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vs 강성부'…분쟁자금 대는 금융기관 진용은?
입력 2019.09.18 07:00|수정 2019.09.19 09:11
    하나·NH銀에서 자금조달 나선 조원태 회장 일가
    미래·KTB 빠지고 저축은행서 조달 나선 KCGI
    조달금리 및 추가 자금조달 여력에서 차이
    KCGI 아시아나 인수전 자금소요…”대형 기관 필수” 평가도
    • 한진그룹 오너일가와 행동주의펀드 KCGI의 경영권 다툼은 현재 진행형이다. 오너일가는 고(故) 조양호 회장이 보유한 최대주주 지분을 안전하게 이양하는게 우선순위다. 오너일가의 우군으로 분류되는 델타항공이 10%에 가까운 한진칼 지분을 확보하면서, 수세에 몰린 KCGI는 추가 지분 확보가 불가피하게 됐다. 현금이 부족한 오너일가와 KCGI 모두 국내 금융기관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일단 양측에 자금줄 역할을 하는 금융기관의 면면은 크게 엇갈린다.

      KCGI는 최근 KTB투자증권과 맺은 한진칼 주식담보대출 계약을 해지했다. 지난 6월 한진칼 주식 100만주(1.69%)를 대상으로 담보대출을 실행한지 3개월여 만이다. KCGI는 지난 7월에도 미래에셋대우와 맺은 주식담보대출(1.27%)을 해지했다.

      KCGI가 국내 대형 금융기관들과 맺은 대출 계약을 해지하면서, 금융사의 진용은 다소 달라졌다. 현재는 저축은행들이 남아서 주요 자금줄 역할 맡고 있다. KCGI에 자금을 댄 대형 금융기관은 KB증권이 유일하다. 대출 규모(한진칼 지분 0.66% 담보)는 다른 금융사에 비해 크지 않다.

      이와 반대로 조원태 회장 및 오너일가의 자금줄 역할은 대형 기관들이 담당한다. 지난 8월과 9월,하나은행과 하나금융투자는 오너일가의 한진칼 주식을 담보로 자금을 빌려줬다. 한진칼의 경우엔 대한항공의 주식 약 14.5%를 담보로 한국투자·KB·대신·교보증권에서 대출을 받았다. NH농협은행은 4.22%의 주식을 담보로 잡고, 금융기관 중 가장 큰 규모의 대출을 실시했다.

    • KCGI와 오너일가가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일으키는 이유는 각각 다르다.

      KCGI는 현재 한진칼 지분 15%를 보유한 2대주주다. 올해 주주총회에서 한진칼 경영참여에 실패한 이후 꾸준히 지분율을 늘리고 있다. 이 와중에 한진그룹은 조인트벤처(JV)를 맺고 있는 델타항공을 우군으로 확보했다. 델타항공은 지난 10일, 한진칼 지분율을 9.12%까지 끌어올리며 확실한 3대주주로 자리매김했다.

      올해 중순 4만원 후반대까지 올랐던 한진칼의 주가는 현재 2만원대까지 떨어졌다. 펀드 자금으로 지속적으로 주식을 사들였던 KCGI의 수익률도 한진칼 초기투자 당시보단 크게 떨어졌다. 현재로선 주식을 팔고 엑시트(투자금 회수)에 나설 명분과 시기가 애매해졌다. 결국 다음 주주총회에서 더 많은 지분을 확보해 오너일가를 압박해야 하는 전략 외엔 고려하기 어렵게 됐다. 펀드의 자금 모집 속도가 예전같지 않자 기존 주식을 담보로 현금을 마련해 운용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조원태 회장과 오너일가는 현금이 부족하다. 조양호 회장의 별세 이후, 아직 한진칼 주식 17%에 대한 상속은 마무리되지 않았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상속세를 납부하는 방안 외에는 현금을 마련할 방도가 많지 않다.

      경영권의 방어 또는 공격을 위해선 현금동원력이 관건이다. 결국 우군이 되는 금융사를 확보하는 게 중요한 시점이 됐다는 평가다.

      나타난 금융사들의 진용만 봐선, 한진칼이 다소 우위에 섰다는 의견도 있다. 대부분 대형 금융기관으로 구성돼 있다보니 조달금리도 낮을 뿐더러, 해당 기관들이 한진칼 또는 오너일가에 확실한 우군이라면 추가적인 자금조달도 가능하다. 저축은행으로 구성된 KCGI의 경우 상대적으로 조달금리가 높아 이에 따른 부담도 적지 않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미래에셋이 KCGI에 담보대출을 실시할 때만 하더라도, KCGI가 유사한 규모의 금융기관을 통해 상당한 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있었지만 현재는 그렇지 못하다”며 “향후 추가지분 확보를 위해선 자금소요가 꾸준히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현재 확보한 금융기관만으론 다소 한계가 있어보인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KCGI는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참여했다. 아직은 수면 위로 드러난 전략적투자자(SI) 컨소시엄은 나타나지 않았다. KCGI가 아시아나항공 예비입찰에서 인수금액을 최대 3조원까지 써낸 것으로 전해지면서 자금조달 가능성 또는 진정성에 의심을 갖는 투자자들도 많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KCGI가 3조원에 가까운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선 추후 인수금융을 반드시 일으켜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한진칼의 경영권 분쟁과 아시아나항공 인수 등 자금소요가 상당히 많기 때문에 국내 대형 금융기관들과 많은 협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