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LCC, 경영권 분쟁으로 신뢰도 추락 위기
입력 2019.08.09 07:00|수정 2019.08.12 09:14
    에어프레미아, 기존 대표 몰아내고 변경 면허 신청
    에어로케이, 대주주 vs 나머지 주주 갈등
    "LCC업계 전반으로 신뢰도 하락 퍼질까 우려"
    • 신규 저가항공사(LCC)가 경영권 분쟁으로 내홍을 겪고 있다. 공급 과잉과 한일 무역분쟁 등의 영향으로 실적이 꺾이면서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인데도 신생업체들은 경영권을 두고 치열하게 다툼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경영권 분쟁으로 안전 문제까지 염려되는 만큼 LCC업체들은 분쟁의 불똥이 업계 전체로 번질까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에어프레미아는 지난 4월 제주항공 출신인 기존의 김종철 대표를 몰아내고 심주엽·김세영 각자 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현재 에어프레미아의 대주주는 에어프레미아 지분 9.3%를 들고 있는 서울리거다. 서울리거는 심주엽 대표가 대주주로, 대표 본인도 에어프레미아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휴젤의 공동창립자인 홍성범 회장이 지분 100%를 들고 있는 세심은 서울리거의 주요주주다. 홍 회장도 에어프레미아에 투자했다. 심 대표는 홍 회장이 휴젤에서 경영권 분쟁이 있었을 때도 백기사로 나섰던 일종의 동업자 관계다. 이에 따라 심 대표 및 그의 우호 지분을 합치면 에어프레미아의 지분이 29%에 달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분 확대 과정에서 기존 김종철 대표 라인이었던 김영규 에어프레미아 감사가 회사를 상대로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법원에서는 지난 달 23일 기각 결정을 내렸고 예정대로 대주주는 유상증자를 통해 지분을 늘렸다. 김 감사는 2520원으로 책정된 1주당 발행가액이 지나치게 낮게 책정됐다는 주장을 펼쳤다. 투자의향서를 받았을 때는 1주당 5000원으로 기업가치를 책정했음에도 서울리거를 비롯한 대주주들이 저렴하게 지분율을 확대했다는 설명이다.

      김 감사는 청와대에 보낸 탄원서에서 "투기자본가 세력은 최대 걸림돌인 항공전문가 김종철 대표를 배임, 횡령 등 불법적 해사행위가 전혀 없음에도 해임을 시도했다"면서 “새로 임명된 대표와 부사장들은 항공에 대한 전문성이 없기 때문에 경영이나 안전상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에어프레미아는 대표이사 변경으로 국토교통부에 변경 면허를 신청했으나 국토부는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초저비용항공사를 표방하는 에어로케이 또한 대주주인 에이티넘파트너스와 나머지 주주 간에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에이티넘파트너스는 에어부산 출신의 최판호 부사장을 영입하려고 했으나 나머지 주주들이 반발하고 있다. 당초 지난 달 8일에 최 부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을 위한 임시주주총회가 열려야 했지만 파행됐다.

      회사 관계자는 “에어로케이도 일단은 대표자 변경을 준비하고 있다”라며 “에이티넘파트너스가 대주주이기 때문에 경영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팩트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에 대해 항공업계 전문가는 “신규 시장에 진입하려는 주체들은 지금 단기적으로 어려운 것이지 구조적으로 꺾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유럽이나 미국 항공사가 연쇄 도산하는 것 같은 시장 재편 상황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일 무역갈등 전부터 일본 노선은 이미 꺾이기 시작한 상황이었고 단거리 기재로 갈 수 있는 공항은 이미 포화상태인 점을 지적했다. 특히 신규 LCC가 거점으로 삼은 지방공항은 불황의 타격을 더욱 크게 받아 이용객 수가 빠르게 줄고 있다.

      항공 담당 애널리스트는 “수급 밸런스에 대한 고민을 해야하는 상황이지만, 항공업이란 누군가 하나 망하기 전까지 치킨 게임 양상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는 게 생리다”라며 “시장에 유동성이 넘쳐나기 때문에 이런 위험한 투자에도 돈이 몰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권 분쟁에서 가장 우려되는 점은 안전 문제다. 국토부가 신생 LCC의 변경 면허를 부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이유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의 이용호 의원은 "비행기가 뜨기도 전에 변경 면허부터 신청하는 신생 항공사가 안전을 얼마나 신경 쓸지 우려스럽다”라며 “국민안전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면 변경면허 신청은 반려돼야 한다"고 성명서를 낸 바 있다.

      LCC업계에서 밑단을 차지하는 이스타항공은 자본잠식이 장기화하면 면허 취소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2년 내에 LCC업체들이 정리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생 항공사들의 경영권 잡음이 업계 전반에 대한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