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남방' 1조 투자 하나금융, '新북방' 성과는 언제쯤
입력 2019.07.30 07:00|수정 2019.07.31 11:46
    하나은행 투자 여력 절반 베트남에 '올인'
    초기 주력 '신북방' 중국 성과는 '아직'
    두 마리 토끼 쫒는데 '전선 너무 넓다' 지적
    • '신(新)북방' 진출에 주력하던 하나금융그룹이 '신(新)남방'이라는 새 카드를 꺼내들었다. 1조원이라는 적지 않은 자금을 투자하며 전선을 적극적으로 확장한 것이다.

      국내 시장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한 해외 진출은 피할 수 없는 대세다. 하나금융도 오랫동안 공들여 따낸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전력투구하는 모양새다. 다만 기존 신북방정책의 과실이 아직 영글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이원화 정책을 추진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뒤따른다.

      하나금융은 신주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베트남투자개발은행(BIDV)의 2대 주주가 될 예정이라고 22일 발표했다. BIDV는 자산규모 66조원의 베트남 1대 국영은행이자 4대 상업은행 중 하나다. 총 투자금액은 1조249억원에 이른다.

      투자 주체는 하나은행이다. 은행법상 은행의 출자 한도는 자기자본의 20%다. 하나은행의 별도 기준 자기자본은 1분기 말 기준 23조7000억여원으로, 잔여 출자 한도 1조9000억여원 중 절반 이상을 BIDV에 집중 투자하는 셈이다.

      그간 국내 주요 금융그룹 중 베트남 진출에 가장 소극적이었던 하나금융이 일종의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투자는 함영주 전 행장 시절인 1년6개월여 전부터 준비해오던 투자로 전해졌다.

      하나금융은 이전까지 동북3성을 중심으로 중국에 공을 들여왔다. 국내 금융그룹 중 중국에 가장 넓은 지점망을 갖췄다. 지성규 현 하나은행장도 중국법인장 출신이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신북방정책'을 발표했을 때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곳 중 하나가 하나금융이었다.

      다만 하나금융의 중국 진출 성과는 아직 성공적이라고 말하기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연초 불거진 중국민생투자그룹(CIMG) 사태가 대표적이다. 하나금융이 총 4800억원을 투자한 중국민생그룹은 현재 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구조조정에 들어간 상황이다.

      CIMG는 최근에도 바로 다음달 2일 만기가 돌아오는 5억달러(약 5800억여원) 규모 달러화표시채권의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한다고 밝힌 상태다. 하나금융은 해당 출자금의 회수 가능성을 여전히 높게 평가하고 있지만, 중국 경제의 체질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라는 평가다.

      하나은행중국유한공사도 선전하고 있지만 그룹에 대한 이익 기여도는 여전히 낮은 실정이다. 지난해 하나은행중국유한공사는 543억여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2017년 대비 31% 성장했지만, 자기자본이익률(ROE)이 5.7%로 여전히 그룹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

      성장속도도 금융권 예상보다는 느리다는 지적이다. 신한베트남은행은 지난해 하나은행중국유한공사의 절반인 4조원대 자산으로 두 배에 가까운 96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이런 상황에서 베트남에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기로 한 것은 리스크를 분산한다는 다변화 측면에서 나쁘지 않은 선택일 수 있으나, 자칫 '이도 저도' 아닌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하나금융은 신북방, 신남방 태스크포스(TF)를 각각 운영하며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쫒고 있다.

      하나금융은 중국 시장도 여전히 포기하지 않은 모습이다. 불과 1주일 전 하나금융은 세계 최대 국부펀드 중 하나인 중국투자공사(CIC)와 초기 1000억원, 최대 1조원 규모의 펀드를 세우기로 합의했다. 지난달 김정태 회장과 지성규 행장 등 그룹 수뇌부가 중국으로 총출동해 만들어낸 성과 중 하나다.

      러시아 시장에 대한 관심의 끈도 놓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2017년 9대 분야에서 러시아 극동지역과 탄탄한 공동체를 만들겠다며 발표한 '나잇 브릿지 전략'은 사실상 진척되지 않고 있지만, 하나금융은 지난달에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동북아 초국경 경제협력포럼'을 주관하며 불씨를 살리고 있다. 계열사인 하나금융투자는 몽골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일사불란하게 베트남으로 향하고 있는 신한금융그룹과 그 뒤를 쫒고 있는 KB금융그룹 등과 비교하면 하나금융그룹은 '전선'이 지나치게 넓다"며 "현실적으로 국내 금융그룹은 동남아 진출이 답이지만, 중국에 오랜기간 공을 들여온 김정태 회장의 해외 전략을 단시간에 뒤집을 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씨앗은 뿌려놨지만 정세 변화로 인해 수확까지 가는 길 역시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7월 문재인 정부의 신북방정책과 중국 일대일로 정책의 교차점인 중국 길림성(지린성)과 전면적인 업무협력 협약을 체결했다. 다만 최근 미국이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을 노골적으로 견제하는 상황에서 하나금융이 먼저 적극적으로 움직이기는 힘들 거란 평가가 나온다.

      이번 BIDV 투자 역시 마찬가지다. 일각에서는 국영은행에 15%의 비경영권 지분을 투자한 하나금융이 얼마나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나은행은 BIDV가 보유한 1000개의 지점·사무소와 다양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수익과 이어지게 할 수 있는 협력 방안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BIDV의 지난해 연간 순이익은 3800억원이다. 순이익 전액을 배당한다고 가정해도 15%의 지분을 보유한 하나은행에 돌아오는 몫은 연 570억원, ROE 기준 5.7%에 불과하다.

      한 금융권 전문가는 "베트남 금융권에 지분을 투자하거나 합작투자(JV)를 해서 성공한 사례가 없고, 앞서 미리 들어갔던 일본 자본들은 현지 기업에 지분을 넘기고 나오는 추세로 알고 있다"며 "인수합병(M&A)과 투자 성과에 목마른 하나금융이 급한 마음에 다소 무리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