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웨이 '혁신기업' 포장해 웃돈 낸 넷마블, 헷갈리는 자기합리화
이재영 기자 | leejy@chosun.com | 2019.10.15 07:00
Edited by 현상경 부장 | hs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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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적 브랜딩'으로 인수 합리화 시도
사업 실질 면에서 시너지는 여전히 의문
렌탈사업은 '담보대출' 조직은 '보험회사'
이종산업 다각화 넥슨, 시너지 아직 '깜깜'

일러스트 바이라인_코웨이 방준혁넷마블게임즈의 웅진코웨이 인수 깜짝 발표가 이뤄졌다. 넷마블은 "매력적인 게임사 인수대상이 없다"는 상황설명과 '구독경제'라는 '혁신적 브랜딩'으로 인수의 정당성을 표방하고 있다.

하지만 '게임사'와 '렌탈사'의 시너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웅진코웨이의 현금창출력에 기반한 배당을 제외하면 사업 실질 면에서 넷마블이 얻을 수 있는 이득은 거의 없을 것이란 우려도 많다.

인수 경쟁자가 사실상 없는 상황에서 높은 웃돈까지 얹어주며 웅진코웨이 경영권을 인수한 데 대해 시장 반응도 뜨뜻미지근하다. 인수전 참여 소식이 전해진 후 첫 거래일인 지난 11일 넷마블 주가는 3.5% 급락했고, 다음 거래일인 14일에도 코스피 지수가 1.3% 오르는 강세장 속에 홀로 약보합세를 보였다.

코웨이는 '동산담보 대출업' 혹은 '금융업'..."AI , 클라우드 결합하면 잠재력 있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넷마블이 웅진코웨이에 매긴 가치는 지분 100% 기준 7조3000억원대로 알려졌다. 넷마블 입찰 직전 시가총액 대비 23%의 프리미엄을 적용한 가격이다.

넷마블은 웅진코웨이 인수를 통해 게임사업으로 확보한 정보기술(IT) 노하우를 스마트홈 구독경제 비즈니스로 확대·발전하겠다는 복안을 제시했다. 국내 렌탈시장 점유율 35%로 1위인 웅진코웨이를 '실물 구독경제 1위 기업'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당장 '구독경제' 기업이라고 이름 붙인 데 대한 물음표가 적지 않다. 게임회사가 본업과는 상관없는 곳에 조 단위 자금을 부어넣는 데 대한 설명이지만 개념조차 명쾌하지 않다는 것. 결국 웅진코웨이의 사업을 '혁신적인 4차산업' 느낌으로 포장해 IT회사인 자신들과 공통점을 만들려 했다는 해석이 많다.

웅진코웨이의 렌탈사업은 일찌감치 '동산(動産;이동이 가능한 자산) 장기 담보대출'로 평가받아 왔다. 렌탈 계약을 맺은 가정에 기기를 비치하고 사용권을 주는 대신, 30~50개월간 원리금에 해당하는 사용료를 받는 구조인 까닭이다. 사용료를 내지 않으면 기기(정수기)를 몰수해간다는 점에서 기기는 담보와 비슷한 기능을 한다.

렌탈기기 사용 도중 혁신적인 신제품이 나오더라도 대부분의 경우 기기를 변경할 순 없다. 렌탈계약을 일종의 담보로 삼아 기업에서 제품을 구매 혹은 생산해 가정에 비치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영업조직 측면에서는 방문판매 조직인 '보험회사'와 비슷하다. 웅진코웨이에는 2만여명의 현장영업직인 '코디'가 있다. 이들은 렌탈한 기기를 유지보수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며 신규 영업을 담당한다.

애초에 캐피탈·저축은행·대부업체를 거느린 아프로파이낸셜 그룹이 웅진코웨이에 관심을 보인 것도 금융업과 렌탈업의 사업적 유사성 때문이었다.

한 중견 자산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은 "국내 주요 기업의 렌탈사업 구조는 의무계약기간 이후 기기의 소유권을 이전하는 방식으로, 소유와 사용이 분리된 진정한 의미의 구독경제라고 보기 어렵다"며 "'왜 게임회사가 렌탈회사를 사느냐'에 대한 자기합리화와 변명으로 들렸다"고 말했다.

넷마블 스스로의 설명도 명쾌하지 못했다.

14일 넷마블이 개최한 컨퍼런스 콜에서 넷마블은 구독경제에 대한 설명과 잠재력을 알리는 데 상당한 노력을 들였다.

