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S 대란으로 이득본 이는 누구? 발행사로 향하는 책임론
입력 2019.08.23 07:00|수정 2019.08.26 09:45
    하나금투-SocGen, NH證-JP모건 백투백 관계 주목
    업계 일각선 '특정 친분 작용했다' 지적도
    금리형 DLS 부진에 '낯선 상품' 독일 10년물 출시
    상품 발행, 독일 10년물 0% 깨진 위험한 시기 이뤄져
    • 8200억여원의 투자금액 중 7200억여원이 손실 위험에 처한 이번 파생결합증권(DLS) 사태로 이득을 본 이는 누구일까? 현재 세간의 이목은 대부분 상품을 판매한 은행에 향하고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은행 뒤 상품을 설계한 발행사, 그리고 이들의 뒤를 받쳐준 외국계 증권사도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번에 손실이 난 DLS 및 DLF(파생연계펀드)는 기본적으로 '파생계약'이며, 동전의 '홀짝'같은 베팅과도 유사하다. 글로벌 금융시장 어딘가에는 문제가 된 DLS의 반대 포지션에 투자해 돈을 번 투자자가 있다는 것.

      그렇다면 이번에 투자된 자금들은 어디로 흘러갔을까. 증권사가 만든 DLS를 자산운용사들이 DLF에 담았고, 은행은 이를 개인 고객들에게 팔았다. 판매보수 1%, 운용보수 0.3%안팎 등이 여기서 수수료로 금융기관들에게 돌아간다.

      그렇다고 상품의 최종 책임을 증권사(발행사)가 지는 건 아니다. 증권사는 위험관리를 위해 외국계 증권사와 백투백 헤지(외부 기관을 통한 위험회피) 계약을 맺는다. 하나금융투자의 파트너는 프랑스계 소시에테제네럴(이하 속젠;SocGen), NH투자증권의 파트너는 미국계 JP모건, IBK투자증권의 파트너는 BNP파리바였다.

      이들 글로벌 증권사 역시 이를 헤지하기 위해 파생상품을 만들어 판매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DLSㆍDLF 투자자와 반대로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가 -0.3% 아래로 떨어졌을 때 이득이 나는 상품 등이다. 물론 이를 추적하거나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 대체적으로 외국계 증권사 역시 중간에 수수료만 챙기고 대부분의 위험 포지션을 재매각(sell-down) 했을 거란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판매 규모가 약 7000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하는 영국 국채 7년물 CMS(파운드 헤지) 연계 금리형 DLS의 경우, 2015년 이후 360여건의 상품이 나왔을 정도로 '대중적인' DLS였다. 해당 금리를 기초자산으로 한 DLS는 지난해에만 9000억원 이상이 팔렸다. DLS 기초자산군 중 상위 10위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영국 CMS 연계 DLS는 대부분 조기상환이 잘 되고 있었다"며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시점에 고객에게 상품을 추천한 것에 대해 판매사의 책임을 좀 더 따질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거의 전액이 손실 처리될 가능성이 큰 독일 국채 10년물 연계 DLS의 경우 사정이 좀 다르다. 이 상품은 국내 DLS 시장에서 매우 드문 구조였다. 이 DLS를 펀드에 담은 DLF를 우리은행이 판매하다가 이번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독일 국채 10년물 연계 DLS는 JP모건이 2017년 처음 출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럽연합(EU)에서 가장 펀더멘탈이 튼튼한 독일 국채 금리 연계 DLS는 2018년 글로벌 파생시장에서 상당히 인기를 끈 상품 중 하나로 꼽힌다.

      이를 국내에서 처음 발행한 건 하나금융투자다. 하나금융투자는 지난해 7월 독일 국채 10년물 연계 금리형 DLS를 발행했다. 해당 DLS는 만기가 1년으로,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판매했다. 이 DLS는 큰 문제 없이 성공적으로 조기상환됐다. 하나금융투자는 당시 JP모건과 백투백 계약을 맺고 상품을 공급했다.

    • 이후 올해 3월까지 독일 10년물 관련 DLS의 후속 발행은 없었다. 영국 CMS 및 미국 국채 관련 금리형 DLS가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올해 1분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철회해 시장금리가 추락하고, 영국 CMS의 스프레드도 줄어들며 해당 상품 발행이 어려워지며 불거졌다.

      먼저 나선 건 NH투자증권이었다. NH투자증권 역시 발행 규모에서 하나금융투자와 1위를 다투는 대표적인 DLS 하우스다. NH투자증권이 3월21일 사모형 독일 10년물 연계 DLS를 내놨고, 바로 이틑날인 22일 최근 DLS 발행 규모를 늘려가고 있는 하우스인 IBK투자증권이 비슷한 구조의 DLS를 출시했다.

      두 증권사는 각각 백투백 헤지 파트너인 JP모건과 BNP파리바의 상품 구조를 참고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쿠폰(보장금리) 등 세부적인 부분에선 차이가 있지만, JP모건이 처음 만든 DLS도 하방이 열려있는 구조의 파생상품이었다.

      이 상품을 편입한 DLF가 우리은행에서 판매 승인이 나며 한달 후인 4월25일부터 하나금융투자도 다시 독일 국채 10년물 연계 DLS를 발행하기 시작했다.

      증권가에서는 국내 DLS 1위 파생상품 발행사인 하나금융투자가 발행 경험도 있는 독일 국채 10년물 연계 DLS를 포기할 수 없었을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이번엔 파생상품에 강점이 있는 속젠과 협업을 통해 상품을 출시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하나금융투자 파생상품실 실무자와 속젠 담당 임원의 개인적인 친분까지 언급한다. 속젠은 국내에 한국에스지증권이라는 파생상품 특화 법인을 두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에스지증권에서는 "(DLS 사태 관련) 답변할만한 말이 없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들 증권사가 독일 국채 10년물 연계 DLS를 발행하기 시작한 시점이다.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 3월21일, 2016년 3분기 이후 2년 반만에 처음 0% 이하로 떨어져 마이너스(-) 상태가 됐다. 하나금융투자가 진입한 시점은 그 뒤 0.09%까지 반등했던 금리가 또 다시 꺾여 마이너스(-)에 재진입한 시기였다.

      금리형 DLS는 비교적 만기가 짧아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상품이다. 주력 상품이 투자 매력을 잃으며 2018년 상반기, 하반기 연속 7조원에 육박하는 판매량을 기록했던 금리형 DLS는 올해 상반기 5조2000억여원대로 발행 규모가 크게 줄었다. 독일 국채 10년물 연계형 DLS는 금리형 DLS 다변화 과정에서 선택된 상품이었던 셈이다.

      특정 증권사와 파생 담당자가 자사·자신의 수익 보전을 위해 내놓은 '낯선 상품'이 결국 수천억원대의 투자자 손실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NH투자증권에서는 FICC운용부가, 하나금융투자에서는 파생상품실이 해당 상품을 담당하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상품의 구조상 외국계 증권사가 이미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가 -0.3% 아래로 떨어질 걸 예상해 관련 상품을 팔고, 그 헷지를 위해 국내 증권사에게 반대 포지션의 상품 발행을 권유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며 "금융감독원의 통합조사 이후 구체적인 게 드러나겠지만, 발행사 및 백투백 파트너인 외국계 증권사에게 책임이 아예 없다고 볼 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