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자사주 취득한 SK(주), SKT 인적분할 가능성 다시 ‘고개’
입력 2019.10.02 07:00|수정 2019.10.02 18:56
    박정호 사장 SKT 중간지주 무산 밝힌 이후 SK(주) 자사주 매입
    "주가 안정" 내걸었지만…현 재무상황 녹록지 않아
    'SKT 인적분할' 가능성 다시 고개, 하이닉스 자회사로 격상 가능
    • SK그룹 지주사 SK(주)의 대규모 자사주 매입을 두고 시장에선 인적분할 및 합병을 통한 그룹 지배개조 개편 목소리가 다시 등장하고 있다. 이미 SK(주)가 대규모 자사주를 확보한 상황인데다, 현재 재무부담도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단순 주가 안정을 위한 매입으론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그룹 내에선 이 방식이 공식화할 경우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은 박정호 SKT 사장에서 조대식 수펙스 의장으로 이전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 1일 SK(주)는 자기주식 352만주(약 7180억원 규모)를 시장에서 매입한다고 공시했다. 전체 주식 대비 약 5% 규모다. 취득 기간은 오는 2일부터 내년 1월 1일까지다. 해당 방안 발표 이후 회사의 주가도 10% 가까이 상승하며 화답했다.

      회사는 주가 안정에 따른 주주가치 제고 및 주주환원 강화를 공식적인 배경으로 언급했지만, 시장의 의구심은 남아있다. 그간 동시다발적인 M&A로 SK(주)의 별도 기준 순차입금만 6조7000억원 규모에 달한다. 이미 기존 자사주로 보유한 지분도 20.7%로 적지 않은 수준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단순 주가 방어 목적 외 지배구조개편과 연계한 목소리도 등장하고 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주가 하락 방어용으로만 해석하기에는 여운이 남는다”며 “SK텔레콤의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과 연계해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사주를 활용한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SK텔레콤의 인적분할 및 지주사 SK(주)와의 합병방안이다. 구체적으론 SK텔레콤을 사업회사와 투자회사로 분할한 이후, SKT 투자회사와 SK(주)간 합병을 추진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기존 SK(주)의 손자회사인 SK하이닉스를 자회사로 끌어올리고, SK텔레콤 사업회사를 통해선 기존 이동통신(MNO)사업 및 M&A를 통해 확보한 보안(ADT캡스)·이커머스(11번가)·OTT(웨이브) 등 ICT사업을 꾸리는 방식이다.

      지난해 이후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중간지주사 설립을 골자로한 ‘물적분할’을 공식화하며 논의가 수그러들었지만, 박 사장이 “중간지주사 설립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더라” 토로하면서 사실상 백지화 됐다. 대안으로 다시 인적분할 가능성이 고개를 든 셈이다.

      SK(주)가 자사주 보유량을 늘릴 경우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최대주주의 의결권 방어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최 연구원은 ▲SK(주)와 SK텔레콤 투자부문간 합병비율 최적화하고 ▲자사주를 활용한 합병을 통해 합병시 신주발행을 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SK(주)의 부채비율 관리가 시급한 만큼 자사주 인수대금 마련이 과제였지만, 이는 자회사 SK E&S를 통해 일부 해결할 것으로 전망된다. SK E&S는 최근 보유자산인 차이나가스홀딩스 지분(3.3%)을 일부 매각해 약 7870억원에 달하는 대금을 확보했다. 이를 통해 SK E&S의 신용도 방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됐지만, 지주사의 의사결정에 따라 배당으로 올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자사주 매수 기간이 내년도 1월 1일까지기 때문에, 그룹 연말 인사가 마무리 된 이후 중간배당에 나설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인적분할안이 확정될 경우 그룹 포트폴리오 조정의 핵심은 기존 박정호 SKT 사장에서 조대식 수펙스 의장으로 이전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정호 사장이 한차례 중간지주사 설립에 실패한 상황에서 올해가 임기 만료 이후 거취를 두고도 그룹의 관심이 쏠린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