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생명·손보 재무건전성 ‘도마위’에…감독당국 관리대상 1호
양선우 기자 | thesun@chosun.com | 2019.09.23 07:00
Edited by 현상경 부장 | hs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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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생명 지난해 대규모 적자에 손보는 실적 저하
당장 실적 나아질 기미 없어
감독당국에선 농협생명 건전성 모니터링 강화

농협생명과 손해보험의 재무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감독당국에선 주요 관리대상으로 놓고 농협생명과 손보를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 내실보단 외형성장에만 치중한 결과란 평가다.

올해 상반기 농협생명의 지급여력비율(RBC)은 194.9%로 2017년말 대비 23%포인트 하락했다. 지난 7월에는 나이스신용평가는 농협생명의 보험지급능력을 ‘AAA(안정적)’에서 ‘AAA(부정적)’으로 낮췄다. 과거 고금리 저축성보험 판매로 몸집 불리기에만 나선 것이 화근이됐다. 감독당국에선 농협생명의 건전성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저축성보험에 치중된 농협생명의 보험상품 구조에 따른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라며 “감독당국에선 농협생명을 주요 모니터링 대상으로 올려놓고 살펴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때 1500억원 수준이던 순이익은 저축성보험 판매를 줄이면서 적자로 돌아섰다. 2016년 1545억원이었던 순이익은 지난해 1141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농협금융 산하에 있다보니 농축협조합에 대한 수수료지급, 농협중앙회에 대한 농업지원사업비 부담이 큰데다가 작년 하반기에는 국내외 증시 하락 영향으로 유가증권 운용손실이 약 1451억원 발생하면서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최근 환헤지 비용 부담 증가가 커진점도 실적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농협

농협금융 내부에서 농협생명의 입지도 점점 좁아지고 있다. 한때 1500억원 규모의 순이익을 낼때는 농협은행 다음으로 수익성이 좋은 계열사였지만, 지난해 대규모 적자를 내면서 농협금융의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농협은행이 올려놓은 농협금융 순이익을 농협생명이 깎아 먹는다는 평가다. 농협생명의 저조한 실적에 홍재은 농협생명 사장의 자리도 위태위태하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농협생명 실적부진만 아니었으면 농협금융 실적 1조를 무난하게 달성했을 것이다”라며 “농협생명의 문제는 실적저하가 지금 시작이란 점이다”라고 말했다.

농협생명에 가려져 있지만 농협손보의 실적도 부진하다. 농협손보의 지난해 순이익은 19억원에 그쳤다. 2017년 264억원의 실적을 기록했지만 이마저도 큰폭으로 줄어들었다. 자연재해에 따라 손실이 큰 농작물재해보험 등 정책성 보험 사업 비중이 큰데 이 정책부문에서의 실적부진이 나타나고 있다. 계속된 자본금 감소로 지난달에는 농협금융에 1600억원 유상증자를 요청하기도 했다.

양사의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김광수 농협금융 회장을 비롯해 홍재은 농협생명 사장, 오병관 농협손보 사장이 ‘보험 경영혁신위원회’를 가동하는 등 문제해결에 나섰다. 하지만 크게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이 크지 않다. 보험업의 특성상 장기적인 시각에서 체질개선을 이뤄나가야 하지만, 농협금융의 사장 임기가 통상 2년으로 제한된다는 점에서 누구하나 나서서 체질개선에 나갈 유인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과거 CEO들이 순이익을 늘리기 위해 팔았던 상품들이 부메랑이 되어서 돌아오고 있다”라며 “어려운 상황에서 CEO가 오더라도 잠시 거쳤다 가는 자리란 인식이 강해 누구하나 나서서 적극적으로 체질개선에 나서려고 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9월 15일 07:00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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