짠물배당에 주주관리 '사각지대'…음식료업계, 행동주의 다음 타깃될까
차준호·하지은 기자 | chacha@chosun.com | 2019.09.03 07:00
Edited by 이도현 차장 | dohyun.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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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식음료 업체, 내수 시장 위주 안정적 수익 누려와
쌓여가는 사내 현금…투자자 "배당 확대" 압력 커져
고질적 불투명한 지배구조·오너일가 사익편취 문제 지적
공정위, 감독 강화 천명…주주행동주의 타깃으로도 거론

국내 음식료 업체들이 주주들의 달라진 눈초리에 긴장하고 있다. 대부분 업체가 투자자 접촉을 최소화하며 '은둔 경영'을 유지했지만, 저조한 배당 및 불투명한 지배구조 등을 지적하는 투자자들의 압박은 점점 거세지고 있다. 주주행동주의 주요 타깃으로까지 거론되면서 업체들의 투자자 설득은 더욱 시급해졌다.

최근 들어 음식료 관련주들의 투자자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음식료주들이 '경기방어주'로 분류돼 온 점과 대비해도 주가 하락세가 뚜렷하다. 농심(-28%), 오뚜기(-29%), 오리온(-32%) 등 대표 회사들의 주가도 고점 대비 30% 가까이 하락했다.

투자자들은 ▲저조한 배당 ▲불투명한 지배구조 및 오너일가의 사익편취 ▲이사회 독립성 부재 3가지 요인을 지적하고 있다.

주주와 성과 나누기 인색한 음식료기업들

무엇보다 주주들의 직접적인 불만은 여전히 저조한 '배당'이다. 대부분 국내 음식료업체가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안정적 수익을 거두고 있지만 큰 규모의 설비투자(CAPEX)는 대부분 마친 상황이다. 큰 폭의 성장 대신 무차입에 가까운 재무구조로 안정적 운영을 유지하다보니 당장의 재무부담도 크지 않다.

벌어들인 돈 대부분을 투자에 쏟아야 하는 다른 '성장 산업'과 음식료 업체간 배당 수준이 큰 차이가 없다는 지적이다. 국내 식품업체들의 배당수익률은 0.16~1%대에 그친다. 최소 2% 이상의 배당수익률을 원하는 투자자들의 배당 확대 요청은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적 추이에 맞춰 배당 정책을 조정하거나, 상대적으로 높은 배당수익률을 유지하는 글로벌 음식료 업체들과 비교된다.

배당수익률

배당수익률이 업계에서 낮은 편에 속하는 남양유업은 지난 2월 3대 주주인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직접적으로 배당 확대를 요구받기도 했다. 당시 남양유업은 "배당 확대 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이익 증대를 대변하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남양유업 최대주주 홍원식 회장(51.68%)을 비롯한 특수관계인 지분을 모두 합치면 오너 일가 지분율은 53.85%에 이른다. 지분율 절반 이상이 오너 일가이기 때문에 소액주주들이 아닌 대주주만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이례적인 주장이었다.

이례적인 해명에 투자자들의 이탈은 더욱 가속화했다. 한 음식료 담당 애널리스트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그런 논리라면 상장폐지하고 개인회사로 돌아가야지, 상장을 유지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묻고 싶을 것"이라며 "차등 배당이라는 대안이 있지만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농심도 매년 쌓여온 현금 대비 주주 배당엔 소홀한 업체로 꼽힌다. 당장 가용할 수 있는 현금(현금성자산 및 단기금융상품)만 6000억원 가까이 쌓였지만 배당된 총액은 231억원에 불과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금을 활용해 해외 신규 투자 등에 사용한다고 내세우지만 수년째 큰 투자집행도 없었을뿐더러 회사 특성상 설비 투자(CAPEX)에 큰 비용이 소요될 가능성도 작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은 "쌓인 현금을 어떻게 사용할 건지"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대부분 음식료 업체들이 투자자 접촉에도 소극적이다보니 소통 부재를 호소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농심, 오뚜기 등 알려진 대표 회사들도 최근 들어서야 회사 자료를 간간이 제공하기 시작했지만 지난 몇 년 간은 공개한 자료도 없었고 탐방 요청도 무시할 때가 많았다"라며 "최근 산업 동향은 물론 앞으로의 중장기 전략을 주주들에 설명하지도 않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는 모습에 실망했다"고 말했다.

불투명한 내부거래·사외이사 독립성도 '정조준'

음식료업계 특유의 불투명한 계열사간 내부거래도 꾸준히 거론된다. 특히 오너 일가의 개인 회사를 활용한 사익편취 문제는 주주 입장에선 위험 요소다.

오뚜기의 알짜 회사 '오뚜기라면'이 대표적이다. 오뚜기라면 매출액 중 99.6%가 오뚜기로부터의 내부거래에서 나오지만, 최대 주주는 함영준 회장 개인이다. 오뚜기라면의 수익은 매년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그 성과는 함 회장 개인이 가장 크게 거두는 구조다.

업체 대부분이 대주주 일가의 의사 결정에 의존하다보니 이를 견제할 이사회의 독립성 문제도 언급된다. 국민연금은 지난 3월 농심 정기 주주총회에서 "과도한 겸임과 이해관계 탓에 독립성이 취약할 수 있다"는 이유로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 신규 선임 안건에 반대했다. 사조산업에는 2016년부터 3년간 사내·외이사 선임 안건에 매년 반대표를 행사했다.

투자자 사이에선 글로벌 업체인 AB인베브의 사례와 비교하기도 한다. AB인베브는 최근 재무 상황에 어려움을 겪자 일부 투자자로부터 "배당 축소를 고려해야 한다"는 요구를 받았다. 하지만 회사는 "배당 감축에 반대하는 일부 사외이사가 있어 어렵다"고 답했다. 배당 정책을 둔 찬반 여부와 별개로 이사회와 경영진 간 독립을 보여준 사례로 회자됐다.

식품업체 대부분이 대기업집단에 속하지 않은 중견기업 규모를 유지하다보니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하지만 연초부터 공정거래위원회가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자산규모 5조원 미만의 중견기업으로 확대한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이미 농심, 사조 등이 직간접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스튜어드십코드 강화를 천명한 국민연금도 꾸준히 목소리를 낼 수 있다. 국민연금은 농심(12.15%), 농심홀딩스(6.56%), 사조산업(10.94%) 등에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시장에선 각 업체들이 주주들의 불만에 적극적인 대응을 보이지 않을 경우, 주주행동주의의 다음 타깃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음식료 업계 관계자는 "음식료 업체가 수출보단 내수에 기반하다보니 규제 당국이 적극적으로 개입에 나서도 전체 시장엔 큰 타격을 주지 않아 본보기 용으로 음식료업체가 집중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라며 "대부분 지주사 전환을 마쳤고 오너일가의 지분율도 높아 당장 경영권 위협은 없지만, 향후 승계가 본격화하면 최대주주 지분 희석도 신경써야 할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8월 30일 07:00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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