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냐 해외냐...우리금융 소수지분 우군 찾기 딜레마
위상호 기자 | wish@chosun.com | 2019.08.13 07:00
Edited by 현상경 부장 | hs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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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카드 이전 대가로 받은 신주 매각
국내 자본 참여하자니 꺾이는 업황이 부담
해외 자본은 시너지·정서·사외이사 등 이슈
경영평가 시험대…손 회장 체제 유지에도 영향

우리금융지주 소수지분 인수자로 국내외 후보가 거론되고 있지만 결론이 나기까진 갈 길이 멀다. 국내 자본의 참여를 유도하자니 금융업계 전반의 침체가 부담스럽고, 관심을 가지는 해외 자본에 넘기자니 얼마나 시너지효과를 낼 지 미지수다. 내년부터 민영화 작업을 앞둔 상황이라 기존 과점주주 및 경영진과의 호흡도 특히 신경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은 지난 6월 우리은행의 우리카드 지분을 인수하는 대신, 신주 4210만여주와 현금 5983억원을 우리은행에 지급하기로 하는 계약을 맺었다. 오늘 9월 거래가 완료되면 자회사 우리은행이 모회사 지분을 가지게 된다.

관련법에 따라 우리은행은 우리금융 주식을 6개월 안에 팔아야 하는데, 시장에서 급히 정리하려다 보면 오버행 부담이 커진다. 지금 시가만 적용해도 5000억원 이상이다. 주인을 정해 나눠주는 편이 충격파가 덜하다. 골드만삭스를 주관사로 삼아 매각 절차를 진행 중이다. 우리은행은 국내외 다양한 잠재 후보들을 대상으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상대별 거래 지분율도 유동적일 전망이다.

금융업계에선 국내 사모펀드(PEF)의 참여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몇몇 운용사들이 우리금융 지분 인수를 위해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자금 모집 의사를 타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금융업황을 살피면 국내 PEF가 참여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갈수록 금융업에 대한 매력도는 떨어지는데 경기 침체로 부실 위험성은 커지고 있다. 최근엔 한일 무역분쟁, 미중 환율 분쟁 등 국내외 정세도 심상치 않다. 이런 상황이 장기화하지 않더라도 향후 극적인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런 위험성을 감안하면 든든한 후순위 출자자가 필요하다. 우리금융 주식 가치가 떨어지는 경우에도 선순위 투자자를 내보내고 주식을 장기 보유하며 기회를 엿볼 수 있는 금융회사 등이다. 그러나 금융회사라면 선순위 투자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금융지주회사나 외국계 자본 등 향후 지주 지분을 가져가기 어려운 곳이라면 더욱 참여하기 어렵다. 인수 지분율이 낮고, 경영 전반에 목소리를 내기 어려울 수록 매력도가 더 떨어질 수 있다.

한 금융회사 전략 담당자는 “몇몇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우리금융 주식 인수를 위해 자금 조달을 검토하는 분위기”라며 “후순위 투자를 하려면 주식에 대한 콜옵션 등을 확보하는 등 안전장치가 필요하지만 금융회사가 이런 역할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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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자본에 지분을 매각하는 것도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다.

우리은행이 내놓는 우리금융 지분은 우리사주조합을 제외하면 예금보험공사, 국민연금에 이어 세번째로 많다. 만일 한 곳이 모두 인수한다면 과점주주 중 지분율이 가장 높은 IMM PE보다도 더 많은 주식을 갖게 된다. 사외이사 자리를 요구할 수 있을지, 기존 과점주주 사외이사진에 얼마나 의견을 개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번 매각이 우리금융 민영화의 전초전 성격을 가진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외국 자본이 '단순 지분 투자'를 꾀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번에 성과를 거두고 앞으로 이어질 민영화에서도 지분을 인수한다면 금융지주의 최대주주가 되는 길을 열 수 있다.

지금까지 유력후보로 거론되어 온 대만의 금융그룹 역시 향후 민영화 참여를 염두에 둘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이번엔 과거 정부가 나설 때처럼 사외이사 당근을 얻어내기 어렵다 쳐도, 다음 민영화 때 성과를 내면 이사진에 진입할 가능성이 커진다.

다만 정부가 외국계 금융자본에 얼마나 문호를 열어줄 것인지는 미지수다. 이번엔 매각 주체가 우리은행이라지만 지주, 정부와 교감은 있어야 한다.

현재로선 분위기가 썩 긍정적이진 않다. 과거 론스타 트라우마가 있었고, 최근엔 한일 분쟁으로 외국계 자본에 대한 이미지도 좋지만은 않다. 적어도 여론이 나빠질 수 있는 곳, 나아가 추가 지분 인수를 염두에 둘 곳엔 매각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시장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대형 시중은행 지배구조의 중요성도 커진다.

우리은행은 고종황제에 의해 설립된 최초의 민족자본 은행(대한천일은행)이란 상징성이 있다. 우리은행장은 새해 첫날에 고종황제 묘소인 홍유릉을 참배하는 것이 관례다. 2014년엔 은행 100년 역사를 지키기 위해 지주가 아닌 우리은행을 존속법인으로 해 민영화 작업이 진행되기도 했다.

한 증권사 은행담당 연구원은 “우리은행의 상징성, 한일 분쟁 여파 등 여러 요소를 감안하면 정부도 외국계 자본의 참여 영향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금융 내부적으론 이번 매각이 경영진의 역량을 평가할 계기가 될 수 있다. 지주 체제로 전환한 후 처음으로 이뤄지는 대규모 투자자 모집 작업이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은 IR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장기적으론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체제의 지속 여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리금융 지배구조 내부규범에 따르면 대표이사(회장)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의 추천, 주주총회 결의, 이사회 결의를 거쳐 선임된다. 새 주주에 이사회 문호를 열 가능성이 있다면 경영 전략이 일치하거나 우호적인 곳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손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 주주총회 까지다. 이르면 올 연말부터 회장 선임 절차가 진행될 전망이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8월 08일 07:00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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