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추락' 대한항공, 수년만에 비공개 컨퍼런스콜 개최
입력 2019.08.19 07:00|수정 2019.08.19 10:13
    주주소통 강화나선 대한항공, 오랜만에 컨퍼런스콜 개최
    휴일 전날 오후 5시 30분 개최...16일은 샌드위치 휴무
    "컨콜 내용과 실적을 조용히 처리하고 싶다는 의도로 해석"
    • 대한항공이 수 년만에 실적 발표 후 비공개 컨퍼런스콜을 개최했다. 마지막으로 대중을 상대로 공개 컨콜을 했던 것은 2012년이었다. 그 이후로는 실적만 발표했을 뿐, 컨콜은 없었다. 이번 분기 실적 발표 때 애널리스트들을 대상으로 컨콜을 개최한 것이 굉장히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대한항공이 실적과 함께 컨콜을 개최한 것 자체도 화제였지만 개최 시간도 주목을 받았다. 대한항공은 컨콜을 공휴일인 광복절 전날인 14일 오후 5시 반에 개최했다. 컨콜 다음날은 공휴일이고 16일은 대한항공 회사 차원에서 샌드위치데이 휴무일이기 때문에 추가적인 소통을 미리 차단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항공업을 담당하는 한 중견 애널리스트는 “데뷔 이래 대한항공에서 개최하는 컨콜은 처음으로 참석해본다”라며 “휴일 전날 오후 6시에 컨콜을 개최했다는 것은 컨콜 내용과 실적을 최대한 조용히 처리하고 싶다는 의도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컨콜 자리에 참석한 애널리스트들은 실적에 대한 우려와 항공업계 여러 이슈에도 불구하고 IR팀의 발표 내용은 전반적으로 평범했다고 입을 모았다. 다른 기업들의 컨콜처럼 주로 실적을 위주로 해석해주는 시간이었다는 평가다. Q&A 자리에서도 아시아나항공 인수 등 민감한 질문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대한항공의 컨콜 개최 자체가 대한항공의 위기감을 드러낸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상반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시기 대비 82% 감소했는데 하반기는 더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재무적으로나 영업실적으로나 모두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환율 영향으로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은 800%까지 치솟을 예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이 이를 방어하기 위해 위안화를 절하할 경우 환율이 지금보다 상승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의 재무구조는 더욱 악화할 가능성이 우려된다. 대한항공이 자본확충을 위해 회사채를 발행하려고 해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미 지난 채권 발행 때 흥행에 실패하기도 했다. 지난 달 2500억원 규모의 공모채를 발행했을 때는 750억원만 소화된 바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감 때문이다.

      대한항공 측은 컨콜에서 “원/달러 환율이 1200원을 넘어가 부채비율 관리를 위해 영구채 및 차입금 활용을 검토 중이고 해외에서 공모채를 진행할 예정이다”라며 “송현동 부지 매각은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아 현재 매수자를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2분기 실적 악화를 이끈 주된 요인은 반도체 업황 둔화로 인한 화물 부문 부진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한항공은 컨콜 자리에서도 화물 부문은 가이던스 제시가 어려울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화물 부문은 물론이거니와 여객 부문에서도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장거리 수송에 주력하고 있지만 단거리 부문의 타격이 심각하다.

      한일 무역분쟁으로 대한항공은 부산~삿포로 노선을 중단했고 인천~삿포로·오사카·후쿠오카·나고야 노선에서 기체를 소형기로 바꾸거나 감편했다. 홍콩 노선도 정치적 불안정으로 인해 감익이 예상된다.

      기대됐던 중국 하늘길도 막히게 되었다. 중국 민항총국(CAAC)은 지난 13일 급작스럽게 국내 항공사들에 공문을 보내 이달 9일부터 내달 10일까지 신규 운항 신청을 받지 않겠다는 통보를 보냈다. 한일 무역갈등으로 일본 여행 심리가 꺾이자 항공사들은 중국노선으로 수익성을 회복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이마저도 무산된 셈이다. 대한항공은 9월 중으로 취항을 준비하고 있던 인천∼장가계 노선이 막히게 됐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컨콜에서 “홍콩 공항 폐쇄의 영향이 크지 않고 중국 공급을 크게 늘릴 계획이 없었기 때문에 영향은 미미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컨콜에 참석한 다른 항공 담당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불확실성이 크게 증대된 가운데 대한항공 같은 대형항공사마저 침체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라며 “이번 컨콜의 의미도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목적이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