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중동 항공협정 개시...대한항공ㆍ아시아나항공 '골머리'
입력 2019.08.07 07:00|수정 2019.08.06 18:16
    60조원 넘는 '오일 머니' 먹고 쑥쑥 자란 중동항공사
    UAE측의 노선 증편 요구는 유럽행 환승 수요 목적
    미래 먹거리로 장거리 노선 택한 양대 항공사 직격탄
    • 오는 7일부터 아랍에미레이트(UAE) 아부다비에서 한국·UAE 항공협정 회담이 개최된다. UAE측은 한국과 UAE 항공 노선에 대해 주 7~14회 증편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항공협정은 '호혜원칙'(Reciprocity)을 따르고 있어 한국 역시 UAE측에 동일한 횟수의 노선 증가요구가 가능하다.

      하지만 이례적으로 대한항공과 아니아나항공 노조가 지난 달 29일 청와대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면서 이런 증편 요구를 강력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UAE가 이들 항공사의 장거리 노선 수요를 흡수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중동계 항공사들은 그간 대대적인 오일머니 투자와 국가 보조금을 통해 발빠르게 성장해왔다. 아랍에미레이트 항공ㆍ카타르 항공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이들 항공사는 승객을 최대한 많이 탑승시킬 수 있는 대형기종과 낮은 요금 등을 무기로 삼아 글로벌 노선 증편에 앞장서왔다.

      이런 움직임은 곧바로 다른 항공사의 수익기반 저하를 일으키기도 했다. 일례로 항공업계에서는 중동계 항공사들이 유럽 노선을 침식했던 것이 최근 유럽 항공사 연쇄 도산의 원인으로 평가한다. 호주 최대 항공사인 콴타스 항공도 중동 항공사 공세에 밀려 런던을 제외한 로마, 파리, 프랑크푸르트 등 유럽노선 전체를 중단했다.

      이 같은 전례와 마찬가지로 중동계 항공사들의 노선 증편 요구 역시 유럽으로 가는 한국인 관광객들의 수요를 끌어 모으기 위해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미 중동 항공사를 이용한 서울발 탑승객의 70%가량은 UAE를 경유해 유럽 등 다른 지역으로 환승하고 있다. 지금도 중동 항공사는 국내 항공사보다 공급력은 5.5배, 운항횟수는 3배나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노선이 증편되면 국내 항공사는 규모의 경제에서 밀린다는 설명이다.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도 중동 항공사가 국내 항공사보다 20~30% 싼 가격에 티켓을 제공하고 있다. 아울러 운항횟수가 동일하더라도 대형기종을 쓰다보니 탑승객 숫자도 월등히 많다.

      최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저가항공사(LCC)와 차별점을 두기 위해 장거리 노선을 확대하는 공략을 취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장거리 유럽노선을 중동계 항공사에게 침식당할 경우 발생할 여파가 만만치 않다는 것.

      항공업계 전문가는 “중동 항공사가 유럽 노선을 잠식하게 된다면 국내 대형 항공사가 숨 쉴 구멍이 사라진다”라며 “한일 무역갈등 등으로 실적이 꺾이고 있는 가운데 성장할 수 있는 여력마저 줄어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동계 항공사의 약진과 침식에 대해 해외에서도 견제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미국 주요항공사와 항공협회가 '카타르, UAE와 공정한 경쟁 회복'을 목적으로 설립한 '오픈&페어 스카이즈'는 “2004년부터 카타르와 UAE 정부는 카타르, 에티하드, 에미레이트 항공에 520억달러(63조원)의 보조금과 불공정한 혜택을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아메리칸항공, 유나이티드항공 등 미국 항공업계 CEO는 지난 달 18일 미국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UAE와 카타르 정부가 항공사에 지급하는 보조금을 지적하기도 했다.

      다만 정부는 아직 신중한 입장이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항공협정의 원칙은 호혜성으로, UAE쪽에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할 수 없다”라며 “UAE의 요구가 우리나라에 이로울 게 별로 없어 보인다면 그에 상응하는 협상카드를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