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시공사 평가에서 현대건설에 밀린 삼성물산
입력 2019.09.25 07:00|수정 2019.09.24 17:44
    개발사업 주도권 건설사에서 금융사로
    금융사, 시공사 선정시 조달금리 낮은 곳 선호
    삼성물산 재건축 시장에서 발빼며 1위 시공사 자리 흔들
    업계에선 현대건설 조달금리 제일 낮다는 평가
    • 금융사를 중심으로 대형프로젝트들이 추진되는 가운데 시공사 선정 옥석가르기가 진행되고 있다. 신용도가 높은 시공사와 손잡으면 더 낮은 금리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가능하기 때문에 금융사들은 시공사 선정에 만전을 기한다.

      이전 같았으면 당연히 1순위는 삼성물산 이었지만, 요즘 시장에선 현대건설이 주목 받는다. 신용등급은 삼성물산이 높지만 수주잔고, 실제 시공 이력에서 현대건설이 앞선다는 평가다. 이는 조달금리 차이로 드러나고 있다. 한동안 재건축 시장에 명함을 내밀지 않던 삼성물산은 최근 다시금 사업 진출을 꾀하는 등 이전의 아성을 되찾으려 노력하고 있지만 녹록하지만은 않다는 것이 시장의 평가다.

      통상의 개발과 재건축 사업을 두고 금융권에선 최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표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심사방법서 기준을 폭넓게 준용해 조달금리 산정에 활용하고 있다. 이들 사업의 경우 기초가 되는 자산이나 사업규모와 형태 특성상 다양한 경우가 상정되지만, 주요 건설사는 회사채 금리와 기업 신용등급, 수주이력 등을 중점적으로 고려해 건설사별로 매겨진 금리차 수준에서 자금을 조달받고 있다.

      이때 표준PF 준용 시 가장 중요한 평가요소가 시공사의 신용도다. 시공사에 대한 신뢰도가 조달금리에 가장 우선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사업별로 달라지겠지만, 국내 상위 5개 건설사의 경우 소수점 정도의 차이를 감안해도 3%대의 금리 정도로 산정된다”라며 “조단위 사업에선 소수점 수준의 금리차도 크기 때문에 금융사들은 대형 프로젝트 일수록 조달금리가 낮은 시공사와 함께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시공사를 평가하는 다양한 기준이 있지만 금융사 주도의 대형 프로젝트 사업들이 진행되면서 결국 조달금리 수준이 시공사 순위를 가르는 척도가 된 것이다.

    •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1위 사업자는 당연히 삼성물산 차지였지만 최근의 분위기는 이전과 다르다.

      신용등급만 놓고 보면 삼성물산은 국내 건설사 중에서 가장 높은 신용등급인 AA+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권 PF 조달금리는 가장 낮은 수준은 아닌 것으로 전해진다. 사업별로 조달금리가 다르기 때문에 특정지어서 어느 수준이다라고 말할 수 없지만 건설업계에선 삼성물산 보다는 오히려 현대건설의 신용도가 높고 조달금리도 삼성물산보다 더 낮은 수준에서 가능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유는 '수주 이력'에 있다.

      실제로 표준PF의 심사기준서에는 사업운영 안정성 항목에서 공사수행 현황과 수주잔고를 정성적으로 따지게 되는데, 해당 항목은 대형 정비사업 이력 등이 있으면 가점이 커 이력이 있는 업체가 우위를 점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올 상반기 정비사업 수주 실적으로도 현대건설은 등촌 1구역 재건축과 과천 주암장군마을 개발을 따낸 반면, 삼성물산의 경우 뚜렷한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 상황이다. 즉 신용평가사에선 삼성물산에 더 높은 신용도를 주고 있지만 실제 금융권 내부에서는 현대건설이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는 말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삼성물산이 재건축, 재개발 시장 들어오지 않은지가 거의 5년이 됐다”며 “아무래도 같이 일을 하려면 최근 실적을 중요하게 여기게 되는데 그 점에서 현대건설에게 밀리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양사의 수주목표액 현황으로도 나타난다. 삼성물산의 상반기 수주목표액 달성은 2조 4590억원에 그치며 21%에 불과했다. 반면 현대건설은 목표치의 47.6%(11조 4841억원)를 달성했다. 재건축 등 삼성물산이 빈 자리를 현대건설이 꿰차면서 양사의 차이가 점점 벌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 삼성물산 역시 이를 타개하기 위한 내부적 고민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과열 양상이라며 기피했던 재건축 시장에 재진입하려는 시도 역시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건설업 규제가 더욱 심해지며 업황 정체 역시 더 심해질 전망이라, 이 같은 움직임이 수주실적으로 나타날지는 미지수인 상황이다.

      한 부동산 운용사 관계자는 “요즘 대형 프로젝트 사업에서 선호 1순위는 현대건설이다”라며 “아모레퍼시픽 본사 등 현대건설이 지은 건물들이 호평을 받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