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 실적과 승계, 모두 중국에 발목 잡혔다
이상은 기자 | selee@chosun.com | 2019.09.03 07:00
Edited by 이도현 차장 | dohyun.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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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매출 대부분 차지하는 이니스프리 부진
마케팅 비용은 지속되지만 성장은 둔화
'3세' 서민정씨 대부분 '로드숍' 브랜드 지분 보유
배당 줄고 지분 활용도 떨어져 승계 영향 관측도

아모레퍼시픽의 실적이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 시장 수익성 악화가 해결되지 않으면 실적 정상화가 불투명하다. 특히 중국 시장에서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니스프리와 에뛰드 등 로드숍 브랜드들의 부진은 실적 뿐만 아니라 그룹의 승계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아모레퍼시픽은 2017년 중국의 ‘사드 보복’ 직격탄을 맞은 후 좀처럼 실적이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올해 2분기까지 4분기 연속 영업이익이 감소를 기록했다. 고속 성장하던 보유 브랜드들도 예전만큼의 성적을 보여주지 못한 탓이다.

브랜드 구조조정의 필요성 등이 지적되고 있는 가운데 가장 시급한 것은 중국 시장에서의 수익성 회복이다. 지금의 ‘어닝 쇼크’ 행진은 아모레퍼시픽이 중국 시장에서 과거만큼의 성장을 보여주지 못한 결과다.

막대한 비용 투자가 계속되고 있지만 중국 시장은 포기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회사 내부에서는 서경배 회장이 ‘내수를 살려라’는 특명을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이 또한 결국 국내에서 브랜드 입지가 올라가야 중국에서도 인기를 얻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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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화장품 시장이 성장하는 곳이다. 2019년 중국 화장품 시장 규모(추정치)는 약 77조 4000억원(4512억 위안) 규모다. 2014~2023년 연평균 증가율(CAGR)은 8.7%에 이를 전망이다.

가장 큰 문제점은 아모레퍼시픽의 중국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니스프리’의 성장 둔화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에서 ‘설화수’와 ‘헤라’ 등 럭셔리 라인은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의 외형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지만, 이니스프리와 마몽드와 같은 매스 브랜드는 매출액 역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이니스프리의 ‘부활’을 위해 아모레퍼시픽은 매장 리뉴얼, 판촉활동 등 높은 마케팅 비용을 지출하고 있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이니스프리는 중국 대도시인 1선, 2선 도시의 점포들을 폐점하고 3선,4선 도시로  점포를 늘려가고 있다. 중국 전역으로 확장하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지만  온라인 채널 성장 등 소비 패턴이 바뀐 중국에서 이 같은 외형 확장이 매출 증가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

한 증권사 화장품 연구원은 “중국에서 이니스프리 매출 비중이 높아서 어떻게든 살려내야 하는 상황인데, 중국에서 경쟁 로컬 브랜드들이 입지가 높아졌고 더불어 중국에서 이니스프리의 ‘자연주의’ 콘셉트 인기가 식는 등 이니스프리가 다시 예전 같은 성장세를 보여주긴 현재로선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이어 “중국에서 매스 시장이 줄고 프리미엄 시장이 커지고 있고, 또 로컬 브랜드 성장에 따른 경쟁 심화로 글로벌 화장품 업체들도 마케팅 비용이 모두 증가한 건 사실이지만 아모레퍼시픽은 투자한 만큼 수익이 나오지 않는게 현 시점에서 가장 큰 문제”라고 덧붙였다.

브랜드들의 중국 시장 부진은 아모레퍼시픽 오너 일가의 승계 시나리오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아모레퍼시픽이 공식화한 승계 구도는 없지만 현재로선 서경배 회장의 장녀인 서민정씨가 차기 후계자로 유력하게 거론된다. 서민정씨는 지금까지 서너차례 주식 증여를 받아 개인 기준으로는 서 회장에 이어 그룹 내 2대 주주다.

서민정씨가 보유한 지주사인 아모레퍼시픽그룹 지분은 크지 않다. 2006년 아모레퍼시픽이 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서 회장이 우선주(20만1488주)를 서민정씨에게 증여했다. 해당 우선주는 아모레퍼시픽의 신형우선주로 교환할 수 있는 교환권과 신형우선주를 다시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전환권이 더해진 주식이었다. 2017년 서민정씨는 신형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해 아모레퍼시픽그룹 지분을 2.93%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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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정씨는 주력 비상장 계열사 이니스프리와 에뛰드, 에스쁘아 지분을 2019년 1분기 기준 각각 18.18%, 19.52%, 19.52%나 보유하고 있다. ‘로드숍 열풍’으로 이니스프리, 에뛰드 등의 브랜드들이 고속성장할 때만 해도 높은 배당 수익을 챙겼다. 또 지분 가치 상승이 예상되면서 향후 승계를 위한 재원으로 사용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몇 년 사이 해당 브랜드들의 실적이 급격히 악화하며 배당수익도 급락했다. 이니스프리의 배당규모는 2016년 244억원 최고치 이후 감소세다. 지난해 배당총액은 100억원 수준에 그쳤다. 에뛰드도 적자가 계속되며 지난해 배당이 아예 없었다.

해당 브랜드들의 향후 성장이 불투명해지면서 지분 활용도가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적 부진이 계속되면 사실상 해당 지분이 가진 가치가 하락할 수밖에 없다. 해당 브랜드들이 '재기'하지 못했을 때 지분 활용 가능한 방법으로 아모레퍼시픽그룹이 다시 서민정씨의 지분을 매입하는 것을 예상할 수 있지만 이마저도 지분 가치와 관련해 주주들의 반발이 예상돼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물론 서경배 회장이 아직 50대고 서민정씨가 91년생으로 아직 20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본격 승계를 논하긴 이른 감이 있다는 시각도 있다. 다만 서경배 회장이 1997년 서른셋의 젊은 나이로 대표이사 겸 사장에 올랐던 점을 고려하면 ‘3세 경영’시대도 멀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투자업 관계자는 "서민정씨가 지분 가진 브랜드 뿐 아니라 그룹 전체적으로 실적이 부진하기도 하고, 아직 승계가 급한 상황은 아니라서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며 "주주 반발이나 정부 분위기 등 고려하면 재벌들이 지분을 활용한 경영승계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어 결국 스스로 브랜드 가치를 올려서 상장을 시키고 합병시키는 등의 방법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9월 01일 09:00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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