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운용사 믿고 해외부동산 투자했는데…뜯어 보니 허점투성이
양선우·이시은 기자 | thesun@chosun.com | 2019.10.14 07:00
Edited by 현상경 부장 | hsk@chosun.com
print인쇄 print공유하기
+ -
KB증권, 호주 장애인 아파트 투자 총체적 부실 드러나
투심위 안거치고 투자자 모아
기관투자자 검증도 없이 너도 나도 투자 결정
만기 도래한 부동산은 미매각 우려 커

해외부동산 투자 열기가 뜨거워진 이후 슬슬 그에 따른 부작용도 거론되고 있다. 너도 나도 해외부동산을 찾다 보니 제대로 된 실사조차 이뤄지지 않고 국내에 투자자를 모으는 사례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지금 드러난 것이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그간 증권사들은 해외대체투자 규모를 급격하게 늘려 왔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8대 증권사 해외 대체투자 규모는 14조원에 육박한다. 최근 1년 반을 놓고 보면 전에 비해 3배 가량 급증했다. 이중 부동산에 투자된 금액만 58%에 육박한다. 눈여겨 볼 점은 이들 중 후순위, 지분투자 비중이 63%에 이른다는 점이다. 이는 미매각이 될 경우 이를 증권사가 떠안아하는 물량이다. 실제 올해 상반기 이들이 투자한 건들 중 미매각 물량만 1조3000억원에 달한다.

부동산이란 자산이 회수 시점까지 최소 5년이 걸리기 때문에 아직까지 이와 관련된 잡음이 크게 드러나진 않았다. 하지만 올해 초 KB증권이 투자한 호주 부동산 부실 투자 사례가 드러나면서 다른 투자건에도 문제가 있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호주 부동산 부실 투자사례를 보면 해외 부동산 투자가 얼마나 허점투성이로 진행되고 있는지를 여실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KB증권, 부족한 검증에 '묻지마' 투자…리스크 관리 총체적 부실

KB증권은 호주의 아파트를 매입해 장애인용 아파트로 리모델링 후 임대하는 사업에 투자를 결정했다. 호주 현지 운용사인 LBA캐피탈이 주도한 사업으로 LBA캐피탈에 KB증권이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대출하는 구조다. ▲사업구조가 대출이고 ▲정부가 보조하는 사업인데다 ▲위험에 대한 보험까지도 들어있다는 사실에 투자를 결정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하나부터 열까지 허점이거나 거짓이었다.

신생운용사인 LBA캐피탈은 국내에 전혀 알려져있지 않은 회사로 이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라이선스조차 보유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호주 정부의 장애인 임대 주택(SDA) 사업 영위를 위해선 정부가 공인한 장애인 복지시설 운용권이 필요한데, 정작 계약 당사자인 LBA캐피탈은 해당 라이선스가 없고 모회사 또는 관계사로 추정되는 타 법인이 이를 갖고 있었다는 것이다.

나아가 대출을 통해 투자가 이뤄지는 구조이지만 담보비율(LTV)이 100%가 넘다 보니 실제 지분투자에 가까운 성격을 보였다. 여기에다 보험금 지급에 대한 명확한 규정 확인이 어렵다 보니 보험으로 위험이 커버 될 수 있는지가 불명확했다. 투자를 받기 위해 내세운 조건 중 어느 하나도 신빙성이 없었다는 설명이다.

비단 투자 매물에만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투자하는 과정에서도 문제가 많았다.

해당 딜을 소싱해 온 팀은 KB증권의 국제영업본부 산하 국제금융부였다. 딜 브로커의 소개로 상품담당 부서장과 WM상품전략위원회, 신탁부문 리스크 위원회를 거쳐 투자를 결정했다. 통상 해외부동산 투자는 IB본부에서 진행하고 투자심의위원회(투심위)를 거쳐 투자를 결정하지만, 이번 딜은 상품전략팀에서 소싱해오다 보니 투심위를 거치지 않고 투자가 진행됐다.

KB증권이 소싱해 온 이번 투자건은 JB자산운용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JB자산운용의 부동산 팀이 아닌 주식팀에서 나서서 투자자를 모집했다. 주요 투자자로는 국내의 굵직한 기관투자자들이 나섰다. ABL생명, IBK연금보험, 새마을금고가 투자를 결정했고, MG손해보험 등은 물량을 확보하지 못해 투자에 들어가지 못할 정도였다.

