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원 덕에 큰 토스(toss), 금융사 기반까지 예외로 해달라?
입력 2019.09.23 07:00|수정 2019.09.25 09:28
    이승건 대표 18일 “증권업 진출 포기” 돌발 발언
    RCPS 비중 높은 토스, 당국 보완 요구에 반발한 듯
    “정부 지원 받은 토스, 볼멘소리 타당하냐” 지적도
    “원하는 것 얻으려는 전략?”…토스, 19일 진화 나서
    •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서비스명 토스) 대표의 증권업 포기 검토 발언이 파장을 불러왔다. 토스 측은 당국이 근거 없는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하고, 당국은 자본의 안정성을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시장에서는 그간 정부의 지지와 기대를 받으며 성장한 토스가 정부에 받아들이기 어려운 특혜를 달라고 요구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승건 대표의 강경 발언 역시 목표 달성을 위한 계산이 깔려 있을 것이란 평가도 있다.

      지난 18일 이승건 대표는 ‘핀테크 스케일업 현장간담회’에서 “증권업 진출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금융당국에서 우리가 수행할 수 없는 안을 제시했다”며 증권업 진출을 포기할 수 있다는 뜻을 드러냈다. 규정이 아닌 정성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인터넷전문은행 진출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토스는 지난 5월 증권사 설립을 위한 금융투자업 예비인가를 신청했지만 아직 인가는 나지 않았다. 대주주의 요건이 충족되었느냐를 두고 토스와 감독당국 간 이견이 길어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비바리퍼블리카의 자본금과 출자금 성격이 핵심이다.

      비바리퍼블리카는 증권사 설립을 위해 자본금 250억원의 토스준비법인(Toss Preliminary)을 설립했다. 회사의 주식은 보통주로 구성돼 있는데, 모회사의 자본금은 75%가량이 상환전환우선주(RCPS)다. 비바리퍼블리카는 성장 동력 대부분을 투자자에 RCPS를 발행해 얻어왔다. 준비법인 출자금 역시 대부분 이 자금에 기반했다.

      문제는 RCPS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하느냐다.

      RCPS는 기업회계기준에선 자본으로 분류되지만, 국제회계기준(IFRS)에선 부채로 인식된다. 투자자의 상환 요구권 때문이다. RCPS를 부채로 보면 규정상 대주주 요건도 충족하기 어려워진다. 금융투자업규정에 따르면 금융투자업 인가를 받기 위해선 대주주는 차입금이 아닌 자금으로 출자를 해야 한다. 유상증자, 1년 내의 고정자산 매각, 내부 유보 등의 방법으로 마련한 자금을 출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다.

      감독당국 입장에선 RCPS가 대부분인 비바리퍼블리카의 자본 구조가 금융회사의 대주주를 맡기엔 안정적이지 않다고 볼 여지가 있다. 반면 IFRS 적용 대상이 아닌 비바리퍼블리카로선 불만이 생길 수 있다. 이는 지난 인터넷전문은행 신청 때도 공히 문제가 됐던 부분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승건 대표가 작심 발언을 했다. 당일 이 대표의 발언을 들은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아픈 얘기’라며 넘어갔지만, 다음날 윤석헌 금감원장은 “금감원은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지 않는다”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 대표의 발언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우호적이지 않다.

      금융회사의 자본 안정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는 컨센서스가 마련돼 있다. 금융업계는 그간 여러 고비를 겪으면서 규정들을 다져 왔다. 금융회사들이 예기치 않게 붕괴하지 않도록 하는 최소한의 안전판 역할을 한다. 규정 개정 등으로 확실히 장벽을 낮추지 않는한 깐깐하게 보는 것이 타당하다. 증권사도 그렇지만 인터넷전문은행에선 더 엄격할 수밖에 없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승인을 내주는 곳이 요구하는 부분은 그야말로 최소한의 것”이라며 “이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오니 감독당국 입장에서도 굉장히 황당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금융당국 외부 자문위원은 “기존의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자본 확충과 외형 확대의 어려움을 겪었고 중금리 대출 확대 효과도 내지 못했다”며 “이를 지켜본 당국으로선 예전과 같은 잣대로 문을 열어주기 어려운 것이 당연한데 이승건 대표가 왜 그런 강한 발언을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경 발언의 주체가 토스라는 점을 문제삼는 의견도 있었다. 그간 정부와 업계의 지원을 받아 성장해 놓고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시하는 것이 적절했냐는 지적이다.

      토스는 정부의 지원 속에 핀테크의 총아로 컸다. 핀테크 산업에 힘을 쏟는 정책 기조 속에 토스는 ‘공인인증서 없는 간편 송금’ 아이디어를 구체화 할 수 있었다. 이승건 대표는 2015년 청와대서 열린 새해 업무보고에 핀테크 업계 대표로 참석해 애로를 호소하기도 했다. 토스 서비스는 이후 대형 은행들의 협조가 이어지며 급성장했다.

      이번 정부 들어서도 토스 대접은 각별하다.

      이승건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의 첫 방미 일정에 기업 대표단 일원으로 동행했고, 지난해는 정보통신의날에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이 대표는 올해 초 청와대 초청 벤처기업인단에도 포함됐다. 앞서 8번의 실패를 했던 이승건 대표는 혁신 기업가의 이미지가 씌워졌고, 토스는 핀테크 기업 중 최초로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에 등극했다. 토스는 정부가 주도하는 오픈뱅킹의 대표적 수혜 기업으로도 꼽힌다.

      스타트업 업계의 지원도 있었다. 정부가 처음부터 핀테크 육성에 열을 올렸던 것은 아니다. 산업을 키우는 과정에서 특혜 시비가 붙을 수 있어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스타트업 단체를 비롯한 업계가 힘을 모아 규제 개선을 이끌어 냈고, 그 대표격인 토스가 가장 큰 수혜를 봤다.

      한 벤처업계 관계자는 “토스가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이승건 대표가 잘 한 면도 있겠지만 스타트업 단체가 대관 업무 등을 도맡아 해주고 업계도 한 뜻으로 밀어준 영향도 컸다”며 “스타트업 생태계에 빚진 이승건 대표가 번 돈의 절반은 스타트업 발전을 위해 내놓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농담까지 있다”고 말했다.

      이승건 대표의 발언은 또 한번 편의를 얻기 위한 계산된 전략이었을 것이란 시선도 있다. 강경 발언은 외려 증권업 진출을 강하게 바라고 있다는 반증이란 것이다.

      앞서 투자업계 관계자는 “이승건 대표가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겪는 동안 독해진 면이 있는 것 같다”며 “이번 발언 역시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한 전략이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19일 비바리퍼블리카는 이승건 대표의 발언에 대해 예비인가 과정에서의 어려움을 토로한 발언이었으며 감독당국의 역할과 권한에 대한 불만 제기는 아니었다고 진화에 나섰다. 증권사 설립을 위한 안정적 요건을 갖출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