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그룹, 필리핀항공 등에 아시아나 공동인수 의사 타진
한지웅 기자 | hanjw@chosun.com | 2019.09.26 07:00
Edited by 현상경 부장 | hs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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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경그룹 아시아나 인수 파트너 찾기 한창
필리핀 항공·케세이퍼시픽에 컨소시엄 의사 물어
일부 금융회사에 에쿼티 투자도 요청
국토부 “사실상 지배에 관해 면밀히 따져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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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경그룹이 필리핀 국적항공사 필리핀항공(Philippine airlines)에 아시아나항공 공동 인수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확인됐다. 애경그룹은 현재 본입찰을 위한 숏리스트에 선정돼 실사를 진행중이다.

애경그룹은 인수 후보 가운데 가장 먼저 인수전에 참여했으나 여전히 자금줄 역할을 할 투자자는 완전히 확보하지는 못한 상태다.

항공사업 면허 발급 권한을 갖고 있는 국토교통부는 추후 아시아나항공 인수 컨소시엄 구성에 관해 투자자 면면을 살피고, ‘사실상 지배력을 갖고 있는지 여부’를 면밀히 따져보겠다는 입장이다.

25일 복수의 거래 관계자들에 따르면 애경그룹은 최근 필리핀항공 측에 아시아나항공 경영권 인수를 위해 컨소시엄을 구성할 의사가 있는지를 타진했다. 이에 앞서 애경그룹은 홍콩계 항공사인 케세이퍼시픽(Cathay Pacific Airways)에도 공동 인수를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시아나항공 현재 시가총액은 약 1조2000억원으로, 금호산업의 매각 대상 지분 가치는 3700억원 수준이다.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구주에 대한 가격, 여기에 신주발행을 위한 자금 투입을 고려하면 매각가는 1조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법무법인 태평양과 삼일PwC, 전략컨설팅사 베인앤컴퍼니 등이 애경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자문을 맡고 있다. 다만 화려한 자문단 진용과 별개로, 애경그룹은 재무적 투자자(FI)와 컨소시엄 구성이 필수적이다. 그룹 최정점의 AK홀딩스나 주력 계열사인 애경산업의 현금보유력이 많지 않다보니 조단위가 넘어가는 거래를 성사시키려면 '금융 조력자'가 필요하다는 점은 일찌감치 지적돼 왔다.

특히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담보로 은행이나 증권사에서 빌릴 수 있는 '인수금융' (Debt Financing) 뿐만 아니라, FI로부터 에쿼티 투자금을 유치할 필요성이 있다. 삼성증권이 인수자문사를 맡고 있지만 인수금융 수준이 아닌, 에쿼티 자금을 모아올지 여부도 확정되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애경그룹은 최근까지도 국내 사모펀드(PEF), 그리고 대형 금융회사와 몇차례 접촉해 컨소시엄에 참여할 수 있는지 의사를 물어왔다. 이 과정에서도 애경그룹은 ‘소수 지분 투자’ 또는 ‘인수금융 제공’과 같은 수준이 아닌, 애경그룹과 1:1에 가까운 비율의 지분(Equity)투자가 가능한지를 물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아시아나항공에 과도한 차입(레버리지)을 통해 발생할 수 있는 재무적 부담을 경감하고, 사업적 리스크를 최소화 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 애경그룹 자금력을 보완해줄 공동 인수자는 아직 확정되지 못했다.

거래에 정통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애경그룹이 거래 초기 단계부터 여러 FI를 두고 조건을 논의했으나 아직까지 파트너를 확정짓지 못했다”며 “최초 애경그룹이 제시한 에쿼티 참여 조건과 현재 요구 조건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FI 측에선 다소 무리한 요구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애경그룹이 현재 거론됐던 여러 금융회사 중 국내 대형 PEF 한 곳을 가장 유력한 파트너라고 판단하고 공동 인수 의사를 계속 제시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러다보니 애경그룹이 필리핀항공, 케세이퍼시픽과 같은 외항사들에 공동 인수 의사를 타진한 것도 자금력 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으로 풀이되고 있다. 아울러 외항사를 끌어들일 경우, FI에게 제안할 수 없는 전략적 선택지를 마련할 수 있다는 판단도 깔린 것으로 예상된다.

즉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경우 ‘풀 서비스 캐리어(FSC)’인 아시아나항공과 저비용항공사(LCC)인 에어부산·에어서울을 모두 사들이게 된다. 마침 에어서울과 에어부산 모두 동남아권 국가의 취항 노선을 늘리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여기에 애경그룹 스스로도 제주항공을 운영하고 있어 LCC들이 중복으로 겹치게 된다.

결과적으로 애경그룹이 FSC인 아시아나를 운영하는 대신, 함께 인수전에 참여한 외항사들이 LCC를 운영하거나 인수하는 형태도 가능하다는 것.

다만 애경그룹 홍보실은 "외항사들에 아시아나항공 공동인수를 공식 제안한 적이 없다는 것이 회사 입장"이라고 밝혔다.

외항사가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참여하게 될 경우, 결국 관건은 국토교통부의 면허 유지 또는 신규 승인 여부가 가장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행 항공사업법(제9조 제1항)은 외국인 또는 외국법인의 국내 항공사 사업면허 발급에 제한을 두고 있다.

외국인이 국내 항공사의 지분 50% 이상을 보유하거나, 외국인이 이사진에 포함돼 경영에 참여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과거 미국 국적인 조 에밀리 리(CHO EMILY LEE;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가 진에어 등기임원으로 등재돼 논란이 일었을 당시에 진에어는 면허취소 대상에 오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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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외국인 또는 외국법인이 지분 50%가 넘는 경영권 지분을 보유하지 않거나, 이사진에 포함되지 않을 경우엔 현행법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지분이 50% 미만이라고 하더라도 국토부의 정성적인 판단이 영향을 미칠 부분도 많다. 즉 주주간 계약 또는 외국법인과의 사업적 계약 내용에 따라 외국법인이 국내 항공사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되는 경우엔 국토부가 제동을 걸 수 있다.

결국 외국법인이 국내 항공사를 ‘사실상 지배’ 하고 있다는 내용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국토부의 최종 승인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현재 매각 주체(산업은행·금호아시아나그룹)와 아시아나항공 매각과 관련한 협의를 이어가는 과정이지만, 면허 심사와 관련해선 추후 인수후보자 윤곽이 확실히 드러나는 시점부터 관여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행법 외국인 지분이 50% 미만이거나 이사진에 포함돼 있지 않다면 아시아나항공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며 “다만 항공면허 발급은 항공주권의 취지상 외국인의 개입을 제한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해외 항공사가 아시아나항공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사실상 지배 관계'에 있는지 여부를 면밀히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과거 국토부는 금융위와 산업은행과 협의를 진행하며 “건실한 인수자가 참여하길 바란다”는 의사를 전달한 바 있다. 금융위와 산업은행으로 대변되는 정부의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외항사 참여의 적법성 여부를 떠나, 해당 항공사들이 단순한 투자자로 참여할지 아니면 추후 국내 항공사를 기반으로 한 전략적·사업적 판단을 갖고 참여하는지 여부에 아시아나항공의 매각 및 승인 과정에서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평가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9월 25일 15:15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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