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증권, 웅진코웨이 매각 자신하지만...실사 멈춘 후보들
입력 2019.10.07 08:04|수정 2019.10.08 09:31
    예비입찰 후보들 사실상 실사 올스톱
    SK네트웍스, 실사팀 철수 시켜
    매각 측이 생각하는 가격, 인수후보들 생각과 괴리 커
    가격차 못 좁히면 '노딜' 가능성도 부각
    • “인수후보들이 주당 10만원 이상의 가격에 웅진코웨이를 인수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웅진코웨이 매각을 두고 한국투자증권에서 나오는 말들이다. 오는 10일로 다가온 본입찰을 앞두고 한국투자증권 내에선 매각을 자신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략적(SI)투자자, 재무적(FI) 투자자 모두의 관심이 높아 충분히 원하는 가격에 매각이 이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인수후보들의 관심이 매우 높다”라며 “인수후보들의 요청으로 매주 바쁜 질의 응답 시간을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인수후보측에서 나오는 목소리는 한국투자증권의 설명과는 정반대다. 일단 10월에 접어들면서 유력 인수후보들이 사실상 실사작업을 멈췄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SK네트웍스가 실사팀을 꾸리면서 적극적으로 인수에 나선다는 말이 나왔지만, 이달 들어선 실사를 맡고 있는 삼일회계법인 관계자들이 철수했다. SK네트웍스가 지난달 말을 기점으로 사실상 인수의사를 접었다는 관측도 나온다. 거래에 정통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SK네트웍스가 자문사 측에 가격 등 앞으로의 진행사항에 대한 지시도 없는 상황이다.

      그나마 매각측이 기대했던 부분은 SK그룹내에서 자금력이 막강한 SK텔레콤의 '지원사격' 가능성도 현재로선 불명확하다.

      즉 SK네트웍스가 코웨이 인수에 필요한 자금이 부족한 상황에서 SK텔레콤을 통해서 재무적으로 지원받을 거라는 예상이었고 매각측에서도 이런 기대감이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투자업계의 시각으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이끄는 SK텔레콤과 사촌 형인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이 이끄는 SK네트웍스는 거버넌스가 구조가 달라 SK텔레콤이 SK네트웍스가 코웨이를 인수하는 데 지원할 수 있는 구조인지 명쾌하지 않다는 것.

      무엇보다 이를 위해서는 SK텔레콤의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현재 이런 작업이 진행될지 여부도 미지수다. 통신회사가 뜬금없이 조단위 자금이 소요되는 렌탈회사, 그것도 인수대상 지분이 30%미만이어서 연결재무로도 잡히지 않는 회사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는데 대한 이사회나 주주들의 반대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본다는 것.

      그나마 유력 인수후보로 거론됐던 칼라일도 자문사들을 통해 이뤄지는 실사 등 여러 작업이 중단된 것으로 알려진다. 글로벌 사모펀드이다보니 한국 오피스 뿐만 아니라 아시아 헤드쿼터 등의 투자심사도 통과해야 하는데 이 부분이 가능할지 여부도 미지수로 거론된다.

      나머지 후보는 거의 존재감을 잃었다. 예비입찰에 참여한 중국 가전업체인 하이얼은 국내 재무적 투자자(린드먼아시아)와 함께 하기로 했지만 이번 딜에 대한 의지가 낮고 불참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알려진다.투자업계에서는 '사실상 드랍'으로 평가받고 있다. 남아있는 베인캐피탈은 그간 다채롭게 국내 M&A 인수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만 이렇다할 움직임이 없다. 역시 코웨이 인수에서 발을 뺐다고 평가받는다.

      결국 이번 딜이 성사되려면 매각 측은 'SK네트웍스'라는 카드를 활용, 이번 거래에 붙잡아 놓아야 하는 상황이다. 최소한 FI 한곳과 SI 한곳이 남아야 가격경쟁이 이뤄지고, 딜 클로징까지 기대할 수 있어서다.  사실상 2파전인 상황에서 자칫 SK네트웍스가 빠질 경우 경쟁구도가 무너지는 동시에, 칼라일이 무리해서 웅진코웨이를 인수할 가능성도 낮다.

      그러나 SK네트웍스는 이미 동양매직(현 SK매직)을 인수해 렌탈 사업을 하고 있다보니 일차적으로 독과점 문제가 최대 관건으로 남는다. 이미 영위하는 사업보다 더 큰 사업자를 인수하는데 대한 '명분'도 마련해야 하는데 이런 점을 그룹내에서 설득시켜야 하는 과제도 남아 있다. 이러다보니 SK네트웍스의 인수 가능성에 대해서 거래 초반부터 의구심을 거론하는 시장 관계자들도 적지 않았다.

      인수후보들과 매각 측이 생각하는 가격에도 괴리가 크다. 복수의 관계자들은 “가격차를 좁힐 수 있는 뚜렷한 방안이 없다는 판단하에 인수후보들이 실사작업마저도 중단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한국투자증권에선 주당 10만원 이상의 가격에 매각이 가능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인수후보들이 생각하는 가격은 웅진코웨이의 현재 주가(1일 종가 8만6100원)수준이다. 실사 과정에서 파악된 웅진코웨이의 시장점유율도 기대에 못 미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감안하면 인수후보들이 생각하는 가격은 한국투자증권이 투자확약서(LOC)를 끊어준 1조 6000억원 수준일 것으로 파악된다.

      또 우선협상대상자가 되더라도 과연 딜 클로징이 가능할까 의구심을 품고 있다. 매각 주관을 한국투자증권이 맡고 있지만, 회사를 지배하고 있는 곳은 웅진그룹이어서다. 웅진그룹 입장에서 투자금(약 4000억원) 회수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매각을 용인하기는 힘들 것이란게 인수후보들의 판단이다. 매각 측이 원하는 2조원에 못 미치는 가격을 써낼 바에야 본입찰 참여의 의미가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