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그룹 중 유일하게 웃고 있는 현대차 그룹株
입력 2019.08.08 07:00|수정 2019.08.09 11:24
    대기업 그룹주 수익률 1위
    환율상승, 신차효과 겹치며 하락장서 안정적 흐름
    외국인, 기관투자가 관심도 ‘쑥’
    • 국내 증시가 연일 하락세를 보였지만 현대자동차 계열사 주가는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전년도 기저효과에 따른 상반기 호실적, 환율상승에 따른 효과, 여기에 신차 사이클이 겹치면서 악재가 가득한 국내 증시에서 그나마 버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6일 장중 한때 1900선이 붕괴된 코스피는 전일 대비 1.5% 하락한 1917.5포인트로 장을 마감했다. 미국이 중국산 수입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하고,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 지난 2일 한국 증시는 폭락했고, 아직까지 반등의 기대감을 갖기는 어려운 상태다. 코스피가 1900선 아래로 붕괴한 것은 3년 1개월 만이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상반기 어닝쇼크와 더불어 일본의 핵심소재 수출제한에 대한 우려가 겹치면서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다. 코스피 시가총액 2위 기업 SK하이닉스 주가는 8월에만 8% 넘는 하락세를 보였는데, 6일에는 4.5% 급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LG화학과 LG전자 등 LG그룹 계열사 주가의 낙폭은 삼성과 SK그룹보다 컸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시가총액 상위 바이오 기업들의 주가 부진은 최근 들어 상수가 됐다.현대차그룹 계열사의 주가는 이와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 그룹주는 삼성·SK·LG그룹 중 가장 높은 주가 수익률을 기록했다.

    •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기아차의 주가 수익률은 특히 눈에 띈다. 현대모비스는 6개월 전과 비교해 8% 이상의 수익률을, 현대글로비스는 10% 수익률을 나타내고 있다. 기아차는 20% 넘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데 1년 전과 비교해 40% 가까운 수익률을 기록했다. 6개월~1년 치 수익률이 대부분 마이너스(-)인 대형주들과 상반된 모습이다. 지난해 말 10만원 이하로 떨어지며 10년 새 최저치를 기록하던 현대차 주가는 올해 들어 큰 폭으로 올라 당분간 조정을 받고 있는 상태다.

      이 같은 주가 흐름은 가장 먼저 실적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현대차의 상반기 누적 영업이익은 2조62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 상승했고, 현대모비스는 1조1200억원으로 14.3% 증가했다. 기아차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71% 증가한 1조1280억원을 기록했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기함급 스포츠 유틸리티차량(SUV)인 팰리세이드와 텔루라이드의 판매 호조는 당분간의 실적 호조를 기대해 볼 만한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에서 초도 물량 판매를 시작한 펠리세이드는 지난달 약 4400대를 팔았고, 현대차는 연간 7만~8만대 이상을 판매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 조지아 공장에서 생산하는 텔루라이드도 지난달 4500대가 넘는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기아차는 연간 6만5000대를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8만대 규모로 증설할 계획이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상당수의 차량을 미국에서 현지생산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급등하고 있는 원-달러 환율은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 한 전문가는 “현대차의 경우 한일 분쟁과 환율 상승에 대한 부담이 상당히 적은 편”이라며 “현재와 같은 판매만 이뤄진다면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한 안정적인 실적 상승세를 기대해 볼만하다”고 했다.

      국내 증권사 한 대표급 인사는 “부품을 일본에 의존하지 않고 내재화했다는 것을 강조하며 요즘 들어 현대차 측의 목소리가 한층 커진 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가 극심한 부진을 겪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현대차에 대한 기관투자가들의 주목도도 높아지고 있다. 현대차 그룹주의 외국인 지분율이 오히려 소폭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종목에서 손절한 국내 기관들의 투자 자금도 일부 유입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한 주식운용 담당자는 “사실 올해초까지만 해도 국내와 해외 법인을 막론하고 현대차 그룹주에 대한 기대감이 거의 없었는데, 요즘 같은 하락장에 이 정도 수익률을 내고 있는 것에 다들 놀라는 눈치다”며 “현재 상황에선 다른 종목에 비해 그나마 안정적인 실적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포트폴리오에서 현대차 그룹주의 비중을 조금 늘려나가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까진 현대차 관련주 투자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미국의 국산 차량 및 부품에 대한 추가 관세부과 조치는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다. 미국 정부는 올 연말까지 추가 관세를 연기했으나, 정치적 상황의 변화로 최대 25%의 추가가 관세가  부과될 경우 현대차는 직격탄을 맞게 된다. 최근 미국은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부과 방침을 발표하며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가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는 시점에서, 현대차의 제 1시장인 중국시장의 회복세가 예상보다 더딜 수 있다는 점도  '신중론'에 무게를 싣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