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에서 환영 못 받는 호반건설…'신뢰상실'
최예빈 기자 | yb12@chosun.com | 2019.09.02 07:00
Edited by 이도현 차장 | dohyun.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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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은 M&A 매물 간보기로 금융권 신뢰 하락
승계목적 일감 몰아주기 등 비판…공정위 예의주시
IPO 앞둔 상황…"1조 기업가치 위해선 신뢰 회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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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반건설의 성장세가 눈부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사세를 빠르게 키워 대기업을 목전에 두고 있다. 현재 호반그룹의 자산규모는 8조5000억원에 달하고 올해 처음으로 10대 시공사에 이름을 올렸다. 시공사에서 디벨로퍼(부동산 개발업체·developer)로 진화했고 리조트, 관광 등으로 사업다각화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자본시장에서 호반건설의 평판은 ‘덩치값’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양한 활동을 감안하면 금융회사들이 앞다퉈 각종 거래에 초대해야 하지만 오히려 금융회사들이 마지못해 받는 손님에 해당된다.

그간 호반건설은 M&A 시장 단골손님이었다. 최근 매물로 나온 남산 그랜드하얏트 호텔 인수전에도 참여했고 협상과정 중 이견이 발생해 포기했다. 호반건설은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지난 4년간 무려 14건에 달하는 M&A에 참여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건에서도 호반건설은 별다른 입장을 취하지 않았지만 인수후보자로 거론되기도 했다. 대외적으로 드러난 경우만 이 정도에 달한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실제 성사된 것은 6건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골프장이나 청과물 도매시장법인 같은 소규모 딜이었다. 금호산업, 동부건설, SK증권, 대우건설 등 빅딜에서는 거의 막판에 빠졌다.

이 과정에서 호반건설은 거래 프로세스를 망치고 매각대상 기업의 밸류에이션을 무너뜨린다는 비판을 자주 받아왔다. 일례로 2015년 호반건설은 금호산업 인수에 공식적으로 뛰어들기도 전에 경영권 프리미엄 없이 금호산업 상당 지분을 시가에 사들였다. '알박기' 논란이 일었는데 정작 본입찰에서는 1조원으로 예상됐던 입찰가보다 크게 낮은 6007억원을 제시했다. 채권단은 결국 매각을 유찰시켰다. 지난해 대우건설 M&A 건에서는 인수 직전까지 거래를 밀어붙였으나 예상치 못했던 부실에 금방 인수의사를 접었다. 이에 산업은행과 호반건설의 악연은 깊다는 얘기가 나온다.

호반건설이 매물이 나올 때마다 M&A를 검토하는 부수적인 배경도 있다.

매각과정에서 지불하는 500만원가량의 입찰참가비용을 '수업료'로 내면 대기업의 구조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꼼꼼한 기업실사가 대기업으로 발돋움 할 수 있는 발판 역할을 할 수 있다. 동부건설, SK증권이 매물로 나왔을 때 유력한 인수후보 또는 숏리스트에 이름을 올렸지만 최종적으로 아예 입찰에 참여하지 않아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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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를 통한 사세 확장, 또는 사업다각화의 배경으로는 '승계'가 거론되기도 한다.

김상열 호반그룹 회장의 자녀는 장남 김대헌 씨, 장녀 김윤혜 씨, 차남 김민성 씨인데 이들 세 자녀에게 안정적으로 현금이 창출되는 계열사를 붙여줘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다.

일례로 대아청과의 경우, 인수과정에서 지분을 장녀 김윤혜 아브뉴프랑 마케팅실장의 회사인 호반프라퍼티가 51%, 호반건설이 49% 인수했다. 국내 채소류 유통 1위 업체인 대아청과는 가락시장의 독점권을 갖고 있어 호반프라퍼티는 안정적인 수입원을 확보했다. 차남 김민성 전무가 대주주로 있는 호반산업은 2016년 울트라건설을 합병한 데 이어 SG덕평CC를 인수했다.

