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시스템 상장, 핵심은 'FI 엑시트'…승계 작업은 ‘숨 고르기’
입력 2019.10.16 07:00|수정 2019.10.21 09:57
    공모 총액 최대 4601억원 규모, 시총 1조5000억원대
    스틱의 헬리오스S&C 지분 중 74% 구주매출로 내놓아
    주주인 한화에어로·에이치솔루션 1년 6개월 구주매출 제한
    • 한화그룹 계열사인 한화시스템의 IPO(기업공개)가 본격화됐다. 기존 주주에선 재무적투자자(FI)인 스틱 측의 헬리오스 S&C(헬리오스에스앤씨)만 구주 매출에 나서면서 애초 예상된 한화그룹의 승계 작업은 숨을 고르는 가는 모양새다.

      한화 측은 구주매출 위주로 짜여진 공모 구조를 감안, 구주매출 보호예수 기간을 자발적으로 늘리고 사업 성장 가능성을 강조하며 공모에 대비하고 있다.

      국내 유일의 방산 및 IT 서비스 융합 기업인 한화시스템은 지난 4일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해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상장 절차를 본격화했다. 한화시스템은 신주 816만주를 모집하고, 헬리오스 S&C 보유 주식 가운데 일부인 2470만주를 구주매출한다.

      공모희망밴드는 주당 1만2250원~1만4000원이다. 공모가 밴드 기준 공모 총액은 4025억~4601억원 규모이고, 상장 후 시가총액은 최저 1조3500억원에서 최고 1조5432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오는 21일부터 30일까지 국내외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에 나선다. 일반투자자 대상 청약은 다음달 4일부터 이틀동안 진행된다. 이후 연내 상장이 마무리될 예정이다.

      이번 공모는 사실상 FI(재무적투자자)의 자금회수(exit)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분석이다. 사모펀드(PEF) 운용사 스틱인베스트먼트는 결성한 펀드 헬리오스 S&C 를 통해 한화시스템의 3328만 1574주(지분 32.6%)를 보유하고 있다. 공모에는 이 중 약 74%(2469만여주)를 구주매출 물량으로 내놓았다.

      공모가 밴드 기준으로 스틱이 보유한 가치는 4077억~4659억원 수준이다. 이번 상장으로 스틱 측은 2년 만에 최대 36%대의 차익을 달성하게 된다. 밴드 상단을 기준으로 스틱은 구주매출로 3460억원을 회수할 전망이다. 원금 이상 회수와 더불어, 추가로 공모가 기준 1200억원 상당의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한화시스템 상장은 상장이 본격화되기 전부터 이번 IPO가 ‘승계 자금 마련 용도’라는 외부 추측이 계속됐다. 오너 일가의 구주매출 비율에 관심이 쏠린 이유다.

      구체적인 상장 구조가 나오기 전 시장에서는 한화시스템의 3대 주주인 에이치솔루션이 구주매출에 나설 것이라 예상했다. 에이치솔루션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세 아들이 지분 100%(김동관 한화큐셀 전무 50%,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이 각각 25%)를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상장이 구주매출을 통한 이들의 승계 자금 확보에 이용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다만 이런 외부 시선을 의식한 듯 한화시스템은 이번 IPO에서 스틱 계열의 구주매출 외에는 신주만 발행한다. 신주 발행을 통해 한화시스템에 유입될 자금 사용처로 제시된 내용은  ‘미래 성장’에 집중돼 있다. 앞서 증권신고서가 나오기 전에도 FI와 한화시스템 측이 ‘4차산업혁명’ 등 미래 성장동력 테마 설정에 집중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 바 있다.

      이번 상장에서 기타 비용과 구주매출대금 등을 제외한 한화시스템의 순수입금은 980억원 이다. 이 중 680억원의 시설자금은 제2데이터 센터 건립에 쓰일 예정이다. 해당 제2데이터 센터는 총 1300억원의 비용으로 2022년 말 완공을 목표로 부지선정 작업 진행 중이다.

      300억원의 운영자금은 신규 사업(PAV;개인형항공기) 추진을 위한 지분 확보에 쓰일 예정이다. 한화시스템은 미래 교통수단으로 주목 받고 있는 PAV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미국 카렘 에어크래프드(Karem Aircraft)사가 민간용 수직이착륙기 개발을 위해 인적분할해 신규 설립하는 회사(Overair)에 지분 참여 형태로 투자할 것을 결의한 상태다. 현재 미국 정부의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IFIUS)의 심의 절차를 진행 중이다.

      상장 과정에서 ‘갑질 논란’ 등이 불거지기도 했지만 예심은 계획대로 진행됐다는 평가다. 한화시스템은 한국거래소 상장예비심사 패스트트랙 대상 우량 기업으로 분류돼 심사 기간이 단축됐다. 지난 8월 26일 청구서를 제출하고 영업일 기준 30일이 넘지 않은 지난달 25일 승인을 받았다. FI와 한화시스템 측에서도 내년 시장이 어떨지 예측이 불가한 상황에서 최대한 빨리 상장 작업 진행을 원했다고 전해진다.

      한화시스템이  상장에 성공하면  2010년 한화생명(구 대한생명) 이후 9년 만의 한화그룹 계열사 상장이다. 한화시스템은 2000년 설립돼  2015년 한화 그룹에 편입됐다. 지난해 그룹의 시스템통합(SI) 계열사 한화S&C와 합병했다.