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생명, 인수하면 골치만? IFRS17 영향 평가 '취약하다'
이재영 기자 | leejy@chosun.com | 2019.10.11 07:00
Edited by 현상경 부장 | hs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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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영업 경쟁력-자본확충 여력 모두 부족
LAT결손금 고려하면 IFRS17시 7000억 추가 부담
IFRS17 코 앞인데 '오렌지라이프' 수준 밸류 언급
금융권선 "급하게 살 필요 없고 가격 더 떨어질 것"

코 앞으로 다가온 신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이 구조조정이 시급한 생명보험사 인수합병(M&A)의 발목을 잡고 있다. KDB생명 등 현재 매물로 나온 생보사가  IFRS17에 취약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는 까닭이다.

잠재 인수 후보들은 지금 미리 움직일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지금의 제무재표로는 확신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 시점에서 IFRS17 전환일은 불과 1년 2개월 남았다. 2020년 IFRS17 기준 업무보고서 양식이 정해지고, 2021년 1월 1일 전환이 시작돼 2022년 1월 1일 실적용된다. 2022년 초에 나올 2021년 사업보고서부터 IFRS17이 적용된다. 국제회계기준원(IASB)은 이미 수 차례 연기한 IFRS17 도입 시점을 더 이상 연기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자세다.

IFRS17는 보험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방식이다. 신용평가업계에서는 시뮬레이션 결과 IFRS17 도입 후 지금과는 달리 '보험 영업 및 리스크 관리'를 잘 하는 회사가 재무적으로 탄탄한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행 회계기준은 보험부채가 원가로 반영된다. 이로 인해 예정기초율 대비 실제 사고발생률 변동이 재무제표에 명확히 표시되지 않는다. 단기간에 보험영업을 확대해 보험료 유입이 증가하면, 실질 수익성과는 별개로 경영성과가 개선되는 착시효과가 나타났던 것이 이 때문이다.

IFRS17 도입 후엔 예정기초율과 실제 사고발생률간의 차이가 손익계산서에 즉각 반영된다. 리스크를 미래에 떠넘기고 미끼 상품으로 실적을 단기 개선하는 게 불가능해진다. 보험 모델을 잘 설계하고, 이를 관리하는 언더라이팅 능력이 실적에 반영된다. 매년 경험 조정을 통해 보험부채를 재측정해야 하기 때문에 지금의 실적이 미래의 보험부채 평가에 반영된다.

결국 '보험영업이익 기여도'가 높은 보험사가 우수한 수익성과 재무안정성을 보일 거라는 결론이다. 투자영업이익으로 보험영업 손실을 메우는 구조의 중소형사들에게 더욱 불리한 구조다.

보장성 준비금 비중·투자이익 배수, ROA·ROA 변동성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현재 매물로 나와있는 KDB생명은 보장성 준비금 비중이 30%대로 낮고, 투자이익배수는 15배로 업계에서 매우 높은 수준이다. 매각 가능성이 꾸준히 언급되는 동양생명은 자산수익비율(ROA)이 낮고 ROA 변동성은 높은 수준이다. 모두 IFRS17 도입 후 자본건전성과 수익성에 불리한 신호로 꼽힌다.

상반기 말 기준 KDB생명의 자기자본은 1조800억여원 수준이다. 이 중 신종자본증권이 2130억여원, 후순위채권이 5530억여원을 이루고 있다. 자본성 조달 여력은 3000억여원으로 업계 최하위 수준이다. 보험부채적정성평가(LAT) 결손금은 9300억여원으로 자기자본에 육박한다.

이 결손금은 IFRS17 도입시 보험부채 추가 적립부담액과 가장 비슷한 금액으로 꼽힌다. 적립부담액이 추가 조달 여력보다 3배나 높다. KDB생명을 인수하는 회사는 인수금액 외에도 IFRS17 대비를 위해 최소 7000억원 이상의 추가 부담이 들어갈 수도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잠재 매물로 꼽히는 동양생명 역시 LAT결손금합계가 1조3000억여원으로 자기자본의 절반에 육박한다. 역시 M&A 이후 새 주인이 될 회사가 상당한 부담을 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동양생명의 자본성 조달은 후순위채 3000억원에 불과해 조달 여력이 남아있다. '자본성 조달을 안한 게 아니라 못한 것'이라는 일각의 시선도 있지만, 비교적 양호한 보험영업 경쟁력과 낮은 보험부채위험을 감안하면 최대주주 변경시 KDB생명보다는 상황이 나을거란 평가다.

나이스신용평가는 KDB생명을 IFRS17 도입시 사업 및 재무적 영향이 높은 회사로 분류했다. 일종의 '위험' 등급이다. 이 분류에 속하는 생보사는 KDB생명과 흥국생명 뿐이다. 이 분류의 회사는 보유계약 관리와 보험 포트폴리오를 개선하고, 유상증자 등 대규모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현재 KDB생명의 사실상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은 내심 6000억원 이상의 매각가격을 원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 자기자본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 0.56배 수준이다. 업계 1위 삼성생명의 현재 PBR이 0.4배 수준이다. IFRS17 도입으로 인한 추가 부담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진 오렌지라이프의 PBR(0.59배)과 비슷한 수준의 대접을 원하는 것이다. 심지어 신주 없이 구주 매각 방식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비현실적인 가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IFRS17로 인한 결손금 추가 부담을 고려하면 인수자 입장에선 매몰 비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시장에서 언급되는 가격인 5000억원에 경영권을 인수해 차후 자본 확충에 7000억원을 추가 투입한다면 사실상 인수가격은 1조2000억원에 육박한다. PBR로는 1.1배가 넘는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주요 금융지주들이 공격적으로 비은행부문을 확충하곤 있지만 '당장 안사면 뒤쳐진다' 수준으로 급박한 상황은 아니다"라며 "특히 생보사의 경우 미리 덥썩 물었다가 나중에 두고두고 부담이 될 수 있는데다, IFRS17 도입 이후 매각가격이 더욱 떨어질 거라는 기대도 있다"고 말했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10월 06일 09:00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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