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계 스토리에 스스로 흠집 낸 CJ그룹 장남
김수정 기자 | superb@chosun.com | 2019.09.03 07:00
Edited by 이도현 차장 | dohyun.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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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법 승계 논란에도 주주들 손 쓸 방안 없어
시장 “승계구도 변화 우려 작지만 당위성은 훼손”
당분간 올리브영 IPO 등 승계작업 올스톱 가능성

CJ그룹이 또 한 번 ‘오너 일가’ 이슈로 구설수에 휘말렸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이 항공편으로 마약을 국내에 밀반입하려다 적발됐다. 이 부장은 그룹 안팎에서 차기 총수 후보로 지목받는 인물인데 스스로 승계 스토리에 흠집을 낸 꼴이 됐다.

시장에선 당장 승계 구도에 큰 변화는 없겠지만 당위성이 훼손되는 건 불가피하다고 지적한다. CJ㈜ 주가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또 다른 악재가 터지면서 투자자들의 불만도 거세지고 있다.

CJ그룹은 CJ㈜ 신형우선주 발행 및 상장, CJ올리브네트웍스 분할 후 IT사업의 CJ㈜ 완전자회사 편입 등 시장에서 잇따라 화제를 만들어냈다.

시장에선 이 같은 움직임을 사실상 승계 작업으로 보고 있다. 이 회장의 장녀 이경후 CJ ENM 상무와 이선호 부장은 지주사인 CJ㈜ 지분이 거의 없는 대신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을 갖고 있다. CJ올리브네트웍스 IT부문 주식 교환일인 12월27일에 이 부장은 2.8%, 장녀 이경후 CJ ENM 상무는 1.2%의 CJ㈜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이에 대해 CJ그룹 측은 공식적으로 현재 승계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주주들의 불만은 거세졌다. 2015년 7월 30만원대까지 올랐던 CJ㈜ 주가가 현재는 10만원선이 무너졌다. CJ올리브네트웍스 기업가치는 커져 오너 일가가 취할 수 있는 CJ㈜ 지분도 늘어나게 됐다.

소액주주들 입장에선 CJ의 계획대로 진행되는 것이 차선이었다. 이재현 회장이 42.07%라는 압도적인 CJ㈜ 지분율을 갖고 있어 손 쓸 방도가 없다. 그룹이 밝힌대로 IT사업과 올리브영의 실적을 개선시키고, 장기적으론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통해 그룹의 주가가 다시 올라가길 바라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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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예상치 못한 오너 리스크가 다시 한 번 터졌다. 유력한 승계 후보이자 이번 딜의 최대 수혜자였던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이 마약을 밀반입하다가 적발됐다. 이번 사건으로 그간 이재현 회장이 ‘공’을 들인 게 무색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당장 승계구도에 변화가 생길 것이란 의견은 적지만, 이선호 부장의 승계의 ‘당위성’ 부분에선 흠집을 낼 만한 이슈라는 지적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건으로 당장 CJ그룹의 승계구도에 변화가 있다거나 이미 바닥인 그룹 주가가 더 급락할 여지는 크지 않아 보인다”며 “다만 이재현 회장의 의사와는 별개로 이선호 부장이 CJ그룹을 이끌 차기 총수가 될 만한 재목(材木)인지에 대한 평가에서는 분명 마이너스 요소”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선호 부장의 나이가 아직 어리지만 이재현 회장과 그룹 상황을 감안하면 지금부터라도 작은 업적들을 통해 승계 스토리를 만들어 나가야 하는데 오히려 스스로 흠집을 냈다”며 “현 정부 체제 하에서 기업투명성·주주환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는데 이번 사건을 계기로 CJ그룹에 대한 소유와 경영의 분리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향후 CJ그룹과 이재현 회장의 대처 방안도 시장의 관심사다. 마약 사건이 알려진 이후 CJ㈜는 ‘상황을 파악 중’이는 입장이지만, 이후 자숙 등 조치로 무마할지 아니면 그룹 이미지 제고를 위한 파격적인 행동을 보일지 주목된다.

이에 대해 그룹 측은 “승계 작업을 공식화 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사안이 승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언급하는 자체가 모순일 것 같고 조심스럽다”며 말을 아꼈다.

한동안은 시장의 ‘눈치’를 살필 가능성이 크다. 특히 오너 일가의 CJ올리브영 지분 활용은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란 관측이다. CJ올리브영의 경우 분사되더라도 지분 구조에는 변화가 없어 CJ㈜와 오너 일가 등이 기존의 지분율을 그대로 유지하게 된다. 이선호 부장이 2대주주로 17.97%의 지분을 보유한 만큼, 당장 이를 활용해 승계에 유리한 작업을 펼치기엔 ‘무리’라는 지적이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CJ그룹 내부적으로 올리브영 기업공개(IPO) 등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이번 사건으로 한동안은 어렵게 됐다”며 “장기적인 승계구조에 큰 변동이 생길 것 같진 않더라도, 올리브영 지분 활용을 포함해 내부적으로 계획했던 승계 작업엔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9월 02일 14:54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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