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위워크' 패스트 파이브, IPO 가능할까
입력 2019.09.25 07:00|수정 2019.09.26 10:09
    글로벌 1위 美위워크 IPO 무산 위기
    '매출만큼 나는 손실'...'공유 오피스' 사업 수익성 의문
    '한국판 위워크' 내건 '패스트파이브' 상장 영향도 불가피
    • 글로벌 공유 오피스 업체 '위워크'(WeWork)가 상장 계획 무산 위기에 처하면서 '한국판 위워크'로 불리는 패스트파이브의 상장 준비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공유 오피스' 사업 모델의 수익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는 점이 타격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대표 공유 오피스 업체 패스트파이브는 지난달 NH투자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기업공개(IPO) 준비에 착수했다.  이르면 내년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밸류에이션 산정 등 상장 준비는 글로벌 기업인 위워크를 기준으로 삼을 예정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물론 단순 비교하기엔 규모 면에서 차이가 크다. 위워크는 전 세계 104개 도시에 485개 지점을 가진 글로벌 1위 공유오피스 업체다. 패스트파이브는 현재 국내에서  18개 지점을 운영 중이다. 올해까지 20개로 확장할 계획이다.

      다만 기본 사업 모델은 거의 동일하다. 두 곳 모두 도시 중심의 오피스를 임대해 운영하고, 회원수를 확대하는 것이 주요 매출 증가 요인이다. 위 컴퍼니는 ‘위워크’에 그치지 않고 공유 주거공간인 ‘위 리브(We live)’등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패스트파이브 역시 ‘코리빙’ 등 비슷한 사업 다각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에서 공유경제 업체가 상장에 나서는 건 처음이라 비교군이 마땅치 않은 점도있다. 위워크를 제외하면 유사 업체로 영국 런던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리저스(Regus) 정도다.

      국내 공유 경제 업체의 첫 증시 입성 도전이다보니 패스트파이브가 지난달 상장 주관사 선정 작업에 돌입하자 IB들 사이에서도 관심이 높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사업의  성장성과 잠재력을 고려해 조단위 몸값이 가능하단 전망도 나왔다. 패스트파이브는 지난달 430억원의 투자금 유치에서  2300억원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은 바 있다.

      하지만 ‘글로벌 유니콘 기업’ 위워크가 상장 무산 위기에 처하면서 ‘한국판 위워크’를 꿈꾸는 패스트파이브를 향한 시각도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두 기업이 상당히 유사한 사업 모델을 가지고 있고, 현재 위워크를 향한 우려가 ‘수익성’을 향한 점이 크다는 사실이 치명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위워크는 애초 이달 상장할 예정이었으나 증시 입성을 앞두고 기업가치의 적정성과 수익성, 지배구조를 향한 우려가 커져왔다. 주요 사업인 ‘공유 오피스’의 장기 수익성에 대한 의문이 가장 큰 문제다.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의 주요 투자자인 중동 투자자들도 위워크의 가치에 의문을 제기해 왔다는 외신 보도가 이어졌다.  위워크의 최대 주주는 지분율 29%인 소프트뱅크 등 계열사다.

      위워크의 모회사인 '위컴퍼니'(We Company)는 "상장이 연말까지 완료되길 기대한다"고 밝혔으나 사실상 연내 상장도 미지수란 반응이다. 우버 이후 또다시 공유경제 플랫폼의 고평가 논란이 불거지면서 '유니콘이 아닌 조랑말'이라는 조롱까지 나오기도 했다.

      위워크의 상장 준비에 처음부터 먹구름이 드리웠던 건 아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위워크의 예상 기업가치는 470억달러(56조원)로 평가됐다. 골드만삭스는 예상 몸값으로 650억달러(78조원)를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8월 IPO 서류가 공개되고 사업의 수익성과 기업가치 적정성 논란이 커지면서 전망치가 하락했다. 결국 최근에는 눈높이를 100억~150억달러(12조원~18조원) 수준까지 낮춘 것으로 전해진다. '장밋빛 전망'이 3분의 1토막 난 셈이다.

      공유 오피스는 도심 오피스 빌딩의 대형 사무 공간을 10~20년 단위로 장기 임대하고 그 공간을 다시 개인이나 기업에게 단기로 빌려주는 사업모델이다. 그렇다보니 공실이 발생하더라도 계속적으로 건물주에 임대료를 지불하는 위험 부담이 있다. 월 단위의 계약은 언제든 고객이 이탈할 수 있다는 위험도 있다. 공유 오피스업 진입 장벽이 낮다보니 경쟁 업체도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들어가는 비용도 상당하다. 공간을 임대하고 리모델링을 하기까지 4~6개월의 시간이 걸린다. 이 기간의 임대료는 손실로 처리된다. 기본적으로 ‘임대업’이다 보니 매출의 대부분은 공간을 이용하는 이용자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지난해 패스트파이브의 매출 98.8%가 멤버쉽 매출이었다.

      실제 글로벌 공유 오피스 업체들 역시 수익성은 아직 물음표인 상황이다. 글로벌 1위인 위워크마저 매년 외형 성장 만큼의 막대한 적자를 내고 있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15억4000만달러(1조8000억원)이지만 영업손실도 13억7000만 달러(1조6000억원)였다. 순손실액도 꾸준히 늘었다. 지난해 16억1000만달러의 순손실액을 포함, 지난 3년 동안 29억달러(3조 4000억원) 수준의 손실을 기록했다.

      패스트파이브  또한 2015년 회사 설립 후 매년 매출이 2~3배 증가했지만 적자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패스트파이브는 매출 210억원을 기록했으나 10억3774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당기순손실은 15억8590만원이었다.

      다만 패스트파이브의 상장이 내년으로 예상되는 만큼 우려는 이르다는 관측도 나온다. 회사 측에서도 상장 준비 전 평판 제고와 비즈니스의 차별점을 만들어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패스트파이브는 신한금융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부동산, 금융 등 관련 협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용자들이 입주시 신한금융의 다양한 금융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셀링 포인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IPO 업계 관계자는 "파생적인 비즈니를 엮는 시도 등 수익성은 회사가 어떻게 꾸려나가냐 나름이겠지만, 본질이 부동산을 사서 재임대하는 것이기 때문에 오피스 건물을 계속 임대해서 확장하는 전략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다만 국내 시장에선 성장 제한이 있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고, 게다가 대표 글로벌 업체마저 수익모델에 의문을 받으며 IPO에 고전하고 있으니 시장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높은 몸값 전망도 소수 투자자들의 기대고 결국 실제 상장 완주는 밸류의 문제가 될텐데, 미국의 우버나 리프트 등 글로벌 공유 플랫폼 업체들이 상장 후 공모가를 하회하는 등 '공유 경제' 업체를 향한 유통 시장에서의 투심은 그 갭(gap)이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