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체제' 본궤도 롯데그룹…오너 공백 우려 속 '효율화' 속도
김수정 기자 | superb@chosun.com | 2019.09.02 07:00
Edited by 이도현 차장 | dohyun.lee@chosun.com
print인쇄 print공유하기
+ -
물류에 이어 화학 계열사 합병 결정
식품 부문 합병 예상되지만 시너지 제한
공고한 '원톱 체제' 위한 전략적 판단

롯데그룹이 물류 계열사에 이어 화학 계열사 합병을 결정하면서 조직 효율화 작업에 한창이다. 합병 및 조직 슬림화에 따른 비용 절감 이점 외에도 신동빈 회장의 ‘원톱 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한 움직임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대법원 선고 등 신동빈 회장 입장에서 ‘오너리스크’에 대한 부담이 남아있는 만큼,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하게 사업 부문별 정비를 우선 순위에 둘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1년간 롯데그룹 주요 이슈

최근 1년간 변화가 두드러진 그룹사로 시장에서는 롯데그룹이 지목된다. 신동빈 회장이 지난해 10월 경영에 복귀한 뒤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조직의 변화를 이끌어왔다는 진단이다. 계열간 지분 거래 및 금융 계열사 지분 매각 등 에쿼티 이슈 외에도 물류 및 화학 계열사 합병 결정 등 ‘효율화’에 방점을 찍은 변화가 다양하게 나타났다는 평가다.

롯데첨단소재의 경우 그간 투자은행(IB)업계 내에서 꾸준히 기업공개(IPO) 가능성이 거론됐다. 롯데케미칼의 ‘알짜’ 자회사인 만큼 IPO를 통한 자금조달 등이 예상됐다. 오랜 고민 끝에 내년 1월1일자로 롯데케미칼과 롯데첨단소재를 합병하는 쪽을 선택했다. 이는 신동빈 회장의 ‘의지’와 관련된다는 진단이다.

신동빈 회장이 그룹의 미래먹거리로 ‘화학’을 지목하면서, IPO보단 합병을 통해 몸집을 키우고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나가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렸을 것이란 분석이다.

롯데 측 역시 이번 합병의 목적으로 ‘화학 부문 지배구조 개선 및 효율화’를 밝히고 있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빠른 결단력이 필요하다 보니, 자연히 신동빈 회장에 전달되는 과정을 단순화 할 필요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롯데첨단소재의 수익이 모회사인 롯데케미칼의 실적을 견인하는 만큼, 합병 후 해당 분야에 제대로 투자하는 게 비용 측면에서도 그룹에 유리할 것”이라며 “합병을 하면 몸집은 커지지만 의사결정 절차는 간소화할 수 있어, 지주를 지배하는 오너 입장에선 자회사와 손자회사로 두는 것보다 자회사로 두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롯데그룹의 효율화 작업이 식품 부문으로도 이어질 것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앞서 롯데칠성음료와 롯데제과의 합병이 거론된 바 있는 만큼, 추가적인 조직 슬림화가 진행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롯데 식품 계열사들이 동남아를 중심으로 해외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이라, 하나로 합쳐서 관리를 하는 편이 수월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롯데지주 설립의 모태는 롯데쇼핑과 롯데칠성음료, 롯데제과, 롯데푸드의 투자 부문이 합쳐진 것이다. 따라서 식품 계열사들의 사업 부문이 합쳐질 여지를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다만 물류 및 화학 계열사의 합병과 같은 시너지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음·주류를 제조하는 롯데칠성음료와 껌·사탕·과자·빵 등을 만드는 롯데제과가 합병했을 때 사업적인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평가다. 교집합이 되는 롯데식품을 붙이거나 활용하는 방안 등도 언급되지만, 두 회사에 비해 롯데식품은 비주류라는 점에서 제한적이라 시장의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IB업계 관계자는 “롯데의 식품 부문의 제품 포트폴리오로 동남아에 진출하기엔 무리가 없지만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에 진출하기엔 진입장벽이 높은 편”이라며 “단적인 예로 미국 사람들이 코카콜라 대신 칠성사이다를 선택할 요인이 부족한 만큼, 롯데그룹이 식품 부문에 얼마나 품을 들일지 예측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롯데그룹의 효율화 방향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은 가운데, 이 같은 움직임은 신동빈 회장의 ‘파기환송’ 우려와 연결된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국정농단 상고심’에서 대법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파기환송을 선고하면서, 상고심을 앞둔 신동빈 회장 역시 파기환송에 대한 우려가 확대된 상황이다.

신동빈 회장은 면세점 사업권을 대가로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의 뇌물을 공여했다는 혐의로 1·2심 모두 부정한 청탁이 인정돼 유죄를 선고받은 바 있다. 롯데그룹은 김앤장법률사무소를 변호인단으로 꾸리고 대응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그룹 내부에선 파기환송 시나리오를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오너리스크’에 대한 부담과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에서 사업 부문별 효율화의 가장 큰 목적은 결국 ‘공고한 원톱 구축’을 우선으로 한 전략적인 판단이라는 진단이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그룹이 애초에 비즈니스유닛(BU) 체제를 선택한 것은 당시 오너의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고, 오너 부재에 대한 불확실성이 유효한 만큼 신동빈 회장 입장에선 조직을 다듬는 작업을 빠르게 진행해야 했을 것”이라며 “신동빈 회장이 경영 복귀 후 사업부 수장 자리에 심복들로 배치한 것과 계열별 지분 정리 및 합병 결정 모두 ‘원톱 체제’와 맞닿아 있는 행보로 보인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8월 29일 17:44 게재]

기사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