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수익률 > 채권수익률 시대 "투자 패러다임 바뀐다"
이재영 기자 | leejy@chosun.com | 2019.09.27 07:00
Edited by 현상경 부장 | hs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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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당·금리 수익률 그래프 역전
미국 1958년 이후 처음 있는 일

'시대 원칙 깨졌다' 당분간 지속
수익률은 변동성에 대한 대가
투자 수요, '안전한 주식'에 몰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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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원칙'이 깨졌다. 투자한 주식에서 받는 배당수익률이 채권에 투자해 받는 이자수익률을 앞지른 것이다. 지난 수십년 간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던 상황이 뒤집어졌다. 금세 다시 돌아갈만한 '일시적인 상황'도 아니라는 분석이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다시 앞으로 수십년간 지속될 새 투자의 패러다임이 만들어지고 있는 순간이라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어디에, 어떻게 투자해야 할지 금융시장 구성원들의 고민이 점점 깊어질 전망이다.

현재 미국 S&P500 상장 기업의 연말 기준 배당 시가수익률은 1.87%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1.7%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달 한때 주가가 급락하며 S&P5000 배당수익률이 미국 국채 30년물 금리를 앞지르기도 했다. 국채 10년물 금리와의 역전은 2010년 이후 종종 있었던 일이지만, 30년물 금리마저 배당수익률과 역전된 건 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현재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1.45% 안팎이다. 코스피 연말 예상 배당수익률은 2.2% 수준이다. 금융회사들이 주로 투자하는 AA급 회사채 3년물 금리는 1.6~1.7% 안팎을 오가고 있다. 연말 기준 AAA급 신용도의 주요 대형금융지주 4곳의 배당수익률이 5% 안팎을 기록할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차이다.

그간 채권수익률이 배당수익률보다 높은 건 '상식'의 수준이었다. 고성장을 거듭하는 경제에선 주식의 배당수익률이 채권을 능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주식의 '매매 차익' 덕분에 가능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그동안 기업이 영업으로 번 현금을 배당으로 돌리는 것보다 재투자해 이익 규모를 키우는 게 더 유리한 상황이었다.

배당수익률과 채권수익률의 역전은 이제 이런 시대가 끝났음을 상징한다는 지적이다. 주식시장에 쏠렸던 투자 수요가 채권시장으로 급하게 몰려가고, 주식시장의 상대적 변동성이 더 커지며 배당수익률이 채권수익률보다 높은 상황이 한동안 계속될 거라는 전망이다.

한 자산운용사 주식투자본부장은 "간단히 말하자면 수익률은 변동성을 부담하는 데 대한 대가인데 지난 20년동안은 상대적으로 채권시장이 약세장이었고 이에 대한 보상의 차원으로 채권수익률이 더 높았다"며 "앞으로는 채권시장 대비 주식시장이 약세장을 띌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질 것이고, 그것이 배당수익률에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S&P500 기업 배당수익률 추이

미국 금융시장 기준, 역사적으로 채권수익률이 배당수익률보다 높았던 건 1958년 이후의 일이다. 이전에는 배당수익률이 더 높았다. 주식의 인기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공황 이후 투자자들은 주식보다는 채권을 선호했고, 더 큰 배당을 요구했다. 가격은 낮은데 배당은 크니 배당수익률이 자연히 높았다.

1958년 배당수익률과 채권수익률이 역전됐다. 1950년대 후반부터 대공황의 기억은 잊혀지고 경제발전 과정에서 물가가 급등했다. 채권의 매력은 점점 떨어졌다. 시중의 자금이 주식시장에 쏠리며 주가가 급등했고, 당연히 배당수익률은 급락했다. 떨어지는 인기 탓에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1980년대 한때 16% 가까이 급등했다.

이후 경제 성장 폭이 둔화하고, 물가상승률이 떨어지며 자연스레 채권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수익률은 다시 떨어졌다. 2000년 이후부터는 기업들의 이익성장률도 둔화됐다. 주식에 대한 수요가 줄고 배당수익률이 점차 오르기 시작했다. 결국 근 60년만에 두 수익률 그래프가 다시 교차한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금융권 전문가들은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채권시장 대비 상대적으로 큰 상황이 당분간 계속되며 배당수익률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사상 최고 수준에 근접해있는 주가지수와 향후 세계 경기 둔화를 감안하면 주식시장이 당분간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S&P500을 비롯한 미국 주가지수는 최근 다시 회복하며 사상 최고치에 육박하고 있다. 국내 코스피지수도 2100선이 다시 코 앞이다. 사상 최고치였던 2500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지만, 밸류에이션(가치평가) 척도로 보면 다르다. 현재 상장기업 이익 대비 코스피지수의 주가순이익비율(PER)은 14.2배로 역사적 최고치 수준이다.

경기가 회복되고 기업 이익이 다시 상승 추세를 타고 안전자산인 채권보다 위험자산인 주식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 자연스레 채권수익률과 배당수익률은 다시 뒤바뀔 것이라는 평가다.

다만 세계 무역 규모가 줄고 있고,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모두 성장률에 적신호가 들어오며 언제 다시 이런 상황이 될 지 예상이 어렵다. 미국의 올해 2분기 성장률은 연율 환산 2%로 1분기 3.1%보다 낮아졌고, 리커창 중국 총리는 최근 6% 성장률 포기를 시사하는 발언을 내놨다.

앞으로 투자 수요가 '안전한 주식'에 쏠릴 거라는 예상이 나오는 배경이다. 안전한 주식이란 ▲10년 국고채 금리보다 배당수익률이 높고 ▲꾸준히 배당을 늘리고 있으며 ▲시장 급락 시에도 하방 경직성이 있어서 손실이 제한적인 주식을 뜻한다.

주요 대기업의 우선주, 그리고 코스피 배당주 및 관련 펀드에 최근 자금이 몰리고 있는 이유다. 상장부동산투자회사(리츠;REIT's)에 대한 관심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대표적인 코스피 배당주 펀드인 미래에셋 고배당포커스 펀드는 최근 액티브펀드의 몰락 속에서도 1년간 순자산이 270억원, 29% 늘었다. 이 중 최근 2개월새 유입분이 92억원, 10%에 달한다. 배당주 관련 주요 상장지수펀드(ETF)의 최근 1개월 수익률도 6%를 넘어섰다.

한 증권사 투자전략담당 연구원은 "1958년 이전을 경험해보지 못한 관계자가 많은 국내 금융시장에 배당수익률과 채권수익률의 역전은 생소한 것이 맞다"며 "당분간은 안전지향적인 투자가 주류를 이루는 가운데 새로운 투자 패러다임의 탄생을 기다릴 것 같다"고 말했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9월 25일 07:00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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