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잘 날 없는 은행들, 예방적 컴플라이언스 강화 안간힘
입력 2019.09.20 07:00|수정 2019.09.19 16:51
    2010년대 후 미국 자금세탁 규제 대응 나서
    채용·불완전판매 등 문제시 조직 전체가 흔들
    예방적 내부통제 중요…자금세탁 등 조직 확대
    • 은행들이 컴플라이언스(규제준수, 내부통제) 내실 다지기에 분주하다. 이전엔 해외 규제 대응에 집중했다면, 최근엔 국내에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예방적 조치에도 힘이 실린다. 규제를 어겼을 경우 영업은 물론 경영진의 자리도 흔드는 문제로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컴플라이언스 강화 기조가 계속될 것이란 분석이다.

      은행들이 컴플라이언스의 중요성을 느끼기 시작한 것은 미국이 자금세탁방지(ALM, Anti-Money Laundering) 규제를 강화하면서부터다. 미국은 2010년대 들어 유럽계 은행의 자금세탁에 대대적인 제재를 단행했고, 이어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은행에 대한 조사도 진행했다.

      미국에 진출한 우리나라 은행들이 검은 돈과 연계될 가능성은 크지 않았지만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것만으로도 문제가 됐다. 미국 내 거점을 유지하기 위해 이익의 상당 부분을 컴플라이언스 체제를 구축하는 데 써야 했다.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자금세탁 관련 사건들이 있지만 관련 시스템은 대부분 갖춰졌다.

      은행들은 국내에서의 컴플라이언스 강화에도 힘을 쏟아야 할 상황이다. 하나의 규제 위반 사례 때문에 조직 전체가 흔들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올해부터는 임직원이 자금세탁, 공중협박자금조달(테러자금조달) 방지 업무 지침을 준수하는 지를 감독해야 하는 책임까지 생기는 등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은행과 북한과의 연결 가능성을 감시하는 미국의 시선도 여전히 곱지 않다.

      컴플라이언스는 외화관리법 등 자금세탁 관련 분야 외에도 정보보호, 공정거래 등 다양한 영역을 아우른다. 은행업과 관련된 모든 법규는 물론 내부 기준에도 저촉되지 않는다는 ‘준법경영’을 뒷받침한다.

      은행이 규제를 지키지 않아 문제가 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많다. 경영진이 회사 돈을 유용하거나, 비자금을 마련해 외부에 전달했다면 업무상 배임이나 횡령과 같은 자금세탁 문제로 이어진다. 부정한 청탁을 받고 기준에 맞지 않는 인사를 채용했다면 업무방해죄에 해당할 수 있다. 해외 지점 임직원이 비위를 저지른 경우 우리나라는 물론 해당 국가 금융당국의 징계를 피하기 어렵다.

      이와 유사한 사건들에 연루된 은행들은 극심한 내홍을 겪거나 경영진이 수사 선상에 오르기도 했다. 금융당국과 기싸움을 하는 사이 조직 내부에서 동요가 이는 경우도 있었다. 일부 은행장은 임기 전에 옷을 벗었다.

      최근엔 KEB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의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 DLS) 판매를 둘러싸고 큰 파장이 일었다. 은행이 법을 위반해 상품 설계에 관여했는지, 불완전판매나 부당 권유 가능성이 있는지 등 규제 준수와 관련해 다툴 부분이 많다.

      은행들은 대형 법무법인을 고용해 대응에 나서고 있는데, 감독당국의 눈초리가 심상치 않다는 의견도 흘러나오고 있다. 중징계를 받으면 M&A 등 사업 확장에 애를 먹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신중하게 은행을 이끌던 수장들이지만 돌발 변수의 등장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을 것이란 지적이다.

      한 금융당국 외부 자문위원은 “요즘엔 시끄러운 이슈가 터지면 평판 위험이 커지고 경영의 안정성까지 흔들리게 되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M&A 등 업무를 확장하고 경영진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예방적 컴플라이언스가 중요해졌고 관련 조직도 커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 은행 컴플라이언스의 핵심인 자금세탁방지 관련 조직에 먼저 힘이 실리고 있다. 경쟁적으로 조직을 격상하고 인력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KEB하나은행은 자금세탁방지 전담 인력을 지난해 27명에서 올해 39명으로 늘렸다. 작년 자금세탁방지부로 조직을 독립 개편했으며, 올해는 위험평가모델 고도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올해 자금세탁방지부를 자금세탁방지센터로, 준법감시부는 준법감시실로 격상했다. 영업점-자금방지센터-검사실로 이어지는 내부통제 3중 확인 체계를 도입했다.

      KB국민은행은 작년 자금세탁방지실을 부서로 승격시켰다. 조직의 내실을 다지는 단계며 앞으로도 시장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한은행은 상반기 톰슨 로이터의 자금세탁방지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