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 압박 커지는 기업들…법률자문 호황 지속 예고
위상호 기자 | wish@chosun.com | 2019.10.04 07:00
Edited by 현상경 부장 | hs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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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공정위원장, 강성 기조 이어갈 가능성
입지 지켜야 하는 검찰도 ‘공정경제’ 주창
로펌들 건수도 수익도 증가…당분간 호황 지속

기업들이 공정거래법 위반 문제가 불거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신임 공정거래위원장이 기존의 강경 기조를 이어갈 것이란 예상에 힘이 실리고, 검찰까지 공정경제를 주창하고 나선 터라 불안이 더 커질 수밖에 없어서다.

기업 입장에선 공정거래 위반은 총수의 형사 문제로 번질 수 있어 사전에 위험을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조력하는 법무법인들의 먹거리 호황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공정위를 이끄는 동안 거의 모든 대기업이 공정위의 조사를 받았다. 그가 참여한 전원회의에선 대부의 부당지원 사건이 형사 고발 결정이 났다. 지난해 롯데쇼핑은 대규모유통업법 상습 위반, 효성그룹은 총수 사익편취가 문제가 됐다.

올해도 이런 추세는 이어졌다. 특히 부당한 내부거래에 엄격한 잣대가 대졌다. 공정위는 대림그룹을 오너의 개인 회사의 호텔 브랜드 사용료 수취 문제로, 태광그룹을 김치·와인 일감 몰아주기 문제로 검찰에 고발했다. LG그룹, 현대글로비스, 롯데칠성음료 등의 현장조사도 시작됐다.

공정거래1

이러다보니 기업들 편에서 공정거래 위반 혐의를 방어하는 법무법인들은 일감이 늘어났다.

공정위는 한 사안마다 보통 20명 수준의 조사 인력을 동원한다. 기업이 이에 대응하기 위해선 그와 맞먹는 수의 공정거래 전문 변호사가 나서야 한다. 이 외에도 송무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 오너의 형사 사건으로 비화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하고, 정상가격 산정 근거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라 공정거래 조직을 갖춘 대형 법무법인은 수임 건수나, 건별 이익 등 여러 측면에서 득을 봤다. 공정거래 문제에서 자유로운 기업들이 드문 데다, 공정위의 조사가 길게는 2년까지도 이어진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다.

이런 호황은 앞으로도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공정위는 물론 검찰까지 경쟁적으로 눈에 불을 켜고 있기 때문이다.

이달 취임한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재벌 저격수’로 불린 김상조 정책실장처럼 강력한 재별개혁론자로 평가 받는다. 지난해 증권선물위원회 비상임위원으로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안을 강력히 비판하기도 했다.

이를 감안하면 공정위의 태도가 유화적으로 변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외려 ‘김상조 아바타’라는 세간의 시선을 벗기 위해서라도 기존보다 더 강력한 규제에 나설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신임 공정거래위원장은 김 정책실장이 강조한 자산규모 2조~5조원 규모 기업에 대한 감시도 계속해 가기로 했다.

한 대형 법무법인 관계자는 “신임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배구조 전문가라는 점을 감안하면 공정위는 담합이나, 지위남용 보다는 지금까지처럼 대기업 집단 내부거래 단속에 더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은 검찰대로 경제 범죄를 엄단하겠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7월 취임사를 통해 시장교란 반칙행위, 우월적 지위 남용 등 공정한 경쟁질서를 무너뜨리는 범죄에 대해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정농단,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수사 등을 맡았던 한동훈 서울중앙지검 3차장을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구상엽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장을 특수1부장으로 인사 조치하며 의지를 드러냈다.

검찰 조직이 처한 상황을 살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 개혁 압박은 커지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움직임도 계속되고 있다. 공수처가 설치될 지는 미지수지만, 그 전에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영역은 강화해둘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검찰이 공정위의 고발을 받지 않고 자체적으로 수사에 들어가는 모양이 되면 공정위와 검찰이 힘싸움을 벌이게 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중대한 경성담합 등에 한해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없애기로 한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은 국회 계류 중이다.

다른 대형 법무법인 공정거래 전문 변호사는 “상반기까지 일감 몰아주기, 부당지원 행위 등 내부거래 관련 자문이 많았고 규모도 컸다”며 “신임 공정위원장은 존재감을 부각하기 위해서라도 세게 나올 가능성이 크고, 검찰은 검찰대로 힘이 빠지기 전에 할 공정거래 수사 역량을 키워두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거래 분야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대형 로펌들도 조직과 인력 구성에 힘을 싣고 있다.

김앤장은 올해 광장의 이민호 공정거래 전문 변호사를 영입했다. 김앤장이 기업과의 관계 형성보다는 사안별 논리적 근거를 만드는 데 집중하는 이 변호사의 업무 방식을 높이 친 것으로 알려졌다. 김앤장은 대림, 효성, 금호아시아나, 하이트진로 등 다양한 기업들을 자문하고 있다.

태평양은 지난달 김홍기 전 김앤장 공정거래 변호사를, 6월 김현아 전 세종 공정거래 변호사를 각각 영입해 기업 내부거래 업무 자문 부문을 강화했다. 올해 공정거래 분야는 업무가 늘어나면서 그룹으로 확대 독립했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9월 20일 07:00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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