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에 눈 먼 하나금융, '신뢰보단 수익' 실태 드러났다
입력 2019.10.02 07:00|수정 2019.10.02 18:57
    금감원 실태 조사 결과 수익 쫒아 리스크 간과
    고령층 비중 높고 일별 목표까지 세워 판매 독려
    증권도 리스크 '사후합의'...삼자협의 후 상품 설계
    '고객보다 수익 중심' 문화 정립..."문제 당연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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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지성규 하나은행장,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이진국 하나금융투자 사장

      사고일까 필연일까. 최근 파생결합펀드(DLF)와 리서치센터 선행매매 등 잇딴 악재에 휩싸인 하나금융그룹의 행보가 금융권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하나금융은 '예상치 못한 불의의 사고'(DLF), '직원 개인의 일탈'(선행매매)이라고 항변하고 있지만 금융권의 시선은 조금 다르다. 수익성을 전면에 내세우고 조직 내부 경쟁심리를 극한까지 끌어올리는 최근의 경영방침이 근원에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이 1일 내놓은 DLF 관련 중간조사 결과는 이번 사태에서 하나은행과 하나금융투자가 얼마나 안일한 생각으로 상품을 구성하고 판매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자료로 평가 받는다.

      하나은행이 판매한 3876억원의 금리 연계 DLF 상품 중 현재 잔액은 3183억원이다. 한달 새 700억원가량이 중도환매됐다. 현재 DLF 잔액 전액이 손실구간에 진입했으며, 예상 손실액은 1764억원으로 예상 손실률이 55%에 달한다.

      이런 하나은행 DLF에 투자한 개인들은 고령자들이 많다는 점이 특징이다. 전체 투자금액의 60%를 60대 이상 투자자가 차지했다. 법규상 고령자에 속하는 70대 이상의 투자금액도 1250억여원, 34%에 달했다. 투자금액 기준 우리은행의 3배다.

      하나은행에서는 정책적으로 '사모 DLF' 판매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독려했다. 잔액 기준 사모 DLF 판매 목표를 2018년 6500억원에서 올해 1조원으로 50% 이상 상향하고, 특히 계열사인 하나금융투자가 발행한 DLS 관련 펀드의 일별·주별 판매목표를 제시하고 목표 달성을 독려한 것으로 확인됐다.

      리스크관리는 소홀했다. 이번에 손실이 난 DLF는 심지어 '상품위원회'에 부의조차 되지 않았다. 과거 부의건과 기초자산 일부가 동일하다는 이유였다.

      영국-미국CMS(Constant Maturity Swap;일명 파운드 파생)금리를 활용한 DLS가 2018년 대규모 발행이 이뤄진 '히트 상품'인 건 사실이다. 그러나 올해 1분기부터는 금리 격차(스프레드)가 줄어들며 상품 구성이 어려워지고 발행 규모가 줄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 과거에 판매했던 상품이라며 상품위원회를 건너뛴 것이다.

      그러면서 해당 상품 등 비이자수익과 관련한 성과지표(KPI)는 높게 잡았다. 비이자수익에 대한 하나은행의 KPI는 일반 영업점 11.8%, PB센터 20.8%였다. 시중 은행 중 최고 수준이다. 고객수익률은 PB센터에서만 5%로 반영하고 영업점에선 반영하지 않았다. '소비자보호'는 오히려 4%의 감점 항목이었다. 한마디로 이 상품의 위험도를 무시하고 일단 많이 팔수록 은행직원들이 보너스를 더 많이 받도록 독려한 셈이다.

      하나금융투자도 책임을 완전히 면하긴 어려워 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나금융투자 역시 이번 DLS와 관련, 리스크관리본부의 검토를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장외파생상품 사모 거래의 경우 신규 상품이 아니면 리스크관리본부의 사후 합의로 거래가 가능하다는 내부 규정을 활용한 것이다.

      하나금융투자는 미영CMS금리 상품 관련 지난해 최대 발행 증권사 중 한 곳이었다.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 연계 DLS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 한 기관의 의뢰로 발행 주관을 맡았는데, 이를 두고 '신규 상품'이 아니라며 올해 발행 DLS의 리스크 검토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금감원 조사에 따르면 이번에 대량 손실을 불러온 DLF는 ▲외국계 증권사가 먼저 국내 증권사 및 은행에 상품을 제안하고 ▲증권사와 은행이 상품구조를 협의한 후 ▲증권사과 외국계와 백투백 헤지계약을 체결해 발행조건을 확정하고 ▲은행이 자산운용사를 지정해 펀드를 설계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하나금융투자의 경우 유럽계 투자은행 소시에테제네럴(SG)이 파트너였다. 외국계 증권사 및 은행과 긴밀히 협의해 상품을 설계했다는 정황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증권사는 단순한 상품 공급자이며 수많은 DLS 상품 중 일부일 뿐'이라는 하나금융투자의 입장은 갈 곳을 잃을 거란 평가다.

      하나금융투자 역시 DLS 발행이 수익에 큰 도움이 됐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독일 국채 DLF의 경우 금융회사 전체 수수료율이 4.93%에 달했다. 상품 설계와 헤지를 맡은 외국계 증권사가 3.43%로 대부분을 가져가고, 판매사인 은행이 1%, 발행사인 증권사가 0.39%를 가져갔다.

      올해 상반기 하나금융투자의 파생상품 발행을 담당하는 세일즈앤트레이딩(S&T)부문 순이익은 970억여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510억여원 대비 2배 가까이 성장했다. 같은 기간 회사 전체 순이익은 1100억여원에서 1470억여원으로 370억여원가량 늘었다. S&T부문의 기여도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금융권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외환은행과의 합병을 마무리한 후 하나금융그룹은 전사적으로 수익성 제고에 집중해왔다. 특히 은행은 비이자이익, 증권은 S&T 및 투자은행(IB) 수익성 확보에 주력했다. 이 과정에서 공격적으로 KPI를 제시한 것은 물론, 직원 개인간·부서간 경쟁을 자극했다는 후문이다.

      하나금융 노동조합이 지난달 성명서를 통해 지성규 현 행장의 책임을 지적한 것은 이런 배경이라는 분석이다. 증권 내부 일각에서 이진국 사장에 대한 성토가 나오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 사장은 2016년 3월 취임해 2018년 3월 1년 연임했고, 지난 3월 2년의 임기를 새로 부여받으며 3연임에 성공했다. 그 사이 1조5000억원이 넘는 자기자본을 증자해 준 지주에게 '뭔가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라는 평가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이번에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에서 문제를 일으킨 연구원도 내부적으로는 평판이 나쁘지 않은 이라고 들었다"며 "김정태 회장-이진국 사장 재임 하에서 '고객보다는 수익이 먼저'인 기업문화가 정착한 하나금융에 잇따라 문제가 생기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