과거 호반건설은 M&A를 통해서 장남 김대헌 호반건설 부사장의 승계까지 해결한 전례를 갖고 있다.

김 회장은 장남에게 호반건설을 물려줄 목적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호반이라는 회사를 세웠다. 그 후 그룹 일감이 최대 99%까지 이 회사에 집중됐고, 덕분에 ㈜호반은 10년만에 매출액이 100배 성장했다. ㈜호반과 호반건설은 매출액을 기준으로 합병비율을 계산해 합병한 뒤 김 부사장은 호반건설의 지분 54.73%를 보유하게 됐다. 김 회장과 어머니인 우현희 태성문화재단 이상의 지분은 각각 10.5%, 10.8%에 불과해 사실상 지분 승계가 끝났다는 평가다.

이 같은 평가에 대해 그간 호반건설은 "승계 목적이 아닌, 사업 다각화 과정의 일환에 불과하다"라는 입장을 표명해왔다. 하지만 자본시장 관계자들의 평가는 다르다. 일련의 거래들이 모두 오너 일가의 승계와 사적이익을 주된 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볼 만한 정황이 너무나 뚜렷하다는 지적이 대부분이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도 호반건설에 대해 “공정위가 그동안 일감 몰아주기 조사를 자산 5조원 이상의 재벌 대기업집단을 중심으로 진행하면서 호반건설그룹은 공정위 칼 끝에서 비켜나 있었다”라며 “앞으로 예의주시하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호반건설은 언론사 인수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미 KBC(광주방송)를 소유한 호반건설은 지난 6월25일 포스코그룹이 갖고 있던 서울신문 지분 19.4% 인수해 서울신문 3대 주주가 됐다. 호반건설은 서울신문 우리사주조합 지분을 추가 매입하는 방안으로 1대 주주가 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서울신문의 보도와 취재활동에 문제가 있다며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앞으로 호반건설이 중앙일간지를 보유하게 되면 건설업계 내 입지가 올라가는 무형의 이득뿐만이 아니라 서울신문이 소유한 프레스센터 건물의 재건축에 참여할 여지도 생긴다. 이는 지방 건설사라는 간판을 버리고 브랜드 이미지를 한층 높일 수 있는 계기이기도 하다. 김 회장은 강남 재개발에 뛰어들어 대형 건설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전해진다. 최근 호반건설이 서초구 우면동에 사옥을 이전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호반건설은 동시에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포스코건설, SK건설 등 상장을 목표로 하는 건설사들이 대기 중이지만 호반건설은 사업적으로는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좋은 상황이다. 재무구조가 튼튼하고 영업이익률이 24%에 달해 다른 건설사에 비해 경쟁력이 높다. 이달 들어서 10대 건설사에 처음으로 오르기도 했다.

사업다각화 노력을 두고선 주택시장에 쏠린 호반건설의 포트폴리오를 해소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매물로 나온 회사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인수를 검토한 이유가 기업가치를 끌어 올리기 위해서란 설명도 가능하다. 실적으로나 스토리로나 상장 최적기라는 평가다.

하지만 호반건설이 그간 자본시장에서 잃은 신뢰와 공정위의 제재 가능성을 고려하면 원하는 만큼 기업가치를 받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사업다각화는 그 효과를 보기엔 갈 길이 멀거나 역부족이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 오히려 자본시장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호반건설이 승계 등 오너가의 사적 이익에 M&A를 활용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시장의 신뢰를 상당히 잃었다는 분석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호반건설이 풍부한 현금을 바탕으로 M&A시장에 참여하며 효율적으로 경영한다고 볼 수 있다”라면서도 “M&A시장에서 간만 보는 행위로 금융권 신뢰도를 잃기도 했고 서울신문을 인수하면서 논란을 키워 오히려 기업가치를 스스로 훼손했다는 일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시장에선 신뢰회복이 급선무라고 한 목소리를 내지만 더불어 늦은 감이 있다는 의견도 덧붙이고 있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8월 28일 14:54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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