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 부진 LG유플러스 PG사업 매각, 인력 이동 문제도 뇌관
차준호·한지웅 기자 | chacha@chosun.com | 2019.10.02 07:00
Edited by 현상경 부장 | hs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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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사업 입찰 '토스' 단독 참여…흥행 떠나 유찰 걱정
가격 뿐 아니라 인력이동 문제도 '팽팽'
그룹 경영전략팀 M&A 전략 둔 의문 "왜 두 곳만 뽑아서"

LG유플러스의 전자결제사업(PG)부 매각이 결국 흥행에는 실패한 모양새가 됐다. 나이스그룹이 본입찰 막바지 발을 빼면서 토스(법인명 비바리퍼블리카)만이 인수 후보로 남게 됐다.

양 측은 가격뿐 아니라 인력 규모 등 비가격적인 요소에서도 여전히 간극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 구도 자체가 철저히 인수자 우위에 놓인 상황이다보니 종결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업계에선 결과에 따라 LG유플러스 실무진뿐 아니라 그룹 구조조정 거래 전반에 관여 중인 지주사 내 경영전략팀의 평가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3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지난 27일 마감된 LG유플러스 PG사업부 매각 본입찰에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 한 곳이 참여했다. 이전 인수적격후보(숏리스트)에 선정된 나이스그룹이 참여 의사를 철회하면서 단독 협상 형태로 진행될 전망이다.

결과적으로 매각 흥행에 실패하면서 LG측이 원했던 4000억원을 사수하기는 쉽지 않게 됐다. 더군다나 잔여 인수후보가 비바리퍼블리카인 점을 두고 시장에선 유찰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아직 뚜렷한 M&A 트랙레코드도 보이지 못한 데다 최근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의 금융당국을 향한 돌발 발언 탓에 사업 확장에 대한 진정성도 도마위에 오른 상황이다. 업계에선 비바리퍼블리카가 인터넷은행 등 향후 신사업 확장과 시너지를 위한 플랫폼으로 PG사업을 점찍었다 예상해왔지만, 기반부터 삐걱대는 셈이다.

가격 격차는 물론, 협상장 내에선 사업부의 인력 이동 문제를 두고도 매각 측과 인수 측 입장 차이가 큰 것으로 전해진다.

LG유플러스 내 전자결제사업부는 지난해 매출 약 4000억원, 상각전영업이익(EBITDA) 30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안정적인 수익성을 보여왔지만, 정작 순수 PG사업 운영 인력의 수는 많지 않다. 총 3개의 팀 38명의 인력(1팀 16명·2팀 14명·3팀 8명)이 전부다. 사업 절차가 대부분 시스템화돼 있다 보니 많은 인력이 필요하지 않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문제는 PG사업 자체가 별도 계열사가 아닌 사내 팀단위 조직이다보니 업무를 도울 마케팅·기획·재무 등 백오피스 업무는 LG유플러스 직원들이 맡아왔다는 점이다. 인수 후보 입장에선 기존부터 PG사업을 꾸려온 업체가 아닌 신규 진입자다보니 해당 인력의 필요성은 큰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인수 측에선 인력의 추가 이동을 요구해왔지만 LG유플러스는 난색을 표한 상황이다. 인수 후보들은 추가 인력 확보 및 투자비 등을 이유로 매각가격을 조정해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업부에 정통한 관계자는 “LG유플러스 내부에서도 비공식적으로 몇몇 지원부서에 이동 의사를 물었으나 부정적 반응 탓에 이동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고 설명했다. 다만 LG유플러스는 "직원들에 이동 희망을 묻는 설문 조사를 하는 등 공식적으로 의사를 물은 적은 없다"는 입장이다.

매각 및 인력 이동 규모가 확정되더라도 양측의 기업문화가 상이한 점도 변수일 전망이다.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지양하는 ‘인화’ 문화로 알려진 LG그룹과 달리, 토스는 해고를 비롯한 성과평가가 자유로운 점을 회사의 정체성으로 공식화한 상황이다. 공식 홈페이지에도 조직 내 '썩은사과' 에 대한 상시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한다는 점을 명시해놓고 있다. 지난해 직원 개인당 1억원 규모 스톡옵션 부여 등을 회사가 스스로 내세우기도 했지만, 내부 직원들 사이에선 워낙 성과 평가가 빡빡한 데다 높은 업무강도 탓에 정작 행사 기간까지 사내에 남을 인원은 몇 안될 것이란 푸념이 나올 정도다.

결과에 따라 매각 가격이 당초 기대보다 현저히 낮거나 유찰될 경우, 직접적인 주체인 LG유플러스 뿐 아니라 그룹 구조조정 과정을 총괄하는 ㈜LG 경영전략팀의 역량을 둔 그룹안팎의 의구심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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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선 LG그룹이 적격후보(숏리스트) 선정 단계에서부터 PEF 등 인수 후보를 폭넓게 둬 운신의 폭을 넓히는 '상식적인 판단'을 내리지 않았는지를 두고 설왕설래다.

현재 진행 중인 LG CNS 소수 지분 매각도 본입찰 후보를 맥쿼리와 KKR 단 두 곳만 뽑아 거래를 진행 중이다. 두 글로벌 PEF를 치열하게 경쟁시켜 유리한 조건을 끌어낸다는 방침이었지만, 문제는 예상보다 양 후보간 인수경쟁이 치열하지 않다보니 LG 내부에서도 뒤늦게 고민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홍범식 경영전략팀장(사장)이 이같은 소수의 후보를 추리는 방식을 고수해왔다고 알려졌다. 최근 종결된 LG전자 수처리사업부 매각 가격도 애초 기대한 가격의 절반 수준인 2000억원대에 그친 상황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그룹 구조조정' 성격을 고려해 매각가 극대화 뿐 아닌 적기 매각을 고려했다 하더라도, 왜 스스로 선택지를 좁히는 방법을 고집하는지에 대해서는 시장에서도 의구심이 다분하다"라고 말했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10월 01일 07:00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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