연기금 부동산 투자 담당자는 “일부 기관투자자는 물량을 못 받아서 아쉬워 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라고 말했다.

KB증권은 이에 대해 "LBA캐피탈이 라이선스를 보유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자회사인 LBA가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어 법적으로 문제가 없음을 확인하고 진행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투심위 절차는 회사 직접 투자자산에만 절차를 적용하고 있으며 고객 판매상품은 상품전략위원회, 리스크위원회를 거치고 있고 이는 업계 전반적으로 동일한 수준"이라며 심사에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평가는 다르다. 이 거래에 투자한 기관의 부동산 투자 담당자는 “안정적인 사업이라고 내세운 조건 중 어느것 하나도 신뢰성을 가질 수 없는 사업이었다”라고 지적했다. 다른 기관 투자자는 "충분한 리스크 관리가 이뤄졌다면 왜 이번 사태가 발발했는지 모르겠다"며 "결국 KB증권이 이번 사태에 대해 여전히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검증 없는 투자는 얼마되지 않아 문제가 터졌다. 현지 운용사인 LBA캐피탈이 원래 투자하기로 했던 건물 값이 올라가다 보니 건물이 아닌 주변의 땅을 사버린 것이다. 이를 인지한 KB증권은 급하게 자금 회수에 나섰지만 땅을 산 데 들어간 1000억원은 아직까지 회수를 못했다. 업계에선 최소 투자금의 10~20%의 손실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총체적 부실이 비단 이 건에만 해당되진 않는다.

국내 증권사들이 투자한 독일 내 기념물 보존 등재 건물을 리모델링하는 사업에 투자하는 건도 베를린 소재의 파워플랜트 개발 일부 사업이 착수 단계로 분류되는 정부 인허가도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기도 했다. 현지 시행사와 싱가포르 역외펀드가 연계된 해당 파생결합증권(DLS) 상품은 지난 7월 만기 상환에 실패한 이후 아직도 원금 상환 여부가 불확실시 되는 상황이다. 이들은 테스크포스(TF)를 꾸리고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미봉책이라는 우려가 상당수다. 이달 말 또다시 만기가 다가오며 투자자들의 원성이 커지자, 올해 국정감사에서 금융권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대표하는 주요 사례로 꼽힐 것이란 전망도 이어졌다.

해외부동산 만기 돌아오면서 매각 이슈 떠올라…투자전략도 바뀌고 있어

제대로 된 투자가 이뤄진 것들도 앞으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해외 부동산 투자가 본격적으로 이뤄진 시기가 4~5년 전이다. 내년을 기점으로 만기가 돌아오는 물건이 상당히 쌓여있다. 호주 부동산만 하더라도 2016년 이후 투자가 대거 이뤄졌다. 이들의 만기가 도래하면서 현지에선 제대로 매각이 이뤄질 수 있을까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해외 부동산 가격이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하게 오르면서 고점 논란이 일고 있다.

호주 부동산 투자

해외부동산 투자 전문가들 사이에선 그간의 부동산 투자 관행에 문제를 제기한다. KB증권의 호주 부동산 투자사례 처럼 부실투자가 이뤄진 사례뿐 아니라 제대로 검증을 하고 투자를 한 사례에서도 투자전략을 바꿔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통상 국내투자자들이 선호하는 해외부동산 투자 물건은 크게는 안정적인 장기임차가 이뤄진 해외부동산을 선호했다. 이를테면 페이스북 등 글로벌 기업이 임차한 건물이나 국세청 등 해당 국가의 정부기관이 임차한 부동산을 선호했다. 여기에다 장기임차가 이뤄지면 묻지마 투자가 이뤄졌다.

하지만 최근 이런 투자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안정적인 임차인의 장기임차 건물이 추후 부동산 매각에 나설 경우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투자가 이뤄진 건물 중 상당수가 위의 두 조건만 보고 이뤄지다 보니 위치가 안 좋거나 장기 임차인이 빠져 나갈 경우 매각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에는 오히려 임차인이 다양하고 위치가 좋은 부동산에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한 증권사 해외부동산 담당자는 “해외부동산 투자가 5년을 넘어가다 보니 선호하는 부동산의 형태도 달라지고 있다”라며 “막 해외부동산에 나갈때는 이런 노하우가 없다 보니 당시 투자한 매물 중에 미매각 사례가 대거 발생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10월 10일 07:00 게재]

기사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