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다가올 '방탄 없는' 빅히트, '굿즈 회사'부터 상장?
입력 2019.10.10 07:00|수정 2019.10.08 17:31
    내후년부터 BTS 멤버 군입대 리스크 부상
    '방탄 이후' 고민 깊어질 듯...사업 다각화 본격화
    자회사 우선 상장, 타 기획사 M&A 등 거론
    다만 여타 기획사와 차별점 사라지면...경쟁력 의문
    • '방탄 신화'로 성공가도를 달리던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이하 빅히트)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사실상 '원 히트'인 방탄소년단 군입대 리스크 등이 눈 앞으로 다가오면서다. 방탄소년단 공백기를 보완할 사업 다각화를 어떻게 꾸려갈 지가 기업 가치의 관건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방탄소년단의 성공으로 빅히트는 ‘기업가치 2조원’이 거론되며 자본시장의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빅히트 측이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방탄소년단이 계속해서 두둑한 현금을 벌어오며 시장에서도 ‘자본 조달 니즈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간주돼 관심이 식어갔다.

      하지만 최근 빅히트를 둘러싼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절대적 캐시카우인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군입대 문제가 내후년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사실상 올해 말이 빅히트의 ‘마지막 결단’을 내릴 시기라는 평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빅히트가 방탄소년단의 공백기를 대체할 만한 사업 물색 보폭이 빨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전히 ‘잘나가는’ 방탄소년단 덕에 빅히트의 내년 실적도 최고점을 찍을 것으로 전망된다. 빅히트는 올해 상반기에만 200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도 391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20%에 육박한다. 하나 둘 돌아오고 있는 방탄소년단의 광고 등 기존 외부 계약들의 재계약도 여전히 높은 금액에, 계약 조건 또한 유리하게 가져가고 있다는 후문이다.

      문제는 내년 이후다. 방탄소년단이 공백기를 가지게 되면 그 타격을 피하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다. 빅히트 매출에서 방탄소년단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후배 그룹인 투모로우바이투게더 (TXT) 등을 데뷔시켰지만 이들이 방탄소년단 만큼의 수익을 가져올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물론 방탄소년단의 일부 멤버만 군입대를 할 경우 남은 멤버들이 계속해서 활동은 가능하다. 하지만 그룹활동을 하다가 자리를 잡으면 하나 둘씩 개인 활동을 늘려가는 타 아이돌 그룹과 달리, 개인활동이 미미했던 방탄소년단은 특히 ‘그룹’으로의 정체성이 크다고 평가되면서 우려가 나온다.  또 매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해외 투어 등 콘서트도 일부 멤버가 빠지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긴 힘들 것이란 분석이다.

      이에 빅히트도 다가올 ‘방탄 공백기’ 타격 최소화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빅히트는 지난 8월 방시혁 대표, 사업부문 윤석준 대표, 비엔엑스의 서우석 대표 등이 직접 나서 회사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외부 접촉을 늘리고 있다. 해당 설명회에서 빅히트는 2020년 하반기까지 국내 드라마 제작사와 방탄소년단 드라마 제작, 넷마블과는 방탄소년단 IP를 활용한 신작 게임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타 기획사 M&A(인수합병)에도 나섰다. 지난 8월 빅히트는 걸그룹 ‘여자친구’가 소속된 쏘스뮤직의 지분 인수를 통한 자회사 편입을 공식 발표했다. 이에 빅히트의 다음 타깃이 될 기획사가 될 수 있는 곳은 어디인지 관심이 모아졌다. 시장에 매물로 나와있는 유일한 연예 기획사인 큐브엔터테인먼트 등이 거론되기도 했다.

      방탄소년단의 성공으로 빅히트도 성장 가도를 달리고, 동종기업들의 주가순이익비율(PER)도 최대로 ‘상장 적기’인 지난해를 놓친 이상 ‘빅히트’의 자본시장 데뷔는 여전히 기대가 힘들다는 평가다. 이에 업계에서는 빅히트 엔터가 우선 내년까지 실적을 뒷받침할 사업모델 발굴에 주력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한다. 방편 중 하나로 굿즈(상품) 판매 등 부가 사업을 영위하는 자회사만 우선 상장시키는 방향이 거론된다.

      지난해 빅히트엔터는 플랫폼서비스 사업부문을 담당하는 ‘비엔엑스’와 출판 사업을 담당하는 ‘비오리진’ 자회사 두 곳을 신규 설립했다. 빅히트 엔터가 비엔엑스를 지난해 6월 물적 분할하면서 SM C&C, YG PLUS처럼 따로 상장하는 시나리오가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타 대형 엔터사인 SM, JYP, YG 등이 여러 개의 계열사를 통해 사업을 확장하며 몸집을 불려온 점을 고려하면 빅히트도 비슷한 수순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SM의 경우 SM엔터를 비롯해 영상콘텐츠 제작 등을 전담하는 SM C&C, 배우들이 소속된 키이스트, 인쇄 및 미디어사업을 영위하는 에스엠라이프디자인 그룹까지 국내에만 4곳의 상장사를 거느리고 있다. 추가로 방송프로그램을 공급하는 계열사 한곳도 일본에 상장돼 있다. 이외에도 외식업, 투자업, 주류수출입업까지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는 30개의 비상장 계열사를 가지고 있다.

      한 증권사 엔터 애널리스트는 “빅히트가 쏘스뮤직을 인수한 것은 지금까지 ‘보이 그룹’만 고집하던 빅히트가 걸그룹 육성에도 나설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며 “다만 다른 기획사를 인수하면서 몸집을 불려나가는 것은 방탄소년단 ‘선택과 집중’으로 대박이 난 빅히트의 특장점이 사라지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매력이 오히려 반감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업계에선 보통 남자 아이돌이 6년, 여자 아이돌이 4년 정도의 수명을 가진다고 보기에 빅히트는 방탄소년단 이후를 고민할 수 밖에 없는 시기고, SM과 YG 등 다른 기획사들이 여러 자회사를 세우고 사업 다각화에 집중하면서 오히려 본사업은 하락세를 보인점을 고려하면 아직은 방탄소년단이 건재할 때 자본시장 데뷔 등  본격 사업 노선 정립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