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위협 커진 대림산업, 지배구조개편 카드 꺼내나
입력 2019.08.05 07:00|수정 2019.08.02 18:05
    지주사 대림코퍼, 대림산업 지분 23%에 불과
    이해욱 회장 연임 내년 주총 최대 관심사
    궁극적으로 대림코퍼·산업 합병 가능성 솔솔
    • 대림산업의 지배구조 개편이 임박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대림산업에 대한 외국인 지분이 50%를 넘어서면서 경영권 위협이 한층 커지면서다. 시장에선 대림산업과 대림피앤피 합병을 시작으로, 궁극적으로는 대림코퍼레이션과 대림산업이 합병되는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지주사격인 대림코퍼레이션이 갖고 있는 대림산업의 지분은 23%다. 외국인투자자들의 지분은 50%가 훌쩍 넘었고 1년 새 15%포인트 이상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배력이 취약하다보니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이해욱 회장의 연임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2018년 ‘운전기사 갑질’로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이 회장은 여전히 등기임원 자리는 유지하고 있으나 내년 임기가 만료된다. 지분의 12.7%를 들고 있는 국민연금도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면서 사익편취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이해욱 회장 연임에 손을 들어주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대림산업 측은 외국인투자자 가운데 경영 참여 목적을 밝힌 투자자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주주들끼리 뭉쳐서 한 목소리를 내거나 주주 행동주의 펀드가 조용히 지분을 매집하고 있을 가능성을 유의해야한다는 평가다.

    • 지배구조 개편의 첫 순서로 대림산업과 대림피앤피 합병이 거론된다. 지난 1일 출범한 대림피앤피는 기존 대림코퍼레이션이 담당하던 석유화학 도소매 영업 중 폴리머(PE/PB) 부문을 가지고 나왔다. 분할 당시 시장에서는 대림코퍼레이션의 매출의 30%에 달하던 폴리머 사업 부문을 100% 물적 분할하는 이유에 대해 의문이 많았다.

      건설 담당 애널리스트는 “대림코퍼레이션은 내부거래 가운데 대림산업이 비중이 57%에 달한다”라며 “내부거래 과정에서 대림산업이 부담하던 비효율이 제거되는 것이 아닌데 굳이 폴리머만 떼어내, 대림피앤피를 만들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결국 대림피앤피를 활용해 부족한 지배력을 확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합병의 명분이 설득력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대림산업이 생산하는 제품을 대림피앤피가 영업을 하던 구조에서 발생하는 비효율을 제거한다는 명목으로 합병을 할 수 있다는 평가다.

      김기룡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CJ올리브네트웍스 분할 후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지배력을 강화했던 것과 비슷한 시나리오를 예상했다. CJ그룹은 CJ올리브네트웍스를 IT 부문과 올리브영 부문으로 먼저 분할하는 과정을 밟았다. 그 뒤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IT부문을 CJ㈜의 자회사로 편입하고 주주들에게는 IT부문 주식을 CJ㈜ 주식으로 교환해줬다. 이를 통해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은 지주회사인 CJ㈜의 지분 2.8%를 확보했고 이경후 상무도 1.2% 보유하게 됐다.

      이와 비슷하게 대림코퍼레이션에서 분할된 뒤 100% 자회사가 된 대림피앤피와 대림산업 간에 소규모 주식교환 혹은 소규모 합병을 하는 방식이 예상된다. 이 경우 대규모 존속회사(대림산업)는 주주총회 승인 결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이사회 결의만으로 합병 절차를 진행할 수 있고 반대 주주의 주식 매수 청구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리스크 부담이 적다.

      그러나 대림피앤피를 통한 지배구조 개편으로는 지배력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렵다. 대림피앤피 합병 혹은 주식 교환으로 대림코퍼레이션은 대림산업에 대한 지분율을 25% 수준까지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궁극적으로 대림코퍼레이션과 대림산업의 합병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김 연구원은 대림코퍼레이션과 대림산업이 합병한다면 오너 일가의 대림산업 지분율은 최대 31%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비상장사인 대림코퍼레이션의 기업가치를 7000억~9000억원 규모로 가정했을 때 나온 수치다.

      이어 대림코퍼레이션과 대림산업 합병으로 발생하는 최대 20%의 자사주를 활용해 유화/건설 부문 인적 분할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주주의 기업에 대한 의결권은 강화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합병을 통해서 지배력을 강화해왔던 작업은 이해욱 회장이 승계할 때 이미 사용한 바 있다. 이 회장은 대림H&L의 주식 80만주를 무상으로 배정받고 2년 뒤 유상증자로 200만주를 추가로 배정받으며 지분을 100%까지 만든 뒤 대림코퍼레이션과 합병했다. 합병 후 이 회장이 확보한 대림코퍼레이션 지분은 32.1% 수준이었다. 이후 2015년에는 이 회장이 지분 89%를 보유한 대림I&S와 대림코퍼레이션을 합병해 지분율을 52%로 끌어올렸던 과정을 밟았다.

      대림산업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이미 내부적으로 유화부분과 건설부문의 분리도 끝났고 공표만 하면 되는 수준이다”라고 하면서도 “대림산업 지배구조개편 이슈는 워낙 복잡하게 얽혀있어서 대림피앤피 합병부터 지배구조개편 완료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림산업 측은 “대림산업과 대림피앤피 합병은 대림산업 내 유화와 건설사업을 분리한다는 말과 더불어 유언비어에 불과하다”라며 “금융권에서 추측을 하는 것일 뿐이고 대림코퍼레이션이 대림산업 지분을 높일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