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사절하고 미래 언급 꺼린 롯데리츠…시장 우려는 '그대로'
입력 2019.10.08 07:00|수정 2019.10.11 09:11
    '영속형' 강조하지만 구체적 자산편입 계획 '부재'
    지주·쇼핑 관련 질문 원천봉쇄…부족했던 간담회
    • “이번 롯데리츠 간담회에 앞서 롯데지주와 롯데쇼핑 등과 관련한 질문은 일체 사절함을 알려드립니다.”

      “비(非)리테일 자산 편입과 관련해 현시점에서 구체적인 자산이나 시점, 물량 등을 답변하기는 어렵습니다.”

      기업공개(IPO)를 앞둔 롯데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이하 롯데리츠)가 공개 간담회 자리에서 내놓은 답변이다. 지분의 50%를 보유할 최대주주이자 롯데리츠 수익원이기도 한 롯데쇼핑과의 관계는 롯데리츠에 대한 핵심 투자 근거 중 하나다. 리테일 리츠의 한계가 지적되는 상황에서 비(非)리테일 자산 편입에 대한 대략적인 로드맵도 투자 결정의 핵심적인 변수로 꼽힌다.

      간담회에서 롯데리츠가 내놓은 답변은 핵심 투자 변수에 대한 시장의 우려와 불신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시장과 소통의 의지가 있는지 의문스럽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였다.

      우선 롯데지주와 롯데쇼핑과 관련된 공식 질문을 ‘원천봉쇄’한 것은 어색하다는 평가다. 롯데 측은 “롯데리츠 관련 실무자는 자리했지만, 롯데지주와 롯데쇼핑의 실무자가 동석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해명을 내놨다.

      하지만 롯데리츠의 최대주주가 롯데쇼핑인 데다 롯데쇼핑의 우량 리테일 자산을 기반으로 성장하겠다는 로드맵을 밝힌 만큼, 롯데리츠와 롯데쇼핑은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공모 후 롯데리츠의 지분 구조를 살펴보면 롯데쇼핑이 지분 50% 보유한 최대주주가 된다. 롯데쇼핑 위에는 지분 38.8%를 가지고 있는 롯데지주가 있다.

      최근 롯데그룹은 예년의 정기적인 증권사 미팅과는 별개로 롯데리츠 IPO를 앞두고 지주 차원에서 발 벗고 나서 시장과의 접촉을 늘리는 모습을 보였다. 롯데쇼핑도 증권사 등과의 미팅을 고민하는 등 시장 의견 수렴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을 고려하면 이번 간담회에서의 태도는 납득하기 어렵다.

      또한 롯데리츠가 꼽는 경쟁력 중 하나는 롯데쇼핑이 단독 보유한 8조5000억원(백화점 12개, 아울렛 5개, 마트 67개) 규모의 자산에 대해 우선매수협상권 약정을 체결한 것이다. 따라서 롯데쇼핑과 관련된 질문을 일체 사절한다는 건 ‘앙꼬 없는 찐빵’인 셈이다.

      롯데리츠의 배당수익은 롯데쇼핑이 지급하는 임대료를 바탕으로 나온다. 결국 롯데쇼핑의 실적 전망을 포함한 종합적인 부분이 롯데리츠의 상장 후 성장 가능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뿐만 아니라 다른 롯데 계열사 자산 등을 담기 위해선 롯데리츠 측의 설명처럼 ‘롯데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지만, 이를 포함한 종합적인 질의응답 역시 생략됐다. 특히 롯데호텔, 물류센터 등 계열사의 비리테일 자산도 추가로 매입할 예정이라 밝혀왔으나, 이번 간담회에서 돌아온 롯데리츠 측의 답변은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는 것이 전부였다.

      롯데리츠는 IPO 시장에서 ‘대어급 딜(Deal)’로 꼽히는 만큼 관심과 우려 모두가 공존하는 상황이다. 앞서 진행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 총 969개 기관이 참여해 ‘35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분위기는 나쁘지 않지만, 이와는 별개로 ‘상장 후 성장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히 남아있다. 공모가 기준 6%의 예상 배당 수익률은 역시 매력적이지만, 이번에 롯데리츠가 공모하는 자산은 ‘보통주’다. 투자 자산 자체의 가치가 유동적이다.

      지난해 상장 후 주가가 60%가량 상승한 ‘신한알파리츠’의 사례가 있기 때문에, 롯데리츠의 에쿼티스토리(equity story; 성장 로드맵)에 투자자들이 더 주목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었다. 신한알파리츠는 10년 전매제한 조건 하에 자산을 시세 대비 저렴하게 편입했다. 이와 더불어 전철역과 연결된 대형 오피스 빌딩이라 향후 자산가치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는 에쿼티스토리가 시장에서 통했다는 평가다.

      반면 롯데리츠는 우선 자산 성격이 ‘리테일’이라 오피스에 비해 자산 가치 상승을 기대하는 게 쉽지 않다. 백화점과 마트 등의 건물 구조 특성상 용도변경이 용이하지 않은 점에서 신한알파리츠가 담은 자산에 비해 아쉬울 수밖에 없다. 따라서 리테일 리츠는 중장기적인 고수익을 노리긴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이를 모를리가 없는 롯데리츠가 자산 추가편입의 청사진에 대해 언급을 극도로 아낀 건 의아한 부분이다.

      내용 뿐만 아니라 진행과정 역시 롯데리츠의 간담회는 여느 IPO 간담회와는 사뭇 달랐다. 일반적으로 IPO 간담회에선 공모 계획뿐만 아니라 향후 사업 계획 등 전반적인 내용을 담은 기업설명(IR) 자료를 배포한다. 연초 진행됐던 홈플러스리츠 간담회 때에도 IR 자료를 제공한 바 있지만 롯데리츠는 이를 과감히(?) 생략했다.

      그동안 롯데그룹과 주관사단 등은 기관투자가를 상대로 롯데리츠가 지난 3월 상장을 철회한 홈플러스리츠와의 ‘차별점’을 강조해왔다. 업종과 지역을 안배하고 공모 규모를 크게 줄임과 동시에, 롯데쇼핑과 계열사들이 보유한 부동산을 담을 수 있다는 것을 투자매력으로 어필했다.

      하지만 정작 간담회에선 편입자산과 관련해 무엇 하나 속 시원히 설명하지 못했다. ‘투자 하이라이트’라며 설명한 부분들도 시장에서 예상했고 우려하는 딱 그만큼의 수준이었다.

      무사히 IPO를 마무리한다면 롯데리츠는 국내 최대 상장리츠가 될 예정이다. 하지만 이번 간담회에서 보여준 롯데그룹의 행보는 ‘국내 최대’라는 타이틀에 비해 여러모로 미흡한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