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그나칩 러브콜 보내는 中...SK하이닉스 역전카드는 기반시설?
차준호 기자 | chacha@chosun.com | 2019.08.12 07:00
Edited by 현상경 부장 | hs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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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 측 의사결정 미루며 거래 장기화
적극적 인수의사 보이는 中 업체…SK 가격 둔 고민
中 매각 확정시 노조·지역사회 반발 예고…'하이디스' 트라우마
SK하이닉스 공업용수·가스 공급 중…계약 유지도 불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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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그나칩반도체 M&A가 예상보다 장기화되며 SK하이닉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매각 대상인 설비와 부지의 필요성은 크면서도, 중국 업체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가격이 치솟은 점이 부담스런 상황이다.

SK하이닉스 입장에선 매각 측에 가격 외 비(非)가격적 요인들을 부각하는 방식으로 인수전략을 짤 것으로 보인다. 노동조합 및 지역사회 반발 등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점 등 매각측에 빠른 거래 종결을 담보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매그나칩반도체가 현재 SK하이닉스로부터 공업 용수 및 가스, 상하수 시설 등 필수 기반 시설을 제공받는 점도 거래에 변수가 될 전망이다.

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사모펀드(PEF)인 알케미스트캐피탈파트너스(이하 알케미스트)가 조성한 프로젝트 펀드 주요 출자자(LP)로 참여하는 방식으로 매그나칩 인수를 진행하고 있다.

업계에선 당초 올해 상반기 중 매각이 확정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절차가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 일각에선 회사가 꾸리는 8인치(200mm) 파운드리 업황이 여전히 호조를 보이면서 미국 이사회가 의사결정을 주저하고 있다는 설명도 나온다.

매각 측은 연 초까지 SK하이닉스와 물밑에서 매각 협상을 진행했지만 가격을 두고 평행선을 걸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JP모간을 주간사로 선임해 공개매각으로 선회하면서 복수의 중국업체들을 초청했다. 전략적 투자자(SI) 가운데에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업체) 분야 3위권 업체인 대만의 UMC, 중국 SMIC 등이 인수를 검토했고 재무적 투자자(FI)로는 NXP의 RF(무선주파) 파워사업부를 인수했던 JAC캐피탈 등이 거론된다. 현재 중국 업체들은 강한 인수 의사를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 입장에선 고민이 깊어질 상황이다. 단기적으로 매그나칩의 설비와 부지에 대한 전략적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큰 프리미엄 지불엔 부정적인 상황이다. 매각 측은 최소 3억~4억달러 이상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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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는 비메모리 사업부의 중국 우시 이전을 확정 짓고 현지에 공장을 짓고 있다. 완공 이후 국내 설비를 중국에 이전해야 하지만, 기존 수주 물량들은 적기에 납품해야하는 점은 고민이다. 이런 상황에서 매그나칩의 주요 설비가 현재 SK하이닉스 청주공장에 포함돼 있다 보니 이를 인수해 공백을 메워 대처하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가격 경쟁이 과열될 경우, 큰 프리미엄을 지불하며 인수에 나설 여력은 넉넉지 않은 상황이다. 메모리반도체 실적 악화로 회사 영업이익이 1년만에 무려 90% 줄었다. 당장 부채비율이 치솟으며 계획된 투자도 축소하겠다 밝힌 상황에서 '임시 방편'격인 설비 인수에 큰돈을 지불하긴 어려울 것이란 평가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SK하이닉스가 인수 후보 중 거래종결 가능성이 가장 큰 후보인 점을 내세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노조 반발 등 인수 후 통합(PMI) 뿐 아니라 지리적 여건 등 비가격적인 요소에서도 강점을 지니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 국내 노조의 반발 등을 고려할 때 중국 업체로의 매각은 수월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이미 매그나칩 노조는 충청북도 도지사 등을 만나 해외 매각 반대 의사를 밝히고 협조에 나선 것으로도 알려졌다.

M&A에서 자본의 국적이 미치는 영향이 옅어졌다 하더라도, 매그나칩 구성원 사이 과거 하이닉스의 해체 기억은 각인된 상황이다. 하이닉스 및 매그나칩과 한솥밥을 먹던 '하이디스'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2003년 하이닉스 LCD 사업부에서 분리돼 중국 BOE에 매각된 하이디스는 '기술 빼먹기' 논란속에 결국 부도처리 됐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중국업체는 품귀현상을 보이는 8인치 설비 확보가 주요 목적이기 때문에 인수 후 현지로 주요 설비를 옮기거나 강한 구조조정에 돌입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그나마 SK하이닉스에선 비메모리 인력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느는 데다 정부와 노조차원의 '견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내부 구성원 사이 중국 매각에 대한 저항은 당연히 거셀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최근 국내 부품ㆍ장비회사 지키기의 필요성 및 중요성이 주목받은 점, 또 미ㆍ중 무역 갈등이 한창인 상황에서 주요 파운드리 설비를 중국에 넘기는 데 대한 부담감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아울러 현재 매각 대상이 지리적으로 SK하이닉스의 청주 비메모리 산업단지 내 위치한 점도 거래에 핵심 변수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현재 반도체 생산 및 주요 공정에 투입되는 공업용수, 화학물질 처리를 위한 오폐수 처리, 공장 운영에 필요한 가스 공급 등을 SK하이닉스를 통해 조달하고 있다.

중국업체가 최종적으로 인수자가 될 경우 SK하이닉스와 기존 계약을 갱신하는 형태로 사업을 운영할 수 있지만, 의사결정의 주도권은 SK하이닉스 측에 있을 것이란 평가다. 매각 측이 이런 불확실성에 대해 잠재 후보들에 안내했는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8월 08일 18:20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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