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지는 주가ㆍ환율 비상…아시아나항공 매각, 시작부터 난기류
위상호 기자 | wish@chosun.com | 2019.08.12 07:00
Edited by 현상경 부장 | hsk@chosun.com
print인쇄 print공유하기
+ -
한일 분쟁으로 주식장 폭락에 환율도 급등
구주 값 중요한 금호, 목소리 낼 지 미지수
조단위 리스부채…실적은 하락, 리스료는 증가
여행 수요 감소까지…인수후보 고심 커질 듯

아시아나환율1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초기부터 한일 무역분쟁의 충격파로 지장을 받고 있다. 매각자 금호산업은 구주 가격이 가장 관심사인데 기준이 될 주가는 시장을 따라 점차 힘이 빠지는 모습이다. 외화 리스부채가 많은 항공업 특성상 환율 고공행진이 계속될 경우 손실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매물로서의 가치 역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 2일 일본이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간소화 우대국가)에서 제외한 후 따른 충격파가 주식 시장을 휩쓸고 있다. 주말 이후 첫 장이 열린 5일 1950선이 무너졌고, 6일 한 때 1900선까지 붕괴하기도 했다.

아시아나항공 주가도 한일 분쟁이 심화한 후 낙폭이 두드러졌다. 4월 매각 계획이 알려진 후 잠시 9000원을 돌파했지만 점차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이번 매각 대상인 아시아나항공 구주 33.47%의 시장 가치 역시 6000억원을 넘었다가 3000억원대로 줄었다.

아시아나항공 구주 매각을 통해 최대한의 그룹 재건 자금을 모아야 하는 금호아시아나그룹 입장에선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경영권 지분 프리미엄을 최대한 높게 써내는 인수자에 힘을 실어주고 싶지만 신주 발행 규모가 우선인 산업은행과 의견 충돌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

향후 주가 반등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소문난 거래지만 아직 경쟁 구도가 확실치 않다. 매력도가 크지 않다거나 채권단에 매각 주도권이 완전히 넘어간 후를 기다리는 편이 낫다는 등의 평가가 오간다. 중국과 미국의 환율 힘겨루기까지 겹치면서 주식 투자 심리도 회복할 기미를 보이기 어렵다.

달러 환율

더 큰 문제는 환율이다.

산업 특성 상 항공사 실적은 환율 변동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항공기나 엔진 등의 리스료, 유류 대금까지 달러화로 지불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대금을 지불하기 위해 더 많은 원화가 필요해진다.

아시아나항공의 총차입금은 작년말 약 3조9000억원에서 1분기말 약 5조5000억원으로 늘었다. 올해 새 '리스 회계제도'(IFRS 16 Leases)가 적용되며 운용리스 계약을 모두 부채로 인식한 탓이다. 이 중 리스계약 관련 부채는 운용리스(약 2조5000억원)와 금융리스(약 1조4000억원)를 합해 3조9000억원이다.

리스부채 인식으로 차입금 규모가 커지고 부채비율도 높아졌지만 곧바로 모든 부담이 현실화하지는 않는다. 앞으로 내야할 리스료의 규모가 한 번에 반영됐을 뿐 실제로 모든 금액을 한 번에 내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환율이 오를수록 평가 부채가 늘고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있다.

한 증권사 운송담당 연구원은 “환율이 오르면 평가부채가 늘고 영업 외로 평가 손실이 잡혀 당기순이익이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환율이 오르고 내림에 따라 실적도 출렁이는 것은 일상적이고, 기업의 본질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매각이 본격화한 시기에 환율 고공행진이 이어지고 실적 수치가 악화한다는 점은 긍정적인 요소로 보긴 어렵다.

아시아나항공 리스 표

환율 상승으로 실질적인 리스료 지출도 커질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1분기말 기준 향후 1년 이내에 지급해야 할 최소 리스료가 약 8000억원, 1년 초과 5년 이내는 약 2조2000억원, 5년 초과는 약 1조2000억원이라고 밝혔다. 매각이 원활히 진행된다면 새 주인은 추가적인 리스 계약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3조원이 넘는 리스료 부담을 안고 가야 하는 셈이다. 향후 노후 항공기 교체를 위한 추가 리스 계약 등 초기 비용도 염두에 둬야 한다.

1분기 마지막 원달러 환율은 1137원이었는데 지금은 7%가량 올라 1200원을 넘어섰다. 원엔, 원유로 환율도 최근 들어 급등했다. 현재 환율대로라면 1분기 때 환율을 기준으로 한 리스료보다 수천억원을 더 내야 하는 부담이 생기는 셈이다.

환율이 한참 낮을 때부터 인수를 검토한 곳이 있다면 전면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 특히 아시아나항공과 같은 부담을 안고 있는 AK그룹의 고민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제주항공은 6일 2분기 실적이 적자전환했다고 밝히며, 한 요인으로 환율 상승을 꼽았다.

인수 후보는 고객의 감소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아시아나항공은 일본 불매운동 여파가 장기화하자 일부 일본 노선에 투입하는 비행기를 소형 기종으로 바꿨고, 노선 감축도 검토하고 있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환율상승은 고객의 해외 여행 욕구를 억제하고 이는 결국 항공 여객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한일 갈등 장기화로 일본 여행 수요가 줄고 있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요소”라고 말했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8월 07일 07:00 게재]

기사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