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미아 파기·국방예산 최대…불안한 정세에 주목받는 방산 기업들
한지웅 기자 | hanjw@chosun.com | 2019.09.05 07:00
Edited by 이도현 차장 | dohyun.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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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군사적 갈등 속 국방예산 역대 최대
방위력 개선비 8% 증가…방산기업 직접 수혜
방산기업 주가수익률 시장 수익률 상회
“매출 증대 더불어 수익성 개선 노력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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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를 둘러싼 불안한 안보 정세로 방위산업 기업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한일 무역분쟁은 우리 정부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하며 군사적 갈등 상황으로까지 번졌다. 정부는 내년도 국방예산을 역대 최대 규모로 편성했다. 방산기업의 매출과 직결되는 방위력 개선비도 크게 증가하면서, 해당 기업들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2020년 국방예산을 올해보다 7.4% 늘린 총 50조2000억원을 편성했다. 지난 2005년 국방예산은 20조원, 2017년에 40조원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큰 폭의 증가세다. 국방예산이 50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병력운영 ▲전력유지 ▲방위력 개선비로 구성되는 국방예산 가운데, 방위력 개선비는 방산기업 실적과 직결된다. 국내에서 생산하는 전력화 무기를 수출할 수 있는 국가는 제한적이기 때문에, 방위력 개선비는 수출 비중이 낮은 국내 방산기업들의 주요 매출원으로 작용한다. 내년 국방예산 중 방위력 개선비는 총 16조700억원으로, 올해보다 8.6% 증가했고 전체 국방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늘었다.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발사,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 등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은 방산업체들에 나쁜 소식은 아니다. 투자자들의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최근 방산기업들의 주가수익률은 시장 수익률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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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정권이 교체된 2017년 이후부터 주가가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2017년엔 방산비리와 분식회계 의혹을 받았고, 최고 10만원에 달하던 주가는 3년새 2만원대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말엔 기대했던 미국 공군 고등훈련기 사업에서도 탈락하며 사업적으로도 부진한 모습이 이어졌다.

최근 분위기가 바뀌었다. 회사 매출액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7000억원 규모의 항공기 날개 구조물 공급 연장 계약에 성공했고, 항공 부품 관련 사업에서도 조금씩 회복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김조원 전 KAI 사장이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임명되면서, 그간 회사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다소 누그러지는 효과도 봤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주가는 국방예산이 발표된 이튿날인 30일 신고가를 기록했다. 회사는 지난해 2분기 연결기준 20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으나, 올 상반기엔 73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항공엔진 부문과 디펜스 부분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방위력 개선비 가운데 항공기 부문의 예산이 크게 늘어난 점은 호재다. 이 때문에 일부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선 방산기업 리포트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강력매수(Strong buy) 의견을 내기도 했다.

국내 한 증권사 방위산업 담당 한 연구원은 “지소미아의 파기에서 시작된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불안감이 높아질수록 방산기업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앞으론 주한미군에 대한 방위비 분담금 협의 등과 같은 대외변수에 따라 해당 기업들에 대한 관심도가 더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방산기업들의 기업가치가 높아지는 상황은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는 업체들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증시가 여전히 불안하다는 점,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반도 안보 정세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한화그룹은 전투지휘체계, 감시장비, 탐지추적장치 등 각종 군사장비를 생산하는 한화시스템의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유가증권시장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 상태다. 한화그룹은 한화시스템의 기업가치를 최대 2조원 수준으로 평가받는 것이 목표다. 불안한 국내 증시를 고려한다면 투자자 모집 과정에서 할인(디스카운트) 요인이 발생할 여지도 있지만, 일단 국방예산의 증액에 따른 수혜 기업으로 꼽힌다는 점은 상장 작업이 속도를 낼 수 있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국방예산의 증액과 이에 따른 매출 상승은 기대해 볼 만하지만, 수익성 제고 노력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방산기업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시선은 냉담했다. 방산기업들의 매출 하락보다 전반적인 수익성이 하락한 요인이 컸다.

방산기업들은 산업의 특성상 정부와 계약을 맺고, 약 5~10%의 영업이익률을 내는 것이 일반적인 사업모델이다. 기존에 정부와 방산기업들은 높은 작전요구성능(Required Operational Capability; ROC)을 기반으로 초기 계약을 진행하고, 개발과 운영테스트 단계에서 ROC를 현실적인 수준으로 조정해 왔다. 양 측의 협의가 진행하는 과정에서 수정 계약서와 같은 명문화한 자료가 미흡해 정권 교체 후 비리조사로 이어져 기업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상당했다.

정부의 발주에 절대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방산기업들은 마진율 감소, 이에 따른 수익성 저하 등을 감수해야 하는 부분도 컸다. 현재 정부는 이같은 상황이 반복되지 않도록 ‘표준계약서’ 및 ‘성능 테스트 방법’ 등의 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방산기업의 기업가치가 급격하게 성장할 것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장기 프로젝트를 기반으로한 꾸준한 실적 향상을 기대할 수는 있다”며 “매출액과 실제 이익이 동시에 증가할 수 있도록 계약 단계에서부터 적정 이익률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고,  회사 자체적으로는 수익성 위주의 전략을 펼치며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9월 01일 09:00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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