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CM 리그테이블]
초저금리 시대라는데…불확실성은 더 커진 국내 회사채 시장
이도현 기자 | dohyun.lee@chosun.com | 2019.10.04 07:00
Edited by 현상경 부장 | hs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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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3분기]
우량기업 중심으로 발행 늘고 금리 낮아져
국내 경우 여러 리스크 요인에 수요층 얇아
불확실성 커진 기업들 발행 움직임도 약화

초저금리 시대를 맞아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 러시는 세계적인 현상이 됐다. 미국에선 9월에만 초대형 회사채 발행이 줄을 이었다. 월트디즈니와 코카콜라, 애플 등 미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들은 물론 워렌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도 동참했다. 일본에서도 소프트뱅크, 일본제철, 미쓰이부동산 등 주요 기업들이 채권시장에서 대규모 자금을 조달했다.

글로벌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 급증은 각국 중앙은행들의 금융완화 정책으로 초저금리 상황이 이어지자 저렴한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하려는 기업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유럽과 일본 국채 수익률이 마이너스권에 머물자 기관투자가들을 중심으로 회사채 투자 수요가 늘어난 점도 요인으로 꼽힌다. 수급 요인이 맞아떨어지면서 당분간 글로벌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은 활발하게 계속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국내 회사채 시장도 3분기 연속으로 훈풍이 불고 있다. 특히 회사채 발행 비수기인 7월에만 8조2000억여원어치의 회사채가 발행됐다. 8월 3조6200억여원, 9월 4조8000억여원과 비교해도 특이할 만한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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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은 차입금 갈아타기에 나섰다. 저금리 기조 지속과 장단기 금리 역전으로 기업들은 낮은 금리로 회사채를 발행해 금리가 더 높은 은행 대출을 속속 상환했다. 직접금융시장에 자금이 넘쳐나다보니 굳이 은행을 찾아갈 필요가 없어졌다. 간접금융시장의 주축인 은행들은 이제 회사채 투자자로 나선 처지가 됐다. 기준금리가 추가로 인하될 것으로 내다보는 시장 분위기도 한몫했다.

우량기업들의 발행이 줄을 이었다. LG유플러스(9900억원), 현대오일뱅크(3000억원), 롯데지주(5000억원), 포스코(5000억원), SK에너지(5000억원) 등 대기업 주요 계열사들이 재등장했다. 기관투자가들의 수요가 더 늘면서 초저금리 회사채들도 등장했다. 7월엔 SK텔레콤이 10년 만기 회사채를 1.495% 금리로, 20년물과 30년물은 1.5%대 금리로 발행하기도 했다. A급 회사채에서 1.5%대 금리는 더 이상 놀라운 일도 아닌게 됐다.

금리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금융사들의 회사채 발행도 크게 늘어났다. 3분기 누적 기업집단별 채권 발행 현황을 살펴보면 상위 10개 그룹에 미래에셋, 우리금융, KB금융이 이름을 올렸다. 3분기만 놓고 보면 한화생명(5000억원), 우리금융지주(5000억원), 미래에셋캐피탈(5000억원), 대신에프앤아이(1400억원), 교보증권(4000억원), 대신증권(3000억원), 하나에프앤아이(2000억원), BNK금융지주(1000억원), 한국투자증권(2000억원), SK증권(900억원), 농협금융지주(2000억원), 미래에셋자산운용(2000억원) 등이다.

신용등급이 A+인 교보증권은 3년 만기 회사채를 1.478% 금리로 발행했는데 이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누적 기준으로는 미래에셋금융그룹이 총 1조6000억원어치의 회사채를 발행해 전체 기업집단 중에서 일곱번째, 금융그룹 중에선 첫번째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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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수요는 넘쳐나고, 초저금리라는 조달환경은 최상의 상태다. 이에 우량기업의 채권발행이 3분기를 채운 것도 사실이고, 이는 전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그런데 국내 회사채 시장에서 이런 분위기는 지속될 수 있을까. 정확한 전망을 내릴 순 없지만 다른 나라들에 비해 불확실성이 더 커보인다는 예상에는 대부분 수긍하는 분위기다.

기업 입장에선 계절적 비수기를 지나 북클로징 이전에 발행을 재개할 수 있는 시점이긴 하다. 최근 금리 상승과 신용스프레드 확대로 회사채 투자매력도가 회복되면서 중장기 구간 회사채 중심으로 강보합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다만 최근 금리와 신용스프레드 반등으로 타이밍을 잡기는 더 어려워졌다. 실제로 9월 중순 이후 수요예측에서 우량 회사채의 오버부킹은 이어지고는 있지만 조달금리가 상승세로 접어들었다. 비우량기업들은 미매각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 회사채 수익률보다 배당 수익률이 높아지는, 채권과 주식의 수익률 역전 현상까지 벌어지자 기관들의 눈높이도 다시 높아지고 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투자층이 다양한 해외 시장과 달리 국내 회사채 투자자들은 연기금, 보험 등 풀(Pool)이 작고 기관투자가들이 수익률에 그 어느 때보다 민감해진 상황이라 기준금리보다 낮은 회사채 금리를 더 이상 감내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수급상 불균형이 보일 조짐이 있다고 전했다.

금리 메리트가 떨어지기 시작하면 선제적으로 자금 조달을 한 기업 입장에선 추가로 회사채 발행을 할 이유가 사라진다. 매해 4분기에 접어들면 기업들은 불확실한 기업 환경을 이유로 투자 및 자금조달 계획을 다음해로 넘긴다. 올해는 특히 미중 무역분쟁과 더불어 한일 무역분쟁, 북한의 지속적인 도발 등 전례없는 리스크에 노출돼 ‘불확실성’이라는 단어에 어느 때보다 무게감이 느껴진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9월 29일 07:00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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