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에서 M&A 기회 찾는 대기업…사모펀드 포트폴리오에 ‘군침’
양선우 기자 | thesun@chosun.com | 2019.10.16 07:00
Edited by 현상경 부장 | hs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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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신사업 육성 방안으로 미국기업 인수 적극고려
10대 글로벌 사모펀드가 보유한 미국기업 숫자만 500여개
IB·회계법인, 사모펀드 보유 미국기업 포트폴리오 분석에 분주

미국
미국시장이 국내 대기업 M&A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삼성을 비롯해 현대자동차까지 국내 대기업이 참여한 수조원 규모의 빅딜이 미국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다. 미국 기업 상당수가 사모펀드들이 보유한 기업이다 보니 회계법인들은 미국에서 활동하는 사모펀드 포트폴리오 분석에 나서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 앱티브 테크놀로지와 40억달러 규모 자율주햅 합작사를 설립한다. 회사 출자규모만 총 40억달라 한화로 4조8000억원에 이르는 대형거래다. 이번 합작사 설립을 기반으로 2022년까지 자율주행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6월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미국 엔진부품회사 EDAC를 3억달러(한화 3500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지난해 KCC가 미국 실리콘 회사인 모멘티브사를 CJ제일제당은 미국 냉동식품 회사인 쉬완스를 인수한 바 있다. 2016년엔 삼성전자가 국내 기업 M&A 규모로는 가장 큰 80억달러에 미국 전장전문기업인 하만을 인수했다.

이처럼 미국이 국내 대기업 M&A의 중심지로 떠오른 데에는 여러 복합요인이 작용했다.

우선 미국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이 꼽힌다. 2018년 여타 선진국들이 1% 중반 수준 아래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반면 미국은 나홀로 2.86%의 경제성장을 이뤄냈다. 미국 경제 성장의 기반은 기업 성장에 기반한다. 지난 2018년 미국 S&P 500 기업들의 매출액 합계는 12조300억달러로 10년간 연평균 5%의 성장을 이뤄냈다. 지난해 영업이익 합계도 1조5800억 달러로 지난 10년간 연평균 8.9%의 성장을 보였다. 성장하는 미국 기업은 자연스레 M&A 시장의 주요 타깃으로 부상했다.

신기술이 끊임없이 태동하고, 모험자본이 활성화한 점도 미국 기업에 군침을 흘리는 이유다. 올해 7월 기준 전 세계 유니콘 기업 380개 중에서 187개가 미국기업이다. 벤처캐피탈의 모험자본을 기반으로 스타트업이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가 미국에서 제일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제조업 기반의 국내 대기업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미국 M&A 시장을 두들기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국내 대기업들이 미국기업 M&A를 위해 눈여겨 보는 부분은 사모펀드(PEF)가 갖고 있는 포트폴리오 회사들이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2009년 PEF가 미국기업을 인수한 건수는 674건으로 전체 미국기업이 인수한 거래의 12.3%를 차지했다. 이 수치가 지난해에는 2336건으로 증가했다. 미국기업이 인수된 거래의 20.4%를 PEF가 담당했다. PEF가 보유한 회사는 언제든 시장에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대기업들은 PEF와의 거래를 통해 미국기업 M&A 기회를 노린다.

미국기업 리스트

지난 6월 진행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미국 엔진부품회사 EDAC 인수가 대표적이다. EDAC는 미국 사모펀드인 그린브라이어가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로 미국 3대 항공엔진 제조사에 엔진부품을 납품하는 회사다. 한화는 이를 인수하기 위해 미국 현지에 M&A를 전문으로 하는 팀을 만들고 본격적으로 사모펀드가 보유한 주요 항공관련 회사를 분석했다. 이를 위해 사모펀드에 잔뼈가 굵은 글로벌 사모펀드 출신을 팀장으로 영입하고, 미국 사모펀드와 꾸준히 접촉했다. 미국에 PEF가 보유한 항공 관련 기업숫자만 1000여개에 이르다 보니 국내와는 비교할 수 없는 선택지가 존재한다.

이런 수요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글로벌 10대 PEF가 보유한 미국 기업수만 485개에 이른다. 이들을 업종별로 분류해보면 컴퓨터 소프트웨어가 93개사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서비스, 에너지 업종이다. 최근에는 의료 헬스케어 분야가 사모펀드의 주요 인수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 업종 모두가 국내 대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열악하다고 평가받는 분야다. 국내 대기업으로선 미국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하고, 신기술을 확보하기 위해선 우선적으로 이들 기업 인수를 고려해 볼 것으로 보인다.

한 사모펀드 업계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이 미국의 칼라일, KKR 경영진과의 접촉을 늘리려고 한다”라며 “이를 위해 직접 투자인력을 미국에 파견하는 등 미국 M&A를 위한 준비작업에 열심이다”라고 말했다.

자문사들도 이런 대기업의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대기업 관련 주요 딜 업무 상당수가 크로스보더(국경간거래) 업무다. 글로벌 IB들은 본사차원에서 나서서 이를 지원하기도 한다. 이번 현대자동차와 앱티브테크놀로지와 JV설립 계약서 체결이 골드만삭스 본사에서 이뤄졌다.

법무법인들도 외국변호사를 중심으로 해외법무팀을 꾸려 대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이번 현대자동차 JV설립 과정에서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의 해외법무팀 인력이 대거 미국으로 넘어가 협상과정 전반을 이끌었다. 미국기업 M&A가 빈번해지면서 미국 변호사 출신 M&A 전문가들의 몸값이 나날이 치솟고 있다.

회계법인들도 새로운 먹거리로 미국 M&A 시장을 두드린다. 4대 회계법인들은 전세계 법인간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회계감사를 통해 축적된 방대한 기업 데이터베이스를 가지고 있다. M&A 자문을 통해 글로벌 사모펀드와도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이를 미국기업 M&A 자문에 활용하고자 한다.

일례로 CJ제일제당의 쉬완스 인수에 참여한 삼정KPMG는 이러한 강점을 적극 활용했다. 쉬완스 인수실사를 비롯해 인수과정에서 베인캐피탈이 참여할 수 있도록 자문업무를 담당했다. 자체 경제연구원을 통해 미국 사모펀드 포트폴리오 조사 및 접촉을 시도하고, 미국 KPMG와 협력하는 체제를 구축하면서 대기업 미국기업 자문을 담당하겠단 계획이다.

김이동 삼정KPMG 전무는 “쉬완스 인수 자문업무를 하면서 미국시장에 대한 대기업의 니즈를 발견했다”라며 “국내 기업들의 미국 기업 인수를 위해 미국 사모펀드들 포트폴리오 분석을 하고 있고 섹터별로 고객사들에 소개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10월 01일 07:00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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