다. 중금리 대출은 서울보증보험이 손실을 보전해주는 사잇돌대출 상품이 중심이다. 서울보증보험은 예금보험공사가 최대주주다. 사실상 공적자금으로 리스크 없이 중금리 대출을 취급하고 있는 셈이다.

      별도의 신용평가 체제를 통한 '자체 중금리 대출'의 출시는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당초 인터넷은해 인가 전에는 영업 시작과 동시에 상품 출시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지만, 2018년 하반기로 일정이 밀렸다. 일정은 다시 올해 상반기로 미뤄졌다가, 올해 하반기로 다시 밀렸다. 카카오뱅크는 이르면 8월 자체 중금리 대출 상품을 선보인다는 계획을 내놓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자체 중금리 상품 출시 이후 카카오뱅크의 '진짜 실력'이 드러날 것이라고 분석한다. 지금까지 안정적인 고신용자 예대마진을 중심으로 성장해온 카카오뱅크가 상대적 저신용자인 4~7등급 중금리 시장을 공략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저금리 시대에 고신용자 개인·소액 신용대출 위주의 영업전략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지난해 1분기 2.12%로 기존 은행권 대비 높은 수준이었던 카카오뱅크의 명목순이자마진(NIM)은 올해 1분기 1.77%로 뚝 떨어졌다. 시중은행과 비슷한 수준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새로운 자체 신용평가모형은 만드는 것도 어렵지만, 실제로 적용한 이후에도 모형이 얼마나 합리적인지 수 년간 평가와 보강을 거쳐야 한다"며 "카카오뱅크 입장에선 가야만 하지만, 별로 가고 싶지 않은 길일 수 있다"고 말했다.

    • 중금리 시장에서의 성과는 출자 주주들과의 약속인 IPO와도 연계될 전망이다. 인터넷은행 출자사들은 '밑 빠진 독'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이에 카카오뱅크도 2020년 상장을 통해 자체적으로 자본을 조달할 통로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상황이다.

      아직까지 카카오뱅크의 수익구조는 안정화되지 못한 단계라는 평가다. 1분기에는 순이익이 났지만, 2분기에는 마케팅 비용과 주식보상 등으로 인해 손익분기점 수준의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달 기준금리가 전격적으로 인하되고, 추가 인하 가능성이 제기되며 카카오뱅크는 물론, 전 은행권의 NIM관리에 비상등이 켜진 상황이다. 가계대출의 위험가중치는 15% 높이고, 기업대출의 위험가중치는 15% 낮추는 예대율 개편안이 적용되면 마진 확보는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아직 카카오뱅크는 기업대출 시장에 진출하지 않고 있다.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지 못하면 카카오뱅크의 상장은 점점 어려워질 거란 분석이다. 이미 주요 금융그룹의 주가순자산비율(PBR) 평균치는 0.5배 안팎까지 떨어진 상태다. 투자하는 시점에 이미 순자산가치 대비 주식의 가치가 절반으로 깎이는데, 이익까지 내지 못한다면 투자 매력을 찾기는 그만큼 힘들어지는 까닭이다.

      사업다각화의 일환으로 언급됐던 신용카드 사업도 현 시점에서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카카오뱅크는 카드 업황이 좋지 않고, 충분한 자본력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최소한 IPO 이후 신용카드 사업에 진출하겠다고 주주사들에게 설명했다.

      이로 인해 가장 멋쩍어진 게 KB금융그룹일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KB금융의 자회사인 KB국민은행은 카카오뱅크 지분 10%를 보유한 주주다. KB국민카드는 은행의 지분율을 바탕으로 카카오뱅크 체크카드의 업무대행을 맡고 있다. 현재 분기별로 200억원 정도의 업무대행 수수료를 받고 있다.

      국내 최대 리테일(소매) 고객 풀(pool)을 가지고 있는 KB금융 입장에서 20~30대 고객층을 중심으로 한 카카오뱅크의 성장은 미래 잠재 고객층을 잃는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불구, KB금융은 중장기적으로 인터넷은행의 성장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고, 단기적으로 카드 관련 시너지를 감안해 투자를 집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카카오뱅크의 카드 사업이 미뤄지면 미뤄질수록 KB금융에서는 속이 불편한 상황이 될 거란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다른 핵심 주주 중 하나인 한국투자금융지주는 한국투자증권과 카카오뱅크와의 연계계좌 이벤트를 통해 약 100만개의 신규 계좌를 개설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신규 고객 대부분이 20~30대 젊은 고객으로, 한국투자증권 내부에서는 이들을 진성고객으로 만들기 위한 전략 마련에 분주한 모양새다.

      카카오뱅크 출범 2주년을 두고 주요 주주들은 일단 '성과'를 내줬다며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카카오가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것에 대해 금융당국 승인이 나온 만큼 추가 출자 부담이 줄었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다.

      한 주주사 관계자는 "향후 제반 여건을 감안해 가며 단계적으로 사업을 확대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독자적인 신용평가 등 고객분석시스템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는데 이는 기간이 경과하며 업력이 쌓이고 내부 DB가 축적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카카오뱅크가 금융권에서 인정을 받으려면 '체리피커'라는 인식을 넘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카카오뱅크가 당초 예상과는 달리 2년만에 분기 흑자전환 할 수 있었던 것은 자본적정성 기준인 바젤III를 올해까지 면제받았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바젤I을 적용받는 카카오뱅크는 기존 시중은행과 같은 사업영역에서, 훨씬 완화된 규제를 적용받으며 경쟁했다. 이런 혜택이 조기 정착의 배경이라는 지적이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대주주 심사 대상 제외 역시 케이뱅크가 당분간 정상적인 자본확충과 영업확대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인터넷은행 제도 자체를 좌초시킬 수 없기 때문에 내린 정치적 판단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게 사실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카카오뱅크는 케이뱅크와의 경쟁에서만 승리한다면 기존 은행을 그대로 답습해도 된다고 착각하면 안된다"며 "설립부터 대주주 인가까지 각종 혜택을 받은만큼, 당초 인터넷은행에 부여된 사명을 성과로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