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적 부진에 빠진 아모레, 혁신 없는 '제자리걸음'
입력 2019.08.05 07:00|수정 2019.08.06 09:22
    상반기 영업익 전년比 30% 감소...하락세 여전
    '혁신' 필요하다 지적에도 '변화 없다' 평
    부진 이어가는 사이 LG생건은 '사상 최대 실적' 행진
    • 아모레퍼시픽이 올 상반기에도 저조한 실적을 이어갔다. 2017년 이후 실적 하락세로 ‘혁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계속됐지만 의미있는 변화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여전히 '히트 상품'은 나오지 않고, 여러 브랜드 중 차별화로 경쟁력을 가진 브랜드도 부재한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3조2113억원, 영업이익은 3153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각각 0.2%, 29.7% 감소했다. 특히 2분기는 사드(THAAD) 배치로 중국 정부의 경제보복 직격탄을 맞은 2017년 2분기보다 나쁜 실적을 보였다. 2분기 영업이익은 연결 기준 1104억원으로 전년 동기 35.2% 감소했다.

      실적이 발표된 후 증권가에선 일제히 부정적인 리포트가 쏟아져나왔다. 막대한 마케팅 비용 대비 성과 부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전략과 방향 등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다수의 증권사가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8월2일 아모레퍼시픽은 종가 기준 13만500원으로 전날 대비 3000원 하락해 마감했다.

    • 아모레퍼시픽은 2016년 화장품업계 최초로 영업이익 1조를 달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2017년 이후로는 지난해 2분기를 제외하고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연속 하락세다. 아모레퍼시픽의 실적은 2년 연속 뒷걸음질이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25% 줄어든 5525억원이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타개책으로 ‘자체 브랜드 강화’와 ‘글로벌화’를 내놓았다. 이후 인도시장에 지난해 라네즈를, 올해 5월 에뛰드를 진출시켰다. 또 중국에서 이니스프리 매장을 재단장하는 등 매출 확대를 노리고 있다.

      하지만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당시에도 해당 ‘전략’이 실적 부진을 해결할 만큼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2분기 국내 화장품 사업은 영업이익 76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5% 감소했다. 2분기 기준 아시아 사업 매출액은 전년대비 6.3%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41억원으로 55%감소했다

      아리따움 라이브 매장(체험 중심 편집매장) 전환의 영향도 예상보다 길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아리따움 라이브 전환을 연내 300개 점포로 계획했지만 현재 500개로 계획을 확대했다고 알려졌다. 2분기 기준 아직 총 160개 점포가 전환했다. 고정비 부담이 큰 채널이기 때문에 전환 효과가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 있다는 평이 나온다.

      한 화장품 담당 애널리스트는 “사실 ‘히트상품’이 부재한 것이 가장 큰 문제다”라며 “이미지가 중요한 화장품업에서는 아이오페의 ‘쿠션’처럼 ‘킬러 콘텐츠’가 나와야 하는데, 아직도 회사가  몇 년 전에 나온 헤라의 ‘블랙 쿠션’을 최근 히트상품이라 설명하고 있다”고 전했다.

      글로벌 부문도 성장이 더디다. 해외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국 시장에서 한자리 수 매출액 성장률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중국 내 로컬 경쟁사들이 공격적으로 확대해 중국 시장 마케팅 비용이 전년 대비 50% 가까이 증가하면서 수익성은 악화했다. 아리따움·이니스프리 등의 점유율 약세가 심화되고 있어 성장률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이 나온다. 새롭게 진출한 유럽에서도  성장하고 있는 브랜드가 없다. 북미시장도 유통채널에 의존해서 판매될 뿐 단일 브랜드가 경쟁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분석이다.

      아모레퍼시픽은 ‘비주력 브랜드가 많다’는 지적을 받아왔지만 최근 브랜드 수는 오히려 증가했다. 2018년 기준 전체 29개(화장품∙향수∙이너뷰티∙메디컬뷰티∙매장∙생활용품∙티컬쳐)였던 브랜드는 현재 34개로 늘었다. 여전히 다수의 브랜드가 영업이익 감소와 적자를 지속중이다. 올해 2분기 기준 이니스프리는 지난해 동기 기준 영업이익이 29% 감소했다. 에뛰드는 여전히 적자 상태다. 이외에도 국내 생활용품 및 오설록 사업이 영업적자 24억원을 기록했다.

      럭셔리 브랜드도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분석이다. 매출액의 36% 내외를 차지하는 대표 럭셔리 브랜드인 설화수의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넥스트’의 필요성이 거론된다. 올해 중국에서 설화수가 30% 성장을 보였지만 여전히 매출 비중이 20% 미만에 머물고 있다. 중국에서 기존 브랜드 럭셔리 부분과 ‘려’와 같은 헤어케어 부분 강화를 꾀하고 있어 마케팅 비용이 지속적으로 투입될 예정이다.

      아모레퍼시픽이 ‘구조적 부진’을 겪는 동안 경쟁사는 발빠른 ‘선택과 집중’으로 치고 나갔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부터 생활용품 부문의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럭셔리 브랜드 중심의 포지셔닝 등 효과적인 판매 전략에 집중했다.

      그 결과 올해 초 LG생활건강은 ‘40년 1등’인 아모레를 주가와 실적에서 모두 제쳤다. LG생활건강의 화장품부문 매출액은 2017년 3조 3111억원에서 지난해 3조 9054억원으로 늘었다. 영업이익도 6361억원에서 7827억원으로 증가했다. 럭셔리 브랜드의 성장에 힘입어 올 상반기도 성장세를 이어갔다. 상반기 매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11.9% 증가한 3조 7073억원, 영업이익은 13.2% 증가한 6236억원으로 사상 최대 반기 실적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아모레가 ‘화장품은 우리가 제일 잘 안다’의 일종의 순혈주의도 있고, 이제와서 M&A(인수합병)로 키워나가긴 화장품 회사들 몸값이 비싸져 부담스럽다 보니 '하나만 걸려라'는 식으로 자체 브랜드를 늘려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회사 내부에선 '내수를 살리자'가 '특명'이라고 전해지는데, 더 이상 차별점을 잃은 브랜드들을 싸게 파는 것이 능사가 아닌 상황”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