"현재 넷플릭스형 '컨텐츠 구독경제'에서 향후 '실물 구독경제' 모델이 급부상 중이다", "코웨이형 '렌탈 모델'은 변화가 느렸으나 향후 IT기술과 결합에 따른 성장 잠재력이 있다" , "AI 및 클라우드 기술과 배송망 발전으로 실물 구독경제는 메인스트림이 될 것이다" , "IOT기술 기반으로 지능성 서비스가 제공되는 과정에서 코웨이가 보다 발전할 수 있는 분야 전망이 있다"는 식이었다.

하지만 이런 전망을 그대로 적용하자면 이제 넷마블-웅진코웨이는 '가전제품'을 직접 만들거나(LG) 국내 1위 복합 통신망을 갖춘 대기업(SK)과 4차 산업의 미래를 두고 싸워야 한다.

마찬가지로 주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도 컨퍼런스콜에서 '구독경제'와 시너지'에 대한 질문을 쏟아냈다. "스마트홈 구독경제에 진출한다고 하는데 기존 넷마블 모델이 어떻게 접목되는가", "구독경제와 공유경제를 하나의 성장 모멘텀으로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넷마블에 관련 부서가 생기는가" 등 이었다.

이에 대해 넷마블 대표이사나 임원들이 내놓은 답은 "(넷마블 모델 접목에 대해) 아직 결정된 바 없다" , "(관련부서 신설에 대해) 현재로선 구체적인 계획이 있지 않다"에 그쳤다. 본인들도 명확하지 않은 개념을 대외에 설명하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넷마블판 '위워크' 혹은 '손정의' 따라하기?…넥슨도 성공 못한 게임사 사업다각화

전통적 비즈니스를 혁신적 비즈니스로 포장하고, 그 과정에서 가격에 프리미엄을 지불한 것을 두고 '위워크'의 사례와 비교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위워크는 벤처기업에게 사무실을 빌려주는 비즈니스를 통해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최고의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벤처기업) 중 한 곳으로 꼽혔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벤처거품이 꺼지자 위워크의 사업 구조를 두고 '기업을 대상으로 한 임대사업자와 뭐가 다른가'라는 의문이 쏟아져 나왔다. 올해 초만 해도 470억달러(약 55조원)으로 평가받던 위워크의 기업가치는 현재 100억달러(약 11조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넷마블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한 투자자문사 관계자는 "넷마블이 조 단위 자금을 전통산업이 아닌,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처럼 '미래산업'에 투자한다는 인식을 주고 싶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원매자가 다 떨어져나간 상황에서 이번에 코웨이 매각이 유찰됐다면 웅진은 추후 더 싼 가격에 경영권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넷마블이 섣불리, 다소 비싸게 웅진코웨이를 인수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 투자회사는 현재 넷마블 지분을 모두 장내매각했다.

넷마블이 내놓은 시너지 방안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스마트홈 비즈니스는 천만명에 가까운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SK텔레콤조차 고전하고 있는 영역이다. 스마트홈 비즈니스의 핵심 타깃층은 30~40대 주부다. 넷마블의 주 고객층은 20~40대 남성으로 다소 어긋나있다. 게임 산업은 스마트홈처럼 가구 단위가 아니라, 개인 단위에 집중한다는 차이도 있다. IT 기술력이나 운영 노하우와 관련해선 게임과 생활 영역 사이의 간극이 만만치 않을 거라는 평가다.

게임사의 이종산업 투자가 이렇다할 성공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많다.

당장 게임업계 1위인 넥슨도 주니어·놀이문화 부문으로 사업 다각화를 시도해왔다. 넥슨은 지주회사 엔엑스씨(NXC)를 통해 2013년 레고 조립 사이트 브릭링크와 유모차 제조업체 스토케를 잇따라 사들였다.

그 이후로 6년이 지났으나 '시너지'는 찾아보기 어려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NXC의 유럽법인이자 브릭링크·스토케 지분을 보유한 NXMH B.V.B.A는 지난해 379억원의 적자를 냈다. 2017년에도 NXMH B.V.B.A 연결이익은 총 240억원으로 넥슨 그룹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에 불과했다. 스토케의 경우 지난해 세전이익이 1억3785만 크로네(약 180억원)로, 이전까지 연간 2억크로네 안팎의 세전이익을 내왔던 점을 고려하면 오히려 30%가량 역성장했다. 넥슨은 스토케를 4억8300만달러(당시 환율로 약 5000억원)에 인수했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10월 14일 14:13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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