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앱티브와 합작, TF마련해 1년 반 준비…한전 부지 때와 다른 반응
한지웅·차준호 기자 | hanjw@chosun.com | 2019.09.30 07:00
Edited by 현상경 부장 | hs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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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부지 인수땐 주가 급락…앱티브와 JV 설립엔 “긍정적”
기획조정실에서 TF 구성, 앱티브 外 다수의 업체와 접촉
정의선 부회장 최측근 김걸 기조실장이 이번 거래 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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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의 미국 앱티브 테크놀로지스(Aptiv Technologies Limited)와 합작사(Joint venture) 설립은 그야말로 깜짝 발표였다. 최근 수년간 현대차그룹이 진행한 투자 중 가장 큰 규모다. 현대차그룹이 자율주행, 즉 미래차 분야에 대한 확실한 투자 방향성을 나타내면서 과거 투자자들의 반응도 과거와 사뭇 다르다. 정의선 수석 부회장이 그룹의 전권(全權)을 쥐기 시작하면서 부상한 최측근 인사들이 이번 거래의 핵심으로 꼽힌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거래에 총 현금 16억달러와 4억달러 규모의 엔지니어링 서비스와 연구개발(R&D) 자원을 부담한다. 현대차가 10억4000만달러(약 1조2387억원), 기아차 5억6000만달러(약 6670억원), 현대모비스(약 4764억원) 등을 출자할 계획이다. 앱티브는 자율주행 기술과 지적재산권 출자, 700여명의 직원이 참여한다.

상당한 규모의 자금 소요가 발생하는 투자임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JV 발표 이후 주가는 꾸준히 상승세를 보였다. 과거 현대차가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를 인수할 당시(2014년 9월) 주가가 급락해 이제껏 회복하지 못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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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거래는 약 1년 6개월 전부터 진행됐다. 현대차그룹이 미국의 오로라(Aurora) 등과 손잡고, 자율주행 차량 시장에 본격적인 투자를 발표한 시기와 유사하다. 현대차 기획조정실, R&D 분야의 임원 및 실무진들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움직였다.

당시 현대차그룹은 앱티브사 외에 글로벌 자율주행 관련한 상당수의 기업들과 접촉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조인트벤처 설립뿐 아니라, 인수합병(M&A)과 소수지분 투자 등과 같은 다양한 협력 방안이 거론됐다. 그 과정에서 현대차는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을 자문사로 선정했고, 앱티브는 골드만삭스 미국법인을 자문사로 선정해 본격적인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됐다.

자율주행 차량 시장에서 대형 파트너사가 절실했던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앱티브 또한 파트너쉽 관계에 있는 자동차 제조사가 없다보니 양사의 니즈가 정확하게 맞아 떨어진 거래가 됐다.

이번 JV 설립 과정에서 정의선 부회장은 최초 협상 단계부터 관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정 부회장의 최측근으로 잘 알려진 김걸 기획조정실장(사장)이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정 부회장의 고려대 동문인 김걸 사장은 1998년 현대차에 입사해 글로벌전략실장, 기획조정 1실장 등을 거친 후 기획조정실장 자리에 오른 인사다.

기획조정실은 지난해 말 현대차그룹의 부회장단, 사장단 인사 이후 새롭게 만들어진 현대차의 컨트롤타워 조직이다. 과거 그룹의 컨트롤타워의 핵심이 김용환 부회장이었다면, 김걸 사장이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김 전 부회장의 역할을 맡고 있다. 김걸 사장은 지난해 지배구조개편 작업의 밑그림을 그린 인물이기도 하다.

이번 거래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현대차가 수년 동안 미래차 시장 파트너를 파트너를 찾아나섰고, 그 중 앱티브와 이해관계가 가장 잘 맞았다”며 “정의선 부회장과 김걸 사장으로 대표되는 최측근 핵심 인사들이 이번 거래에 처음부터 참여해 주도한 점도 결과물을 만들어 낸 데 중요한 요소였다”고 말했다.

현대차의 이번 대규모 투자를 두고 투자자들은 “현대차가 자동차 회사라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줬다”는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아시아나항공과 같은 현재 매각이 진행중인 기업들의 인수후보로 거론되기도 했으나, “해당 분야에는 투자 여력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 의사를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의 이번 투자는 미래차 분야에만 집중하겠다는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며 “투자의 합리성 여부를 떠나 부동산에 수 십조원을 쏟는 투자 형태는 정 부회장 체제 내에선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선 부회장은 이번 JV설립을 발표하며 “5년 후에 자율주행 차량을 양산하겠다”고 구체적인 시점을 못 박았다. 이는 현대차뿐만 아니라, 현대차 소프트웨어의 핵심 조직인 현대모비스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현대차그룹은 사업적인 부분 외에 지배구조개편과 같은 거버넌스 분야를 따로 떼내서 생각하기 어렵기 때문에, 현대모비스의 주목도가 높아지는 점이 지배구조개편에 미칠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9월 27일 10:29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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