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S 이어 특사경 수사까지...하나금투發 '증권업 신뢰 추락'
입력 2019.09.20 07:00|수정 2019.09.24 09:33
    고객 신뢰 기반 금융회사가 잇딴 구설수
    피해는 증권업 전체가 입을 듯...책임론 부각
    지난해 연임 성공한 이진국 대표 거취 주목
    • 하나금융투자가 또 다시 좋지 못한 이슈로 증권가의 도마 위에 올랐다. 수천억원의 투자자 피해가 예상되는 파생결합상품(DLS)의 '발행사'로 지목된 데 이어, 불공정·선행매매 혐의로 금융감독원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의 수사 1호가 된 것이다.

      하나금융투자는 일각의 비난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고객 신뢰를 생명으로 하는 금융회사가 잇따라 구설에 휘말린 데다 증권가 전체가 그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만큼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하나금융투자는 하반기 들어서만 벌써 두 차례 이슈에 휘말렸다. 지난 8월에는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에서 판매한 DLS의 발행사로 이름이 오르내렸다. 하나금융투자는 국내 1위 DLS 하우스로, 소시에테제네럴(SocGen) 등 글로벌 투자은행과 연계해 이번에 문제가 된 DLS 상품을 공급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판매사도 판매사지만, 이런 고위험 상품을 국내로 들여온 발행사에도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 18일에는 금감원 특사경이 하나금융투자에 전격적으로 압수수색을 감행했다. 수사는 19일에도 이어졌다. 리서치센터 소속 한 연구원이 보고서가 외부에 발표되기 전 미리 주식을 매수하는 방식으로 불공정한 차익을 올렸다는 혐의다. 특사경은 혐의를 받고 있는 해당 연구원을 포함,  해당 연구원이 매매한 종목의 보고서를 쓴 리서치센터 소속 연구원까지 총 10여명의 스마트폰을 압수하는 등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중이다.

      하나금융투자는 다른 증권사들이 비용 절감을 이유로 리서치를 축소할 때 오히려 조직을 확대한 대표적인 하우스다. 금융투자협회에 등록된 하나금융투자의 금융투자분석사 수는 59명으로, 리서치조직을 보유한 47개 국내 증권사 중 6위의 규모를 자랑한다. 자기자본기준 업계 1위 미래에셋대우(56명) 보다도 많다.

      이번 사태로 하나금융투자가 입게 될 무형적 손실이 생각보다 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지점이다. DLS와 리서치 모두 하나금융투자가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핵심 사업부다. 핵심 사업부문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꺾일 수도 있는 중대한 사고가 두 달새 잇따라 발생한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하나금융투자는 대형금융그룹 계열사임에도 불구, 업계 수위권의 경쟁력을 가진 조직이 많지 않아 내부적으로 많은 고민을 해왔을 것"이라며 "그간 주력했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인수금융 부문이 점차 축소되고 있는 가운데, 그나마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손꼽히던 파생상품과 리서치까지 타격을 입으면 업계 내 위상이 크게 추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단 하나금융투자는 최근의 사고들이 회사의 신뢰나 경쟁력을 훼손할 정도는 아니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하나금융투자 관계자는 이번 특사경 수사에 대해 "이번 혐의는 개인의 행위에 한정되는 것으로 리서치센터나 회사 전체 문제로 확대해석 하는 것은 무리"라며 "어디까지나 '혐의'이기 때문에 공식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사안을 봐주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앞서 DLS 사태 때에도 하나금융투자는 시장의 수요에 따라 내놓은 수 많은 파생상품 중의 하나이며 글로벌 시장의 큰 변동성 때문에 불거진 문제인만큼 예상할 수도 없었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다만 이를 지켜보는 금융권의 시각은 조금 다르다는 평가다.

      DLS 사태는 증권가에서 취급하는 파생상품의 위험성에 대해 일반 국민들이 불안감을 느끼게 하는 원인이 됐다. 당장 DLS 시장은 크게 위축됐다. 올해 6월과 7월 2개월 연속 3조1000억원을 넘었던 DLS(DLB 포함) 신규 발행액은 사태가 불거진 8월 2조192억원으로 30% 이상 줄었고, 9월 들어선 18일까지 4600억원에 그치고 있다. 추석 연휴를 감안하더라도 발행 규모가 말 그대로 급감한 것이다.

      한 증권사 IB부문 임원은 "여론의 비난은 판매사인 은행에 집중돼고 있지만 하나금융투자·NH투자증권·IBK투자증권 등 상품을 설계한 발행사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며 "금융소비자의 신뢰가 떠나면 결국 피해는 모두가 입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특사경 수사 역시 2013년 15개 증권사가 연루된 CJ E&M 사태에 이어 또 다시 증권사 및 리서치에서 내놓는 레포트에 대해 불신을 조장할 거라는 우려가 나온다. '증권사가 강력 매수 레포트로 주가를 띄운 뒤 자신들은 팔아치운다'는 개인투자자들 사이의 '뜬소문'이 일부는 사실일수도 있음을 증명한 셈이기 때문이다.

      결국 업계의 시선은 이진국 대표에게로 향한다. 이진국 대표는 2016년 선임돼 지난해 연임에 성공하며 2+1년의 임기를 소화하고 있다. 이진국 대표 부임 이후 실적이 좋아진데다 지주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자기자본이 크게 늘어난만큼, 이전까지 내부적으로는 3연임에 대한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었다.

      다만 최근의 사고에 대해 누군가는 결국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에서 향후 거취가 주목된다는 지적이다. 이 대표는 DLS는 물론, 이번 특사경 수사에 대해 외부로 공식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배당사고가 일어난 삼성증권은 당시 구성훈 대표가 3일만에 사과문을 발표했다. 구 전 대표는 사고를 수습한 후 4개월 뒤 사퇴했다. 당시 삼성증권은 전산입력 직원의 개인적인 실수라며 사안을 축소하지 않고, 시스템에 대한 신뢰 문제로 접근하는 태도를 취해 금융권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