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직접 챙기는 오너들...여전히 경직된 CJ·신세계
입력 2019.08.20 07:00|수정 2019.08.21 09:34
    롯데·SK 등 오너가 앞장서서 ESG 강조
    '비재무적' 요소다 보니 결국 윗선 의지가 중요
    '범삼성' CJ·신세계는 비교적 '무관심' 평가
    실제 기업가치 영향 커질 가능성 고려하고 접근해야
    • 정량적 성장의 한계에 부딪힌 기업들이 비재무적 요소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개선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기업의 이미지 제고와 더불어 장기적으로는 실제 기업가치에도 득(得)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그럼에도 불구, 여전히 CJ·신세계 등 일부 기업들은 이전의 분위기를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범(凡)삼성가(家) 특유의 경직된 분위기가 배경으로 지목된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주요 그룹 사이에서 ESG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부침을 겪은 오너들이 직접 챙기기 시작하며 그룹 내부적으로도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평가다. 단순히 도입하는 게 아니라 그룹마다의 특성을 살려 ‘방향성’을 갖고 추진하는 일도 늘어나고 있다.

      예를 들어 롯데의 ‘여성·가족 친화 정책’은 신동빈 회장이 직접 챙기고 있는 부문이라 전해진다. 롯데는 특히 ‘여성 친화 기업’ 이미지 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산업 특성상 직원과 고객에 여성이 많은 점을 고려한 선택이라는 평가다. 지난 4월엔 3년 내에 그룹 내 여성 간부 비중을 현재(14%)의 2배 수준인 30%까지 늘리겠다고 공표했다.

      오너가  의지를 보이면서 롯데는 ESG 부문에서 선진적이란 평가를 받는다. 신 회장은 올해 하반기 롯데그룹 VCM(구 사장단회의) 에서도 “투자 진행시 ESG요소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지난해 롯데 계열사 중 6곳이 한국기업지배구조원 ESG 등급 평가에서 평균 A등급을 받았다.

      ESG 관련 좋은 평가를 받는 SK 또한 최태원 회장이 ‘사회적 가치(SV)’를 거듭 강조하고 있다. 실제 그룹 내에서도 ‘회장님 특명’ 아래 담당 부서(SV 추진단)가 신설되는 등 각별히 신경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한 ESG 평가 전문가는 “지난해 신동빈 회장이 구속 수감됐을 때 롯데그룹의 ESG 관련 활동이 ‘올스톱’ 됐듯 기업의 ESG 추진은 오너의 영향이 크다”며 “아무래도 ESG 등 비재무적 요소가 아직 ‘비용’으로 인식되는 국내 경영 환경 상 오너가 의지가 없으면 '보여주기' 일지라도 추진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런 활동들은 ESG의 3요소 중 ‘사회’와 연관성이 특히 크다. 사회 부문 평가 항목에 노동 이슈, 근로 복지, 조직 문화, 오너 리스크 등 대중의 관심이 쏠리는 요소들이 많다. 지배구조나 환경 부문은 법이나 정책 등이 얽혀 있다보니 외부 영향을 배제할 수 없지만, 사회 부문은 기업이 ‘자발적으로’ 개선해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는 부분이라는 해석이다.

      그룹의 방향성은 대부분 최대주주 오너가 깊이 개입하고 있다는 평가다. 경제적 가치와 직결되는 요소들이 아니다보니 그룹 최고위에서 '결정'을 내리지 않으면 일을 진행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처럼 ‘착한 기업’ 타이틀을 얻기 위해 오너들이 앞다투어 나서고 있는 가운데 CJ와 신세계는 의외로 비교적 조용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두 그룹 모두 ‘유통’·‘방송·엔터’ 등 시장 이미지가 중요한 산업을 거느리고 있지만 ESG 부문 개선에 비교적 적극적이지 않다는 분석이다.  두 그룹 모두 ‘범삼성’ 특유의 경직된 그룹 내 분위기가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고용 측면에서도 선제적이지 못하다는 분석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신세계, CJ는 여성등기임원이 0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직원이 많은 유통업체임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내부의 문화나 제도로 인한 차별 등 조직의 경직성을 보여주는 현상이라는 해석이다.

      그룹의 계열사에서 노동 이슈들이 계속되고 있지만 그룹 자체에서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적어 보인다는 관측도 나온다.

      CJ대한통운은 택배노조와 끊임없는 마찰로 이한 소송·파업 등의 리스크가 가장 크다는 평가다. 택배산업 자체가 ‘사람’이 하는 일이 크다보니 노동 이슈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ESG 평가의 ‘사회’ 부문 등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는 분석이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은 2016년 사회부문에서 A등급을 받았으나 2017년, 2018년에는 B+로 강등됐다.

      CJ ENM 또한 과로로 인한 직원의 사망 등 노동환경에 대한 이슈가 계속되고 있다. 이에 CJ ENM이 근로시간 제한 준수 제작 가이드라인을 제정하는 등 개선의 여지를 보였다. 다만 기본적으로 내부에 노조나 협회가 없어 내부 문제를 감시·관리하는 조직문화가 마련돼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신세계 또한 ESG 부문에서는 아쉬운 행보를 보인다는 평가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개인 SNS를 활용하는 등 시장과 활발한 소통을 하는 데에 비해 ESG와 관련된 언급은 눈에 띄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서 ESG 등급이 나오는 신세계 계열사 중 지난해 평균 ESG 등급  A대를 받은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이마트는 지난해 사회 부문에서 B+등급을 받았다. 이마트 또한 노조와의 갈등 등 노동 이슈 해결이 급선무라는 설명이다. 동종 업계인 롯데하이마트는 2017년 A+를, 지난해엔 A 등급을 받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오너 리스크나 사회 이슈가 발생하면 불매 운동이 이어지는 등 점점 더 ‘비재무적 요소’가 실제 기업의 주가나 가치에 영향을 주고 있다”며 “결국 기업의 ESG 관리도 장기적으로 기업의 경제적 가치에 영향을 준다는 시각에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