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0억' 고수하는 SKC코오롱PI, 매각측 여유 vs 블러핑
차준호·한지웅 기자 | chacha@chosun.com | 2019.09.23 07:00
Edited by 현상경 부장 | hs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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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 두고 속도전 펼쳐져…숏리스트 국내 3개 PE로 압축
높은 가격 고수하는 매각측…성장성도 주도권도 '애매'
가장 큰 매출원 '삼성그룹'…글랜우드PE 특수관계 '변수'

SKC코오롱PI 매각이 속전속결로 진행되고 있지만 매각 측과 인수후보간 눈높이 차이가 여전히 상당하다. 매각 측은 최소 7000억원 이상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인수 후보들은 손사래 치는 모습이다.

주도권 확보를 위한 눈치싸움도 물밑에서 진행되고 있다. 매각 측은 만족할만한 가격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 언제든 새로운 후보를 끌어와 판을 짤 수 있다는 신호를 내비치지만, 이에 대한 인수 측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1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C코오롱PI 예비입찰에 참여한 인수 후보들은 본격적인 실사에 돌입했다. 현재 적격 후보(숏리스트)로 선정된 MBK파트너스, 한앤컴퍼니, 글랜우드PE 세 곳이 경합 중이다. 인수후보로 거론된 IMM프라이빗에쿼티(PE)와 칼라일그룹 등은 예비입찰 막바지 참여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기반 PEF 위주로 소수의 후보를 추려낸 데다 속도전 양상을 보이는 탓에 업계의 해석은 나뉘고 있다.

일각에선 다른 인수 후보들에 '탈락'을 통보했다기보다,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한 국내 PEF에 우선권을 준 후 가격 수준을 파악하려는 수순이란 해석이 나온다. 일정 정도 매각 측의 가격 눈높이를 맞추지 못할 경우, 기존 후보와 긴 협상기간을 이어가기보단 해외 전략적투자자(SI) 후보들을 참여시켜 판을 새로 짤 것이란 풀이다. 실제 매각 측은 일부 해외 후보에게 여전히 향후 상황에 따라 입찰이 가능한 것으로 안내한 것으로 전해진다.

거래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가능하면 거래를 빨리 끝내려는 필요도 있고 국내 PEF들이 의욕이 있으니 소수 후보들을 추려 몸값 수준을 알아보자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반면 조인트벤처(JV)로 회사를 꾸려온 모회사 SKC, 코오롱인더의 현 상황을 고려할 때 빠른 거래 종결에 초점을 둘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SKC는 최근 1조2000억원 규모 KCFT 인수를 마무리짓는 과정에서 유동성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코오롱의 경우 '인보사' 사태의 여파로 그룹 사업 포트폴리오 재조정 필요성이 커진 상황이다. 오히려 시간이 부족한 매각 측을 압박할 경우 인수후보들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이다.

매각 측은 매각대상 지분 54%의 가치로 7000억원 이상을 기대하는 눈치지만 인수 후보 사이에선 터무니없이 비싸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현재 회사의 시가총액은 8900억원 수준으로, 매각 대상 지분으로 한정할 경우 4800억원 수준이다. 현재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25배 수준을 형성하고 있는데, 이미 각 증권사 애널리스트들도 리포트를 통해 "향후 성장성을 고려해도 20배 수준이 한계"라는 취지의 의견을 내고 있다. 매각가 7000억원을 가정할 경우 현 수준에서 경영권 프리미엄으로만 약 40%중반 수준을 요구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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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의 미래 성장성이 어느정도 담보된다면 가격 논란이 가라앉을 수 있지만, 향후 사업을 둔 평가도 엇갈리는 상황이다.

현재 회사의 주력 사업이자 캐시카우는 FPCB 및 방열시트용 PI필름이다. 대부분 스마트폰 제조에 활용되는데, 이 분야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 30%를 차지해 1위에 올라있다. 다만 해당 분야의 경우 이미 중국 등 경쟁사들이 증설에 나선 범용화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일본 카넨카(Kaneka), 대만 타이마이드(Taimide) 등 경쟁사들이 공격적으로 증설을 마친데다 도레이-듀폰도 굳건한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지난해까지 공급 부족 현상을 겪던 PI필름 시장도 오히려 공급과잉을 걱정해야할 시기다. 이를 반영해 과거 PER 40배까지 치솟았던 기업가치도 절반 수준까지 하향세를 보이기도 했다.

인수후보들도 기존 스마트폰향(向) PI필름의 영향력 축소에 대해선 인지하는 분위기다. 오히려 기존 사업보단 회사가 육성 중인 2차전지 PI필름 분야 매출 확대에 '베팅'하는 후보도 감지된다. 지난 2018년 320억원 수준이었던 2차전지 관련 매출액은 매년 50%가까운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LG, 삼성, SK그룹이 앞다퉈 배터리사업에 뭉칫돈을 쏟는 데다 국내 업체로의 소재 국산화 움직임이 이어질 경우 회수(Exit) 방안을 찾기도 수월할 것이란 포석이다. 현재 회사와 도레이-듀퐁 두 회사가 점유율을 양분하다보니 상대적으로 경쟁 강도도 낮다. 배터리 분야의 매출 성장세도 가파르다보니 해당분야에서 사업을 꾸리는 전략적투자자(SI)들과 손을 잡는 방향도 고려 중으로 알려졌다.

후보 사이에선 "3조원 규모 자금모집(Fund-raising)을 눈앞에 둬 실탄을 마련한 한앤컴퍼니가 적극적일 것" , "MBK파트너스를 끌어들인 만큼 만만치 않은 경쟁이 치러질 것", "글랜우드PE도 복병일 수 있고 언제든 전면에 나설 것" 등의 평가가 나오고 있다.

업계에선 삼성그룹과의 관계도 거래에 큰 변수가 될 것으로 회자하고 있다.

현재 스마트폰 PI필름 매출 중 가장 큰 부분을 삼성전자가 담당하는 데다, 2차전지 분야 공급에서도 삼성SDI(50~60% 수준)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인수 이후 삼성그룹과 조율해 거래선을 유지하는 게 기업가치를 사실상 결정지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예비입찰 단계에서부터 일부 후보들 사이에선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의 차남 이상호 대표가 이끄는 글랜우드PE의 인수가능성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나온 상황이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9월 19일 16:23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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